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충격이다.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니.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한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가 고작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니. 대체 왜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밖에 따내지 못한 것일까.

시애틀 매리너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SNS를 통해 이대호를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영입했음을 알렸다.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보장되지 않는 계약으로 한국 최고의 타자이자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던 이대호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굉장한 충격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할 경우 1년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제공
마이너리그 계약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이 전혀 보장되어있지 않다. 마이너리거 신분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하는 것이 다반사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에 실패할 경우 FA가 되거나 마이너리그에서 승격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이너리그 계약과 메이저리그 계약의 가장 큰 차이는 보장 금액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은 계약서 그대로의 금액을 보장받는다. 이는 메이저리그에 뛰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가장 낮은 레벨인 루키리그에 있어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은 이면계약이다. 메이저리그에 있을 때는 메이저리그용 계약서에 적힌 금액을 받고,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는 마이너리그에 있을 경우 받는 금액을 받는다. 즉 안정적이지 못하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 중에서도 특이하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면 약 400만달러 수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최저 수준, 혹은 많아도 100만달러 안팎인 마이너리그 계약에서 이대호는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기만 한다면 남들만큼은 받고 뛰는 수준의 선수가 된다.

그럼에도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는 것은 충격이다. 이대호가 누구인가. 2006년 KBO리그 트리플크라운(홈런-타율-타점왕), 2010년 타격 7관왕, 세계 최다인 9경기 연속 홈런, 2015 일본시리즈 MVP다. 아무리 주루, 수비 면에서 낙제점이라도 그 누구보다 한국 최고에 올랐던 이대호가 고작 마이너리그 계약이라니.

결국 세 가지 문제점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늦어진 계약’이다. 2월 4일은 사실상 메이저리그 팀들이 전력보강을 거의 마친 시점이다. 이대호는 11월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음에도 팀을 찾는 것이 상당히 늦어졌다. 아무리 이번 겨울시장이 대형선수들이 늦게 나가며 평소보다 늦어진 형태였어도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대호로서는 늦은 시점에서 계약하면서 구단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을’의 입장이었을 수밖에 없다. 에이전트사의 잘못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타격 외에 나머지 부분은 낙제점’이다. 실제로 이대호는 주루, 수비 등에서는 일반적인 선수들보다도 한참 아래다. 단순히 메이저리그 기준이 아닌 KBO리그에서 뛸 때도 그랬다. ‘수비 요정’이라는 별명은 수비를 못하기에 붙여진 역설적 별명이었다. 단순히 뛰는 속도가 아닌 센스도 낙제점이고 1루 수비력도 평균이하다. 물론 이대호는 이 모든 불리함을 ‘타격’하나로 상쇄해왔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마지막 문제점이 발생한다. 셋째로 ‘타격조차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대호의 타격은 확실했다. 아니 확실한 것으로 여겨졌다. 타격 7관왕이라는 타이틀은 전무후무다. 일본에서도 30홈런을 때려냈고, 3할에 가까운 타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이대호의 타격이 애매하다고 본 듯 하다. 메이저리그에서 3할을 넘는 타율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홈런에서는 30홈런을 치기 힘든 애매한 유형이라고 본 것. 한쪽에 특화되지 않고 정확도-파워-선구안 등 모든면에서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미국 입장에서는 어느면도 특출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루수가 아예 타격만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예 수비나 정확성이 뛰어나거나(제임스 로니 형), 혹은 홈런에 특화되거나(애덤 던 형), 모든 면에서 완벽하거나(앨버트 푸홀스 전성기 시절) 셋 중 하나다. 하지만 이대호는 어느 하나에 들어가기 힘들다고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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