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1년 3개월 만에 작은할아버지 찾아

북한을 이탈해 한국에 정착한 2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국내 친척을 찾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1일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A(23.여)씨가 국내에 입국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A씨는 북한과 이질적인 국내 환경에 적응하느라 허겁지겁 1년을 보내고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자 혈육 찾기에 나섰다.

어렸을 때 북한에서 부모로부터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작은할아버지 B(77)씨가 한국에 살고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홀로 지낸 A씨에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종조부 찾기란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만큼이나 어려웠다.

이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대상은 그녀가 입국했을 당시 정착을 도운 강북서 정보보안과의 강영호(41) 경사였다.

강 경사는 그녀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지난 9월 말부터 `혈연찾기'가 시작됐다.

강 경사는 우선 경찰 민원실의 `헤어진 가족찾기 프로그램'에 따라 전국 경찰청 전산망의 지역조회 및 연령조회로 대상자를 10여 명으로 압축했다.

하지만, 연령대가 높아 연락되지 않는 사람이 많아 확인이 쉽지 않았다.

강 경사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듯한 기분이었지만 B씨가 혹시 이산가족찾기 행사에 참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그것이 적중했다.

통일부에 협조를 요청해 B씨로 보이는 사람이 몇 년 전 이산가족찾기 행사에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그를 찾는 데 성공한 것.

얼굴을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지난 10월 중순 첫 만남에서 퍼즐 맞추기 식으로 가족과 고향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그들은 한 핏줄임을 확인하고 뜨거운 포옹을 했다.

강 경사는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A씨가 혈육을 찾게 돼 매우 기쁘다. 앞으로 한국사회에 적응을 잘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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