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우려에도 자본주의 바람 타고 음란물 확산
2009년 '성 녹화물 유포형' 신설했지만 효과 미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의 음란물 촬영설이 불거지면서 북한 의 음란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아사히신문은 고위 탈북간부의 말을 인용해 리설주가 음란물을 촬영한 혐의로 북한 예술가들이 처형된 사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인민보안부가 '리설주도 전에는 자신들과 똑같이 놀았다'는 단원들의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리설주는 은하수 관현악단에서 활동한 바 있다.

이에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최고 존엄을 비방 중상하는 모략적 악담질이다. 최고 존엄을 걸고 드는 자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든 추호도 용서치 않고 가차 없이 징벌할 것"이라며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정면 반박했다.

리설주와 관련된 추문이 나오게 된 계기는 '현송월 처형설'이 불거지면서다. 지난달 말 김 제1위원장의 옛 애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과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인 문경진 등 가수·연주가·무용수 10여명이 자신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판매하고 음란물을 시청한 혐의로 공개 총살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사실 북한의 가수나 배우 등이 음란물 제작에 관련됐다는 소문에 휩싸인 건 처음이 아니다.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인기 배우 변미향이 찍은 음란물 동영상이 일본에서 유통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변미향은 처형은 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 음란물 유통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다. 2003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입수한 북한 내부용 문서 '이색적인 녹화물은 사회주의를 좀먹는 독해물이다'에는 "퇴폐적인 영화는 번잡한 생활 등 반동적인 사상문화를 생활풍조에 만연시켜 사람들을 사상적인 불구자로 만든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건은 북한 노동당이 당 고위 간부들에게 배부한 것으로 북한 당국이 음란물의 확산을 문화적 체제 존립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간주한 사실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의 우려는 그대로 적중했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고 주민 통제력이 약화되자 퇴폐적인 성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일반 주민뿐 아니라 권력자들도 조직적인 기쁨조 운영, 자극적인 음란물 시청 등으로 논란이 됐다. 급기야 북한은 2009년 형법을 개정해 '성 녹화물을 반입·보관·유포한 경우 5년 이상 10년 이하 노동교화형'을 신설하고 공안기관을 총동원해 퇴폐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북한 내에서 음란물이 '돈벌이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2010년 탈북한 대북 소식통은 "제작된 음란물은 북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의 10배가 넘는 개당 3만, 4만원의 고가에 팔리고 있다. 음란물은 평양·함흥 등지에서 유통되는 것은 물론 중국 상인에게 판매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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