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완벽하게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를 무시한 처사였고 멍청한 태도였다.

신시내티 레즈의 배터리는 강정호의 특성을 무시하고 그저 자신들이 생각하는 코스로만 공략하려고 했다. 일단 아웃을 잡기보다 병살 유도만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강정호를 무시한 멍청한 행동의 대가는 혹독했다.

강정호는 1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열린 2015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5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해 6회 메이저리그 첫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그의 4타수 1안타(홈런) 4타점의 활약으로 팀은 5-4로 승리했다.

1-1로 맞선 6회초 그레고리 폴랑코, 앤드류 멕커친, 아라미스 라미레즈가 차례로 안타-볼넷-안타로 출루해 1사 만루를 이루자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2볼 2스트라이크로 호흡을 고른 뒤 5구째 신시내티 투수 케비어스 샘슨의 93마일 포심 패스트볼을 그대로 받아쳐 싹쓸이 만루포를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만루포이자 아시아타자가 데뷔 시즌 만루홈런을 쳐낸 세 번째 사례(마쓰이 히데키, 추신수, 강정호)이며 팀을 올 시즌 첫 만루포, 이틀 연속 홈런포를 만들어낸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 만루포 덕택에 피츠버그 불펜은 이후 3점을 더 내줬음에도 5-4 승리를 거두며 지구 라이벌 신시내티와의 원정 3연전을 2승1패로 가져가게 됐다.

다시 한 번 결정적 순간을 돌아보자. 신시내티 배터리와 강정호의 승부는 명백히 신시내티 배터리가 강정호를 무시한 장면이었다.

일단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패스트볼 킬러다. 이날 경기 전까지 패스트볼 575구를 맞아 무려 4할의 타율에 장타율은 6할8푼2리에 달했다(브룩스베이스볼 참고). 팬그래프 닷컴에 따르면 강정호의 패스트볼 구종가치는 100구당 2.39로 메이저리그 규정 타석을 채운 153명 중 전체 10위에 해당하는 '패스트볼 킬러'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신시내티 배터리는 오로지 강정호를 상대로 패스트볼만 고집했다. 1구부터 5구까지 모두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패스트볼만 던질 것이라면 속도는 생명이다. 하지만 92~94마일 정도의 패스트볼로만 강정호를 공략했고 이정도 공은 강정호에겐 전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강정호에게 철저하게 몸 쪽 승부를 했다는 점도 신시내티 배터리가 강정호를 무시했음이 드러난 대목이다. 물론 몸 쪽으로 붙여서 먹히는 타구를 만들어내며 1사 만루였으니 병살을 만들어내 이닝을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 자신들이 원하는 최고의 시나리오가 바로 병살이었을 것이다.


강정호의 홈런 타석. 신시내티 배터리는 철저하게 몸 쪽 승부를 해왔다

하지만 신시내티 배터리는 오로지 병살에만 신경 썼다. 강정호의 핫 앤 콜드 존을 보면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해 강정호에게 몸 쪽 3군데(상,중,하)는 '행복의 존'이다. 몸 쪽 높은 곳은 타율 3할5푼3리, 장타율 5할2푼9리 몸 쪽 중앙은 타율 3할8리, 장타율 5할3푼9리, 몸 쪽 낮은 곳은 타율 3할9푼3리 장타율 7할5푼에 달한다.

즉 강정호는 거의 몸 쪽 공에 대해서는 킬러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강한 선수. 그런 강정호에게 지속적으로 몸 쪽에만 갖다 붙이는데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는 패스트볼을 던져대니 만루홈런을 맞을 수밖에.

강정호는 현재 신인왕 후보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선수다. 신시내티 배터리는 그 정도 선수를 무시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나서야 그의 존재에 대해 새삼 깨닫고 말았다.

사진=연합뉴스, MLB.com 게임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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