[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와일드카드, 그것이 문제다.

AFC U-23 챔피언십을 통해 드러난 문제를 메우기 위해 적재적소에 활용해야하지만 현실의 문제도 있다. 특히 올림픽이 FIFA의 의무차출 조항이 있는 A매치로 인정받지 못하기에 와일드카드 차출에 한해 유럽팀들의 차출 허락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은 AFC U-23챔피언십에서 일본에게 결승에서지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일본전은 2-0으로 이기고 있다 수비 집중력의 부족으로 후반 22분부터 36분까지 15분간 3골을 내주며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 경기 이후 본격적으로 와일드카드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손흥민, 석현준, 윤영선, 홍정호, 장현수, 한국영 등 다양한 후보군이 언급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 중 아직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 선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손흥민(왼쪽)과 석현준. 스포츠코리아 제공
국가 대항전이고 명예를 말하지만 결국 올림픽도 병역혜택이라는 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 1993년 1월 1일생 이전 출생자(23세 초과)에 대해 언급이 될 수밖에 없는 것. 현재 유럽에서 뛰고 있는 23세 초과 선수 중 병역혜택을 받지 못한 선수는 손흥민(토트넘)과 석현준(포르투)이다.

문제는 올림픽이 와일드카드 선수들은 FIFA 의무 차출 조항에 들어가 있지 않은 대회이기에 소속팀에서 거부한다면 차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국내 구단이야 대승적인 차원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을 들어주지만 해외 구단은 결코 쉽지 않은 것. 결국 ‘손흥민이 0순위다’, ‘홍정호가 수비라인을 든든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해당 팀들에서 과연 그 선수들을 차출해줄지를 생각해봐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손흥민의 경우 병역 혜택이 간절하다. 런던 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 모두 기회가 있었지만 놓치면서 절박해진 상황. 이러다 정말 EPL에서 뛰다 상주 상무로 입대하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가뭐래도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인 손흥민이 더 큰 무대에서 뛰지 못하는 것은 한국 축구에게도 악재다.

그러나 토트넘 측에서 흔쾌히 허락해줄지 의문이다. 일단 손흥민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소속팀 레버쿠젠의 반대에 막혀 차출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물론 팀은 달라졌지만 또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핵심은 토트넘 이적 당시 계약서 혹은 최소 구두로라도 올림픽 혹은 아시안게임 차출 의무조항에 대해 넣었는지다.

하지만 한 에이전트는 “과연 토트넘 측에서 손흥민의 올림픽 차출을 허락했을지는 의문이다. 계약서에 넣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대회에 나가 병역혜택을 받은 한 선수는 이적당시 미리 계약서에 해당 대회의 차출 의무 조항에 대해 명시했고 그 덕분에 대회에 나가 병역혜택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두는데 공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손흥민이 과연 이와 같은 조항을 계약서에 명기했을지는 의문이다.

석현준 역시 마찬가지다. 포르투로 이적 하면서 과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대한 차출 의무 조항에 대해 얘기가 나왔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선수 본인은 지난해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간절하다”며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됐던 과거가 가장 아쉬운 순간이라고 회상한 바 있다.

와일드카드 후보군으로 언급되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든 홍정호. ⓒAFPBBNews = News1
결국 유럽팀들의 경우 선수 본인이 계약서 혹은 구두로라도 이적 당시 올림픽에 대해 보장을 받았는지가 핵심이다. 본인들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올림픽 차출이다.

한국의 와일드카드 역사에 유럽에서 차출된 경우는 딱 두번. 2008 김동진(제니트)과 2012 박주영(AS 모나코)이다. 당시 박주영은 AS모나코와 따로 계약서에 명기는 하지 않았지만 간절한 설득으로 차출될 수 있었다. 박주영은 올림픽이 마지막 기회였지만 손흥민이나 석현준은 아직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의 기회가 남아있기에 과연 소속팀에서 쉽게 허락할지 의문이다.

홍정호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현재 수비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홍정호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해야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홍정호는 이미 런던 올림픽 직전 십자인대 파열에 이은 수술로 병역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병역혜택까지 이미 받은 선수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굳이 올림픽 차출을 허락해줄 가능성은 낮다. 차출의무도 없는 대회에 팀의 핵심을 내줘 최소 1~2경기 정도에 활용할 수 없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결국 떡줄 사람은 생각 않는데 우리만 입맛을 다셔서는 곤란하다. 해당 구단의 의사를 묻고, 이후 확언을 받던지, 안된다면 그 이후 현실적인 와일드카드 후보군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생각되어야할 와일드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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