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 # 2010년 4월 6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시카고 컵스의 2010시즌 개막전이 열린 터너필드. 1회부터 양 팀은 뜨거운 타격전을 펼치며 3-3으로 팽팽했다. 1회말 1사 1, 2루에서 애틀랜타의 7번 타순에 신인 좌타 우익수가 등장했다.

그리고 스트라이크 없이 2볼. 가운데로 몰린 상대 선발 카를로스 잠브라노의 제3구가 들어오자 그는 빅리그 첫 스윙을 했고, 타구는 우익수 키를 넘기며 결승 3점 홈런으로 연결됐다(애틀랜타 16-5 승). 빅리그 데뷔 타석, 첫 스윙을 결승 3점 홈런으로 연결한 이 좌타 우익수는 바로 2009시즌 BA(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올해의 마이너리거'로 선정된 '대형 유망주' 재이슨 헤이워드(26·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빅리그 첫 타석, 첫 스윙을 결승 3점홈런으로 날리며 '화려함의 정수'같은 데뷔전을 가진 헤이워드에 비하면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의 빅리그 데뷔는 더디고 초라하다.


강정호의 빅리그 첫 안타의 순간

데뷔 첫 경기를 대타로 나서 내야땅볼에 그친 것은 물론, 두 번째 경기는 9회 대수비 출전, 세 번째 경기이자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는 삼진 2개를 포함한 3타수 무안타. 그리고 13일 데뷔 4경기 만에 드디어 첫 안타를 신고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안타조차 다소 행운이 따른, 화려하거나 돋보이지는 않는 그런 안타였다.

강정호는 13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7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2로 앞선 7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때려냈다. 앞선 두 타석에서는 밀워키 3루수 아라미스 라미레스의 호수비에 막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운 좋은 안타였다. 물론 강정호의 기술적인 베팅 컨트롤이 빛나긴 했지만 분명 행운이 아니었다면 안타가 되기 힘든 타구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제 강정호의 미래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강정호 역시 경기 후 "간절히 원하던 안타였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분명 화려하거나 눈에 띄지는 않는 출발이다. 그러나 강정호는 개막한 지 일주일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겪어봤다.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키도 했고(개막전, 7일경기), 대타 출전(9일 경기), 대수비 출전(10일 경기), 주 포지션 선발 출전(13일), 타 포지션 선발 출전(14일) 등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타자라면 해볼 수 있는 사실상 모든 것을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강정호의 빅리그 첫 안타는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28세의 나이에 완전히 다른 문화권과 야구를 하고 있는 곳에 와서 차근차근 적응해 가는 것은 필수적이다. 밖에서 볼 때는 왜 곧바로 장타나 홈런, 타점을 올리지 못하고 선발 출전 횟수가 적은지 안타까워하고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분명 강정호는 지난 일주일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메이저리그만의 문화, 야구법 등을 눈으로, 귀로 터득했을 것이다.

물론 시작이 화려하고 끝도 화려하며 가장 좋다. 그러나 모두의 시작은 화려할 수 없다. 빅리그 아시아 최다승인 124승을 거두고 은퇴한 박찬호조차 데뷔전(1994년 4월 9일)에서는 '볼넷-볼넷-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미약한 시작을 한 바있다. 첫 승도 메이저리그 데뷔 후 2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그에 비하면 강정호는 훨씬 더 수월하게 데뷔시즌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경기 출전도 못했던 강정호는 어느새 안타까지 때려내며 진일보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 직행한 야수'라는 개척자의 길을 걷고 있는 강정호에게 첫 안타는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았던 닐 암스트롱이 말한,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는 명언처럼 위대한 도약을 위한 화려하진 않지만 의미있는 첫 걸음이었을 것이다.


빅리그 첫 안타 공을 케이스에 넣어 보관한 강정호

사진= ⓒAFPBBNews = News1, 피츠버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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