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속구 킬러' 강정호(왼쪽)에게 홈런을 맞고 허탈해하는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제러드 위버.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속구 킬러인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는 가장 느린공을 던지는 투수 제러드 위버를 상대로도 강했다. 홈런포함 2안타 경기를 펼치며 가장 빠른 공에 강한 타자가 느린공에도 강한 역설을 보여줬다.

강정호는 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 5번 타자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홈런, 2루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은 2-9로 완패하며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전날 5타수 1안타(2루타)를 기록했던 강정호는 이날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인 제러드 위버를 상대했다.

강정호가 데뷔 후 지금까지 상대한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2.9마일, 하지만 올 시즌 위버의 평균 구속은 83마일이다. 현재 규정이닝 106명 중 평균 구속이 85마일에 미치지 못하는 투수는 위버외에 너클볼 투수 2명(스티븐 라이트, RA디키) 뿐이다. 즉 강정호는 평소 상대하던 투수보다 10마일이나 느린 공을 던지는 선수를 만나는 것은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와 상대하게 됐다.

이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패스트볼 킬러라는 점에서 인상적인 매치업이었다. 올 시즌 강정호는 패스트볼을 상대로 3할7푼5리의 타율에 장타율은 무려 8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베이스볼 서번트의 운영자가 지난 5월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4할5리의 패스트볼 상대 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특정 타자가 특정 구종을 상대(150타수 이상)로 올리고 있는 가장 높은 타율이라는 점이다.

이미 강정호는 지난해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상대로 4할2푼2리의 타율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2위의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1위 추신수 0.471).

어찌보면 상성이 맞지 않는 위버와의 대결일 수도 있었다.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와 가장 빠른 공을 잘치는 타자가 맞붙었으니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강정호는 달랐다. 빠른공이든 느린 공이든 완벽했다. 강정호는 2회 스탈링 마르테가 선두타자로 솔로홈런을 날리자 자신은 곧바로 타석에 들어서 잡아당긴 백투백 홈런을 신고했다. 시즌 7호 홈런.

홈런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 번째 타석이었던 4회말에도 7구 승부 끝에 74마일짜리 초저속 체인지업을 쳐내 좌익수방면 2루타를 때려냈다. 홈런에 2루타까지 강정호의 원맨쇼였다. 단지 팀이 2-9로 완패했기에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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