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에 실린 제목을 직접 써준 소설가 이외수(오른쪽)와 최진호 작가. 20년간 자료조사 끝에 완성한 '미소 그리고 사랑'
[스포츠한국미디어 김윤희 기자]“한류 선비정신의 시작이 최치원 선생의 풍류도라고 본다. 우리나라 정신적 지주로서 최치원 선생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최진호 작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통일신라시대의 학자 최치원(857~?)을 지난 2013년 이후 무려 세 차례나 공식 언급해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최치원의 일대기를 장장 5권의 대하소설로 풀어낸 주인공이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력도 특이하다. 고위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해 현재 세무법인 대표이사로 있는 최진호(68)씨는 오로지 최치원의 사상과 정신적 가치에 주목해 지난 20년간 자료를 모으고, 유적지를 답사했으며 그 결과를 총망라해 지난 3년간 소설을 썼다.

최치원 연구에 평생을 바친 국립한국전통문화대학교 최영성 교수는 소설 ‘미소 그리고 사랑-동방의 별 최치원’ 추천의 글을 통해 “1천 년 전의 글로벌 천재를 이 시대에 부활시키려 한 작가의 고심”에 주목했다. 또한 “최치원의 일생이 최작가의 고증과 상상력에 힘입어 생동감 있게 다가왔다”면서 “한중 역사에 대한 해박함이 돋보이며 최치원이 남긴 시문을 적절히 배치해 소설의 품격을 높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최진호 작가는 자신의 남은 일생을 최치원 알리기에 쏟아 부을 계획이며, 이번에 출간한 소설로 그 첫걸음을 내디뎠다. 최 작가는 “최치원 기념관을 필두로 순국선열 충혼 추모관을 한류문화성지로 조성해 세계인이 우리 인물과 문화를 배우러 한국에 오기를 희망한다”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후손으로서의 책임감인가? 최치원 일대기를 소설로 쓰게 된 계기는?

“후손이라서 썼다기보다 최치원 선생의 선비정신을 알리기 위한 취지가 핵심이다. 최치원하면 당나라 유학파 천재로만 알거나 당나라에서 벼슬을 했다는 이유로 사대주의자로 평가 절하돼 있지 그분의 행적을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치원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살펴보면 이국이민(利國利民) 정신으로 한평생 태평성대를 구현하기 위해 말과 행동이 초지일관된 삶을 살았다. 95세까지 신선처럼 살다간 학자였고 탁월한 지도자였다.

제가 경상남도 함양출신인데 이곳에는 최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위천 옆을 따라서 조림한 ‘함양상림’이 있다.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농민들과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조성한 인공조림장이 천년이 넘은 지금까지 보전되어 있다. 이렇듯 선생은 가는 곳마다 백성들을 가르치고, 이롭게 하는 등 업적이 많다. 그는 행동하는 지성이었고 끊임없이 자신을 절차탁마한 노력하는 천재였다."

▲최치원 선생을 21세기형 인물로 평가했는데.

"최치원이 31세 때 지은 진감선사비문의 첫머리에는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출신국에 따라 차이가 없다'고 설파했다. 지구촌 시대, 글로벌 시대라고 하는데 이미 그때 선생은 지구촌의 모든 사람은 하나고, 나라도 없고 귀천도 없다고 주장했다.

시문집 ‘계원필경’에 보면 `남이 백을 노력하면 나는 천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고 했는데 그 열정과 노력정신은 시대불문 유용한 삶의 가치고, 도교와 불교, 유교에 통달한 사상가면서도 거기서 더 나아가 풍류도를 창안하는 등의 융합 정신은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하는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소설에서도 자신의 소승적인 이익이나 출세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국가라는 공동체를 생각하는 양심 있는 지성인의 표본으로 최치원을 그렸다. 선생이 단지 전설적 인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교훈을 주는 살아있는 스승이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최치원의 사상을 응축한 단어로 미소와 사랑을 생각했다. 최치원은 미소 지을 수 있는 자가 되기 위해 남이 백을 하면 천배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화룡정점의 미소가 동방군자국 사람의 미소(美笑)라고 했다. 풍류의 사랑에 대해서는 맹자가 말씀한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예수가 말씀한 사랑을 융합하여 서로 통할 수 있는 마음을 ‘풍류의 사랑’이라고 했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기운은 건강에서부터 일어나므로 기운이 일어나야 사람과 나라, 우주, 대자연 등을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사물의 현상이나 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조건 없는 사랑이라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최치원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당시 시진핑 주석이 최치원의 한시 ‘범해’를 낭송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한중간 교류는 이미 천년도 넘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동반 관계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본다. 또 최치원의 소통과 융합, 풍류도 정신, 노력 정신을 시진핑이 높게 평가하며 자신의 정치덕목으로 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풍류도는 우리 고유의 도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그 뿌리에 해당하는 분’이라고 소설가 이외수 선생이 추천 글을 써줬는데 평소 인연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이외수 선생도 함양 출생이라 문전박대는 당하지 않겠다 싶어서 연락했는데 이심전심이 됐다. 마침 이 선생도 함양군수로부터 최치원의 사상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더라. 책 제목의 경우 갑자기 젓가락 하나 꺼내더니 천년이 가도 변하지 않는 유채화 씨로 새긴 먹물이라면서 직접 써주셨다. 분에 넘치는 영광을 받았다."

▲향후 계획은?

"최치원 선생이 종사관 직책으로 근무했던 중국 장쑤성 양저우 시에는 놀랍게도 최치원 선생의 기념관이 서있고 10월 15일을 최치원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내세울만한 최치원 기념관이 건립돼 있지 않다. 일전에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에서 미켈란젤로가 작업한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면서 최치원 일대기를 3300호점의 그림으로 그리겠다는 꿈을 품었다. 강정환, 구자승 화백과 이미 얘기가 되어 있는데, 최치원을 필두로 순국선열충혼추모관도 한류문화성지로 조성해 세계인이 우리 인물과 문화를 배우러 한국에 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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