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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두드러지는 강팀도, 눈에 띄는 약팀도 없다. 8연패에 도전하던 삼성화재의 아성은 무너졌고, 최하위에 머물렀던 우리카드는 KOVO컵 정상에 올랐다.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것 역시 7개 구단의 전력이 그만큼 평준화된 까닭이다.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 등 7개 구단이 참가하는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V-리그가 6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V-리그는 오는 10일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전력의 평준화, 새 시즌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

'디펜딩챔피언' OK저축은행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주포' 시몬이 무릎 수술 때문에 시즌 초반 팀에 합류할 수 없기 때문. 잠시나마 그의 자리를 메울 새 외국인 선수도 선발하지 못했다. 김세진 감독은 "연습경기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OK저축은행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지난해 2, 3위에 오른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이 전력을 끌어 올렸다. 삼성화재는 사령탑은 물론 외국인선수도 교체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상태다. 특히 독일 국가대표인 괴로기 그로저의 활약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전력 역시 체코 국가대표인 얀 스토커의 영입으로 전력이 상승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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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한항공이 올 시즌 상위권을 뒤흔들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터 한선수가 군 전역 이후 복귀했고, 외국인선수 마이클 산체스가 잔류하면서 강력한 우승후보 전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위권인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 역시 만만치 않다. 팀명을 바꾼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네멕 마틴, 그리고 세터 권영민을 각각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최하위에 머물렀던 우리카드는 이미 KOVO컵 정상에 오르면서 돌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태다.

사령탑들의 출사표에서 느껴진 ’긴장감’

올 시즌이 치열한 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구단별 사령탑들이 전한 새 시즌 출사표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각 사령탑들은 저마다 다른 팀들의 전력을 치켜세우면서도, 우승에 대한 과감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 시즌 우승의 주역인 외국인선수 시몬의 부상 이탈 속에 새 외국인선수를 선발하지 못한 것에 대해 김 감독은 “중간만 들어가고 싶다”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김 감독은 “연습경기 없이 새 시즌을 맞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그러나 겸손한 자세로, 정상의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리겠다”면서 2연패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정상의 자리를 지키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올 시즌은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이 3강”이라면서 새 시즌을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임 감독은 “우리 역시 비시즌 동안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다. 6대4 정도의 전력만 되어도 결과를 모르는 것이 배구”라면서 우승 탈환에 대한 각오를 내비쳤다.

지난 시즌 각각 3, 4위에 오른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과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감독은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면서도 “그러나 선수들은 다른 팀 못지않게 훈련을 했다. 우승을 향해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사령탑들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 역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절치부심해 새 시즌을 준비했다”면서 “선수들 마음가짐이 새로워졌을 것이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 머문 팀들 역시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밝은 팀, 스마트하고 승부욕이 강한 팀을 만들 생각”이라면서 “올 시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도 “KB라는 새 이름을 가지고 첫 시즌을 맞이하는데, 선수들도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를 KOVO컵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하위의 반란’을 일으킨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더 내려갈 곳이 없는 만큼 부담은 없다”면서 “우리가 열세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러서지 않는 강한 정신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접전 속 ‘OK저축은행-대한항공’ 주목

전력이 평준화됐다는 평가 속에서도 OK저축은행과 대한항공이 봄 배구와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대한항공은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과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으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받았다. 한선수의 합류와 마이클 산체스의 잔류 등으로 전력이 한층 더 탄탄해졌기 때문.

이어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 역시 감독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신영철 감독은 “OK저축은행의 경우 시몬이 돌아오게 되면 리그 판도가 또 다시 달라지게 될 것이다. 결국 대한항공과 OK저축은행이 플레이오프에 가고,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남은 팀들이 경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전통의 강호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현대캐피탈은 그나마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이 꼽은 ‘3강(OK저축은행, 대한항공, 현대캐피탈)’에 포함됐지만, 이날 최근 8시즌 중 7시즌이나 정상에 선 삼성화재를 우승후보로 지목한 사령탑은 없었다.

팀당 정규리그 36경기… 최대 4위까지 ‘봄배구’

총 7개 팀이 경합을 펼치는 올 시즌은 팀당 총 36경기(라운드당 6경기 총 6라운드)를 치러 정규리그 순위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규리그는 오는 10일 개막해 내년 3월 7일까지 치러진다.

정규리그 순위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승점제를 통해 결정한다. 3-0 또는 3-1로 승리할 경우 승점 3점을 얻고, 3-2로 승리할 경우 승점 2점을 얻는다. 패배팀은 2-3으로 졌을 경우에만 승점 1점을 획득할 수 있다. 승점이 같을 경우 다승, 세트득실률, 점수득실률, 최근 승자승 순으로 결정한다.

정규리그 순위가 결정이 되면 최대 4위까지 이른바 ‘봄배구’를 할 기회를 갖게 된다. 3위와 4위의 승점차가 3점 이내일 경우 두 팀이 단판으로 준플레이오프를 펼친 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이 정규리그 2위와 3전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이후 플레이오프 승리팀은 정규리그 1위와 5전3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최종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상금은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시 각각 1억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시 5,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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