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 보고 자란 세대와 공감하고파… 나는 아직 진행형"

김청기 감독의 로봇 태권브이 수묵화, 김청기 감독 사진 제공
"최근 2~3년간 그림만 그렸어요. 서라벌예대에서 회화를 배웠는데, 요즘엔 그림 그리는 게 재미있고 이때가 가장 행복해요"

1976년 애니메이션 '로봇 태권브이'를 선보였던 김청기(74) 감독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로봇 태권브이를 등장시킨 자칭 '엉뚱 산수화' 또는 '엉뚱 풍속화'를 선보이며 화가로 변신한다.

김 감독은 26일부터 4일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리는 '2015 키덜트 엑스포'에서 자신의 그림 실력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관람객과 만날 그의 수묵 담채화 10여점은 발랄한 상상력을 담고 있다.

자연 속 조그만 초가지붕 서당 마루에는 선생님과 학동들이 보인다. 이때 마당에 서 있는 한 어린이가 건너편 산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로봇 태권브이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또 다른 그림에선 여러 사람이 가던 길을 멈추고 저편에서 인사하듯 왼쪽 손을 들고 있는 로봇 태권브이를 바라보고 있다.

김 감독은 "제가 만화 작업부터 시작한 사람이어서 그리는 것이 익숙하다"며 "내년쯤 화랑에서 개인전을 하고 싶어서 70여점 정도 그렸는데, 이번에 대중 앞에 먼저 선을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옛것을 재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산수화, 풍속화에 상징적으로 로봇 태권브이를 그려넣었다고 한다.

"개화기에 선교사들이 회중시계 같은 새로운 물건을 보여주면 당대를 살던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깜짝 놀랐다고 하지 않습니까. 옛 그림에 태권브이가 등장한다면 이것을 보고 자란 40~50대와 공감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관람객들이 유년기에 로봇 태권브이를 봤을 때의 신선함, 이로 인해 펼쳤던 상상의 나래 등 추억을 돌이켜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그는 말했다.

소통 매개체로서 산수화 같은 그림에는 작가가 담아내려 한 이야기가 있고 상징성이 존재하며 자연에 대한 겸허함이 들어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올바른 평가'를 받고 싶다며 관객 반응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애니메이션 로봇 태권브이는 내년에 제작 40주년을 맞는다.

새로운 영상작업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늘 생각하고 있지"라고 답했다.

자신은 2D 애니메이션만 했고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어도 일일이 손작업을 했는데,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으니 "완성도 높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꿈이 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는 진행형의 사람"이라며 "요즘도 스토리 구성은 어떻게 할까, 이런 생각을 하며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1941년생인 그는 로봇 태권브이, '우뢰매' 시리즈 등을 1970~1980년대에 선보이며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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