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성폭행 문제의 공론화 계기가 된 뉴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이곳에 사는 여성들은 여전히 성폭행 불안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는 16일 뉴델리에 사는 13∼55세 여성 2천257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91%가 지난 2년 동안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사 대상자의 97%는 어떤 형태로든 성희롱·성추행·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91%의 여성이 돌아다닐 때 성적인 언급을 듣거나 자신을 향해 휘파람을 부는 남성을 맞닥뜨렸으며, 70%는 신체적 접촉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조사 대상자의 2%인 50명 이상이 강간 등 직접적인 성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성희롱 등을 겪은 장소로는 버스 안(67%), 시장(62%), 길(60%), 지하철(42%) 등 대중이 밀집한 장소를 거론했다.

하지만, 인도 여성들은 이 같은 경험을 공론화하는 데는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 등을 당하고 나서 62%는 아무런 조치를 한 바 없다고 답했고, 45%는 가족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족들이 자신의 외출을 제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자는 6%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낮은 신고율의 이유로 여성들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을 지적했다.

경찰이 아무 조치를 안 하거나 사건 접수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자가 53%, 오히려 사건을 축소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응답자가 22%나 됐다.

뉴델리에 사는 주부 사루 바라일리 가트라지(26)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당시 사건 후 성폭행 처벌법은 강화됐다는데 여전히 밤에 거리를 나설 때는 무섭다"면서 "남자들이 잘못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감싸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12월 16일 23세 여대생이 남자친구와 함께 뉴델리 시내에서 영화를 보고 심야 버스를 탔다가 운전자 등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당해 숨지면서 전국적으로 여성 안전을 요구하고 성폭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인도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 사망 시 가해자에게 최고 사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성폭력의 범주를 확대하는 등 처벌법을 강화하고 일선 경찰서에 성폭력 담당 여성 경찰관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당시 사건 가해자들은 교도소에서 숨진 1명과 미성년자 1명을 제외한 4명에게 모두 사형이 선고됐지만, 대법원은 재판과정에서 이들의 방어권이 침해됐다는 청원을 받아들여 사형 집행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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