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스스로 깊이 사죄한다면 머리를 조아렸다. 눈물도 흘렸다. 그렇게 한순간에 '국민적 영웅'은 자신의 표현대로 '약쟁이'라는 오명에 덮어쓴 채 추락했다. 박태환(26·인천광역시청)이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눈물과 눈물의 원인이 된 약물, 약물이 안겨준 오명을 모두 씻는 방법은 오직 처절한 자기반성뿐이다.

박태환은 27일 오후 3시 서울 잠실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물파동과 관련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날 자리에는 법무법인 지평의 구상윤 변호사도 함께했다.

박태환은 인천 아시안게임 직전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다. 지난해 7월 말 서울의 한 병원에서 테스토스테론이 포함된 '네비도' 주사제를 맞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박태환 측은 병원장을 지난 1월 검찰에 기소했고, 검찰 수사 결과 유죄가 인정돼 병원장은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3일에는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18개월간의 자격정지를 당했다. 이에 따라 박태환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했던 은메달(1개)과 동메달(5개)을 박탈당했지만 내년 8월5일 개막하는 리우 올림픽 출전의 길은 남겨둔 바 있다. 박태환의 징계는 2014년 9월 3일부터 시작돼 2016년 3월 2일까지다.

이날 초미의 관심사는 박태환이 과연 리우 올림픽에 출전할 의사가 있는지, 그리고 대체 왜 박태환이 주사를 맞아야했는지였다. 박태환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민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며 일단 사죄의 말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스스로 '약쟁이'라는 말을 입에 담은 것도 다소 충격이었다. 박태환은 "지난 10년간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됐다. 주위에서는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에 억울하지 않냐, 보란 듯 재기하라고도 이야기한다"는 말로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한 박태환은 "지난 23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왜 너 같은 선수가 그런 성분이 몸에 들어가는 것을 방치했느냐'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이런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 수영장 밖의 세상에 무지했다"며 사죄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실망하신걸 안다. 올림픽에 나설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떠한 힘든 훈련도 잘 견딜 수 있다"고 말해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살짝 엿보였다.

그러나 박태환은 이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 듯 "하지만 이 순간 제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슴 깊이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올림픽 출전여부를 말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고 이내 자세를 고쳤다.

박태환은 왜 자신이 주사를 맞았는지에 대해서는 억울한 심경을 토했다. 박태환은 "호르몬에 관해 진료를 받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피부에 관련해서 병원을 소개받고 가게 됐다"며 "정말 호르몬 주사를 놓는지 알지 못했다. 의사에게도 절대 도핑을 조심해서 투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도 절대 도핑과 관련 없는 주사라고 했다"며 억울해 했다.

결국 그의 말대로 이제 남은 것은 일단 철저한 자기반성과 성찰의 시간이다. 이기흥 대한수영연맹회장 역시 청문회 후 귀국한 자리에서 "박태환이 스스로 봉사활동 등 여러 방면으로 철저한 자기반성의 모습을 보여야한다. 이후 자연스럽게 복귀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 그때 어떤 것이 공익에 더 나은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올 것"라고 말했다.

박태환 역시 "반성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기자회견 내내 '반성'이라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내내 눈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기도 했다.

여전히 국민 정서는 좋지 못하다. 동정여론이 있긴 하지만 그를 위해 약물복용 선수의 3년간 국가대표 재발탁 금지 규정을 개정해야한다는 여론은 적은 것. 아무리 박태환같이 입지적인 인물이었다 할지라도 '특혜'가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박태환은 일단 산술적으로는 2016 리우 올림픽 출전의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일단 철저한 자기반성을 하는 모습으로 국민을 설득하기 이전에 스스로를 설득해야한다. 도핑 통보 후 지난 7개월을 '지옥같이' 보냈다는 말처럼 이제는 약 1년여 간을 반성의 시간으로 보내야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의 모습이 보인다면 분명 여론 반전의 기회는 있을 것이다.

박태환은 이제 눈물에 이어 약물에 의한 오명이라는 무거움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과연 박태환은 그 무거움을 모두 씻어내고 다시금 국민들에게 희망의 아이콘이자 이름만 들어도 즐거움을 줬던 '마린보이 박태환'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진=장동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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