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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전혀 흔들림이 없다. 평균자책점(ERA) 1점대에 진입한지 만 한 달째가 됐음에도 류현진은 좀처럼 2점대 이상으로 올라갈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류현진 경기를 보는 포인트가 ‘잘 던질까’가 아닌 ‘과연 실점을 할 것인가’로 맞춰져있다. 5회까지 1실점 이내로 막는 것은 기본이며 6,7이닝쯤 가서 실점을 하고 내려갈지 걱정하는 수준이 된 류현진 경기다.

류현진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엔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동안 99구를 던져 1실점 7피안타 무볼넷 6탈삼진 투구 이후 7회말 투수교체됐다. 평균자책점은 6이닝 1실점에도 기존 1.35에서 0.01 상승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지만 7회말 구원투수가 동점 투런포를 허용한뒤 다저스는 끝내 3-5로 패해 류현진의 10승은 날아갔다.

이날 류현진은 분명 위기는 있었지만 그 위기를 올시즌 늘 그랬듯 쉽게 풀어갔다. 물론 5회 ‘현존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웃을 상대로 2사 1,3루에서 삼진을 잡자 주먹을 불끈쥐며 글러브를 치는 모습은 결코 위기가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지난 5월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전에서 8이닝 무실점 투구 이후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지 만 한달이 됐다. 어느새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1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익숙해졌고 올시즌 2실점을 초과하는 경기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는게 당연해졌다.

예전에는 류현진의 경기를 보는 관점이 ‘오늘은 잘 던질 수 있을까’였다면 지금은 ‘과연 오늘 경기에서는 실점을 할까’로 바뀌었다. ‘잘 던지는 것’은 기본이 됐고 적은 실점 혹은 무실점 경기를 할지가 관건으로 생각할 정도로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잘하는날도 있고 못하는날도 있다. 일반적으로 못하는 날이 더 많다. MVP급 선수가 아닌 이상 못하는 날이 더 많고 그것이 야구의 속성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KBO리그에서도 기록하지 못했던 수준의 평균자책점(KBO리그 최저 평균자책점 1.82, 현재 1.36)을 보이고 있다.

너무 잘하는게 익숙해지다보니 그 기준점도 높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잘하긴 힘들다. 당장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 다실점으로 무너져도 이상치 않다. 1.36의 평균자책점으로 끝낸다면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류현진은 역대 12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가 된다. 그건 냉정히 불가능하다.

중요한건 내려오는 속도다. 천천히, 그리고 잘 내려온다면 류현진은 역대급 혹은 사이영상까지 수상하는 시즌을 만들 수 있다. 정말 한국인이 잘할 경우 사이영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류현진의 2019시즌 6월 중반까지는 생각의 기준점을 바꿔버린 활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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