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왼쪽)와 마네아.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상대는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5푼2리, 피장타율은 1할8푼2리로 극단적으로 좌타자에 강한 투수. 하지만 추신수(34·텍사스 레인저스)는 좌타자 킬러에서 무려 8구 승부까지 가는 접전 끝에 홈런을 때려냈다. 메이저리그 12년차 베테랑이 올해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데뷔한 신인에게 보여준 ‘웰컴 투 메이저리그’ 신고식이었다.

추신수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O.co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5회 솔로홈런을 포함해 4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팀은 추신수의 홈런에도 5-14로 크게 패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5회 세 번째 타석이었다. 하지만 이 타석만 보는 것은 아쉽다. 그 전 타석부터 이어진 기싸움에서 메이저리그 베테랑이 신인 투수를 상대로 신고식을 선사한 방식 때문이다.

선발투수 션 마네아는 상당히 극단적 유형의 선수다.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 8경기에 선발로 나서 우타자를 상대로는 무려 3할1푼7리의 피안타율에 피장타율은 5할3푼8리에 달할 정도로 약했다.

반면 좌타자를 상대로는 1할5푼2리의 피안타율에 장타율이 1할8푼2리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강했다. 그의 투구폼이 사이드암 스타일인 탓도 있다. 이정도 성적이면 차라리 불펜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해야 옳지만 아직 만 24세의 어린 나이기에 오클랜드는 선발로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었다.

워낙 마네아가 좌타자에게 강했기에 전날인 13일 텍사스 지역 언론은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 돌아온건 맞지만 선발로 나설지는 의문”이라며 “그 이유는 마네아가 좌타자에게 강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실제로 마네아는 올 시즌 7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는데 모두 우타자에게만 허용했고 좌타자에게는 피홈런은 커녕 장타를 맞은 것도 단 한번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마네아는 이날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3회 추신수와 두 번째 대결에서 이상 현상이 드러났다. 추신수는 첫 두 공을 모두 스트라이크 당했음에도 7구까지가는 집념의 승부를 보였고 끝내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에 성공했다. 마네아 입장에서는 0볼 2스트라이크이라는 절대적 유리한 상황에서 베테랑 출루머신에게 볼넷을 내준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정신적 타격은 5회에도 이어졌다. 팀이 10-1로 크게 앞선 상황이었음에도 추신수를 상대하자 무려 8구승부를 펼쳤다. 3구째 머리를 향하는 위협구를 던졌음에도 추신수는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8구째 바깥쪽 높은 89마일짜리 패스트볼을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만들어냈다.

마네아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좌타자에게 맞은 홈런이었고 워낙 끈질긴 승부 끝에 당한 홈런이었기에 결국 오클랜드 감독은 86구만 던지고 아웃카운트 두 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가 확실시되는 마네아를 강판시킬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데뷔 12년차인 추신수는 막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좌타자에게 한 번도 홈런을 맞지 않으며 어깨가 올라가있던 투수에게 무엇이 메이저리그인지를 보여줬다. 베테랑의 품격이자 추신수의 클래스가 절로 느껴지는 볼넷에 이은 홈런과 타격 접근이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