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호스트바 종업원, 낮엔 가짜 환자… 보험사기 일당 80명 적발

서울 강남 일대 유흥가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 수억원을 타낸 호스트바 도우미(호스트) 공급 업주와 호스트 등 일당 8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구 논현동, 청담동 등지에서 음주운전자나 신호위반자를 대상으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수법으로 2008년 8월부터 올해 9월까지 총 47차례에 걸쳐 보험금 5억여원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쌍둥이인 송모(28)씨 형제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또 송씨 형제의 지시로 가짜 환자행세를 해 병원비를 타낸 호스트 8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남성접대부를 호스트바에 공급하는 보도방을 운영해 온 송씨 형제는 2010년 10월 오전 4시쯤 청담동에서 카렌스 승용차로 박모(30)씨가 모는 미니쿠퍼 승용차에 고의 접촉사고를 낸 후 "음주운전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 합의금으로 495만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사고 당시 탑승하지도 않은 호스트 5명을 가짜 환자로 위장해 보험금 1,034만원을 더 타냈다. 또 올 8월에는 청담동의 한 일방통행도로에서 역주행하던 김모(28)씨 차량을 들이받아 탑승자 10명 치료비 등의 명목으로 1,891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송씨 형제는 환자로 위장한 호스트가 받은 합의금의 80% 이상을 차량유지비 명목 등으로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대 남성들이 수십회에 걸쳐 교통사고 접수를 했다'는 보험사의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특히 쌍둥이 중 형은 2010년 11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자신의 BMW 차량이 화재로 모두 타버렸다며 보험금 5,685만원을 타내기도 했다. BMW 차량은 송씨가 헐값에 사들인 중고차로 구동장치도 없어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며 다른 차량을 이용해 사고현장으로 차량을 옮긴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동생이 또 다른 BMW차량을 몰고 가다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은 사고가 났다며 수리비 명목으로 보험금 2,400만원을 타냈으나 이 차량 역시 운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송씨 형제는 이렇게 번 돈으로 고가 수입차 페라리 등을 몰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며 "가짜 환자들이 강남의 H병원에 주로 입원한 만큼 병원의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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