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밖에서는 '다정한 아빠'로 통해… 외동딸 마샤 "항상 사랑한는 아빠"

송곳같은 파운딩(내리꽂는 주먹)으로 '얼음황제'란 별명을 얻은 표도르 에멜리아넨코(31.러시아)가 링 밖에서는 친근하고 다정한 아버지로 통한다.

1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릴 'M-1 보독파이트'대회 출전을 앞둔 표도르가 13일 시내 중심에 위치한 앰버서더호텔 기자회견장에 나타났을 때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외동딸 마샤(7)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표도르는 자신을 빼닮은 마샤의 손을 잡고 둘을 둘러싼 10여 명의 취재진에게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핑크빛 털모자에 분홍색 털 장화를 신고 나타난 마샤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적응이 된 듯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기도 하고 주먹을 꼭 쥐며 아버지 흉내를 내 주위를 한바탕 웃기게 했다.

마샤는 또 러시아의 한 방송사와 홀로 인터뷰를 하면서도 조심스럽고 조용하게 얘기하는 아버지와는 달리 또박또박 당차게 말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마샤는 아버지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을 받은 뒤 "항상 바쁘고 어디론가로 사라져 나와 자주 못 놀아 주시지만 항상 사랑하는 아빠"라면서 "아빠가 하시는 일도 좋아하고 (종합격투기 선수라 해서) 친구들이 놀리는 일도 없다"고 또렷하게 말했다.

1999년 옥사나(33)와 결혼해 그해 마샤를 낳은 표도르는 훈련이 없는 날이면 집에서 미키마우스와 인형 등의 그림을 딸에게 그려줄 정도로 러시아에서 가정적인 아버지로 소문이 나 있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서 쉴 때면 딸과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와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표도르의 친동생인 알렉산데르 에멜리아넨코(26)는 가장으로서의 형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형의 사생활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입장은 아니지만 참으로 가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표도르는 지난 1월 종합격투기 대회 참석 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자신이 직접 요청해 강남구 일원동 소아암 어린이환자 병동을 방문,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이렇게 아픈 아이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어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등 어린이들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였다.

링 위에서는 상대 얼굴에 쉴 새 없이 퍼붓는 강펀치를 소유한 데다 거구도 한 순간에 넘어뜨리는 테이크다운(넘어뜨리기) 기술로 세계 최강의 파이터로 평가받지만 링 밖에서는 자상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하다.

표도르는 이날 회견 도중 한 러시아 기자에게서 '매 격투기 대회마다 가족이나 친척을 데려왔는 데 이번 대회에는 누구를 데려 오느냐'란 질문을 받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알고 지내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라고 말한 뒤 취재석 한 가운데 앉아 있는 마샤를 지목하며 "오늘 이 자리에는 딸과 함께 왔다"고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마샤도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마냥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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