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약 2,700여억원이 걸린 세기의 대결이었지만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에서는 환호보다 야유가 더 컸다. 그만큼 경기는 김이 빠졌고 포인트 싸움으로 대결은 흘러가면서 이 대결만 목 빠지게 기다린 팬들의 실망만 낳았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의 대결은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메이웨더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7kg) 통합 타이틀전에서 파퀴아오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118-110, 116-112, 116-112이라는 메이웨더의 포인트싸움 승리였다.

경기 초반은 다소 소극적이라도 탐색전으로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워낙 고수들간의 대결이기에 생각도 많고 상황을 지켜보는게 필요했을터. 하지만 중반으로 갈수록 두 선수는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지나치게 고수했다. 파퀴아오는 인파이터 스타일로 안으로 파고들며 승부를 걸었지만 결정타가 없었고 메이웨더는 아웃복서 스타일로 요리조리 피하며 카운터에 집중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날 경기가 다소 미진했던 것이 드러났다. 두 선수는 세계 최고의 인파이터형과 아웃파이터형의 복서다. 즉 자신들의 스타일을 포기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컸고 결국 중간이 없는 대결이 되다 보니 한명은 공격하지만 다른 한명은 피하고, 결국 잘 피한 선수가 이긴 경기가 되버렸다.

이날 경기에는 그 흔한 다운도 없었고 출혈조차 없었다. 물론 클린(Clean)한 경기이기도 하지만 복싱 팬들은 이날만 기다리며 접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경기 후 두 선수의 얼굴엔 상처하나 없이 깨끗했고 무려 2,700여억원이 걸린 대전료가 무색했다.

어쩌면 이 경기는 두 선수가 확고히 자신들의 스타일을 지켰기에, 자석의 같은극처럼 엇비켜나가기만했고 결국 그렇게 세기의 대결은 실망만 남긴채 막을 내렸다.

사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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