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깊은 침체를 겪으면서 느낀 동병상련인가.

지난 1일 김미현(29.KTF)이 3년9개월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는 감격을 누리자 박세리(29.CJ)가 제 일처럼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박세리 소속사 CJ 관계자는 김미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LPGA 투어 진클럽스앤드리조트오픈이 끝난 뒤 박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지 시간 밤 늦게 통화가 된 박세리는 "미현이가 우승해서 기쁘다. 많은 신예들에 밀려 LPGA 1세대 한국 선수들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들었었다. 나 역시 국내 팬들에게 곧 좋은 목소리를 전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미현이가 우승 소감 인터뷰 때 우는 것을 보고 나 같아도 울었겠다"고 말했다.

박세리와 김미현은 어릴 때부터 골프 인생에서 떼어 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프로 언니들을 울렸던 박세리와 김미현은 1년 터울로 미국에 진출해 LPGA 투어에 '한류'의 씨를 뿌렸던 1세대 간판이다.

둘은 1977년생 동갑이지만 김미현이 한해 일찍 학교를 다녀 선배이고 LPGA 진출은 박세리가 1년 빠르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공동 9위에 올라 거의 2년여만에 '톱 10'에 입상한 박세리는 축하한다는 CJ 직원의 인사에 "뭐 그런 것 가지고..."라며 쑥스러워했지만 "이제 조금씩 감각을 되찾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슬쩍 내비쳤다.

박세리는 "4월 중순 경까지는 경기감을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약간씩 부족했었다. 지금도 만족하지는 않는다. 5월에는 꼭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그동안 왼쪽으로 감기는 말썽을 부리던 드라이버가 잡혀 페어웨이 안착률이 크게 향상된 것이 부진 탈출의 계기가 됐다고.

한편 박세리는 1주일을 쉬고 12일 열릴 미켈롭 울트라오픈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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