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과 이중성에 가하는 마광수의 비판… 비평집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 출간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 모든 사랑에 변태도 없다. 모든 사랑에 퇴폐도 없다. (중략) 섹스가 사랑이고 사랑이 섹스다. 인간의 사랑은 개나 돼지의 사랑과 똑같다. 개의 섹스에 무슨 윤리가 필요 있는가?"(13쪽)

시인 겸 소설가인 마광수 연세대 교수가 도발적인 제목의 문화비평집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에이원북스 펴냄)를 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과 미공개 비평 등을 모아 묶은 것이다.

이 기간 마 교수는 1989년 낸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때문에 강의권이 박탈되기도 했고 1992년에는 소설 '즐거운 사라'가 외설이라는 이유로 구속됐으며 이후 동료 교수들에 의한 재임명 탈락의 위기와 그로 인한 우울증, 제자 시 도작과 그로 인한 강의 폐쇄 등 어수선한 일들을 겪어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집필된 이 비평집의 글들은 대부분 "'도덕'에 대한 저항의 기록들과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비판"이라고 마 교수는 설명한다.

도덕 중에서도 특히 불륜에 대해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 '임마뉴엘부인' 등의 문학작품과 자신의 "달콤했던 불륜의 경험"을 들어 "행복을 무차별하게 짓밟는 주범"이라고 말한다.

또 지식인 사회에 "확고한 이데올로기 신봉자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이데올로기에 완전히 무심한 서민측에도 못 드는 '어정쩡한 회색인'이 상당히 많다"며 "이들의 이중적 자기모순이 그들의 외침을 더욱더 공허하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문학에 대한 글 중에서는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마 교수와 비슷한 필화사건을 겪었던 장정일의 시 작품에 대한 혹평이 눈에 띈다.

그는 장정일의 1988년작 시집 '서울에서 보낸 3주일'을 황인숙의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와 비교해 "장정일의 시에 나타나는 에로티시즘은 황인숙의 그것만큼 귀엽고 건강하지 않다"며 "상업적 센세이셔널리즘의 냄새가 짙게 깔려 있다"고 말했다.

김용옥, 안성기, 이어령, 중광스님에 대한 '인물론'도 흥미롭다.

특히 도올 김용옥 교수에 대해 "결국 대단히 수구적인 보수주의자요, 조선조의 양반문화에 대한 향수병에 걸려있는 '복고적이고 회색적인 지식인'"이라며 "'선전용'으로 이용되는 기행(奇行)은 추한 '선정주의'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392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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