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제공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이대호(34)가 현실 안주 대신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도전을 선택했다.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이며,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된다.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새롭게 시작한다. 2010년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에 오르는 등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지만 이대호는 온갖 의구심 속에 일본 프로야구로 발길을 옮겼다. 수비와 주루 능력 부족이 발목을 붙잡을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많았고, 약점으로 꼽혔던 몸쪽 코스를 소위 ‘현미경 야구’로 통하는 일본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일본에서도 통산 4시즌 동안 타율 2할9푼3리(2,122타수 522안타) 98홈런 348타점 242득점을 기록하며 꾸준하고도 강렬한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2015시즌에는 31홈런을 폭발시킨 것을 비롯해 일본시리즈 MVP까지 품에 안으며 일본 프로야구를 정복했다.

이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당당히 밝혔던 이대호는 우여곡절 속에서 결국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도 끝내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대호가 일본에 남았다면 더욱 큰 규모의 연봉은 물론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실제 소프트뱅크 측은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이후에도 5억엔을 제시하는 등 계속해서 그의 복귀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이대호는 결국 돈이 아닌 꿈을 위해 또 한 번의 승부수를 던졌다.

사실 이대호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에서 함께 클린업을 구축했던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4년 보장액 1,200만 달러)와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 2년 700만 달러)의 경우 어느 정도 본인들의 가치를 인정받은 계약을 따냈기 때문.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애초부터 이대호를 4번으로 기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박병호도 있었지만 이대호의 몸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면 해결사로서 가장 적합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대호에게 걸었던 남다른 기대치를 설명한 바 있다. 실제 이대호는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조별 예선 2차전에서의 역전 투런포, 일본과의 결승전에서의 역전 2타점 적시타를 쏘아 올리며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에 걸맞은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물론 대표팀만의 특수성을 리그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국내 최고 중의 최고 타자로 인정받았고, 한국과 일본에서도 이미 많은 것을 증명해냈기 때문에 시애틀과의 이번 계약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 남자답게 택한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박병호, 김현수 대신 왜 본인이 국가대표 4번타자로 선택받을 수 있었는지를 이대호 스스로가 증명할 순간이 찾아왔다.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개막전 패배 이후 이대호가 드러냈던 승부욕을 떠올려보면 평가를 뒤집을 수 있으리라는 충분한 믿음이 생긴다. 그는 당시 이런 말을 던졌다.

“남자가 쪽팔리게 두 번 연속 당하면 안 된다. 갚아줄 것이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