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설문조사] 내생애 가장 골때리는 떡장소

어린이 대공원을 탈출한 코끼리가 가정 방문을 하고 북한산에서 내려온 멧돼지가 한강을 헤엄치자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도 흥미로워한다. 코끼리라고 남의 살림살이가 궁금하지 말란 법 없고 멧돼지도 충분히 물장구 치며 놀고 싶을 수 있는데. 그건 다 코끼리는 동물원에, 멧돼지는 깊은 산 중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가.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프로레슬러들이 링 밖으로 내던진 상대선수를 향해 날아오른 뒤 바닥에 한 바퀴 구르며 착지, 마침 준비된 철제 의자를 접어, 지나치게 긴 시간 동안 정신 못차리고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여전히 비틀대는 상대방의 마빡을 후두려 까는 장면이야말로 프로레슬링 경기의 백미라는 건 잘 안다.

그 바람에 관중들에게 쓰러지고 난장판이 되면 -그게 50년 전통의 뻔한 시나리오일지라도- 비로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관중들이 포효하며 열광하는 것만은 틀림 없다.

그러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사각의 이부자리 링 위에서만 진정한 떡치기 한판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해버린다면 당신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연산을 수행했다는 거다.

최근들어 대자연을 사랑하는 청년을 만나고 있는 c양. 초딩 시절 잠자리 안경을 쓴 영록 오빠를 보고 첫눈에 반해 시집가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입술이 애기 궁둥이만한 아줌마가 이미 차지했다는 사실을 알고 체념한 뒤 지금까지 숱하게 이상형이 바뀌었다.

노래 잘하는 남자에서 짬뽕 잘하는 남자(필자 주: 짬뽕은 고무공을 이용한 야구 비슷한 경기로 80년대 후반 전국 초딩학교 운동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구기 종목)를 지나 강백호처럼 농구 잘하고 귀여운 남자만을 찾던 사춘기 시절. 그러다 대학을 가니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웃기는 남자에게 집착했다.

어느 순간 나이란 걸 쳐먹으면서 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참 빨리도 떴구나) 키 크고 잘 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선호하느라 지독히도 외로운 시절을 보냈다. 후후. 100년간 이어진 나니아의 겨울 같은 혹독한 시절이 지나자 비로서 c양에게 깨달음이 찾아왔다. 남자는 뭐니뭐니해도..속궁합이 맞아야 한다!

그리하여 '남자가 차가 없으면 어떻고 직업이 없으면 어떠냐 떡만 잘친다면'이라는 또렷한 주관을 갖게 된 c양. 자지만 실하다면야 머나먼 전철길도 마다 않고 달려가 나서서 모텔비를 지불하는 호방함도 보였다. 그리하여 '건강'이라는 유일한 공통점만을 가진 연령, 학력, 국적(은 아직…-_-)불문의 각계 각층 남성들과 환상의 떡치기를 나누기에 이르른다.

최근 섹스를 나눈 남자가 몇 명이냐는 산부인과 의사의 질문에 고개를 한번 갸우뚱 하고는 '최근 한달이요?' 하던 사만다 언니에 비하면 새발의 피의 적혈구의 헤모글로빈만큼도 못 미치지만 스스로 만족스런 성생활을 영위한다고 찰떡같이 믿어버리니 당연히 남들의 '남다른' 성생활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를 터.

그러던 중 아까 잠시 언급한 대자연을 사랑하는 청년을 만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마음 편한 주말 동안 깔끔한 모텔을 이용한 안정된 패턴의 데이트를 즐기던 그녀에게 난데 없이 등산을 가자는 남자의 제안에서 시작된다.

등산에서 돌아온 c양은 본인이 집필하고 본인만 본다는 에 '공기 좋은 데서 치는 떡은 맛도 좋다'는 항목을 추가하며 조용히 전화기 및 메신저를 가동했다. 그리고 세계평화의 해답은 전 지구인의 명랑떡치기라는 평소의 굳은 신념에 따라 인류를 명랑케할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떡치기 장소는?

바로 이 글은 그 조사를 토대로 이뤄졌다. 따라서 순도 100% 리얼 쌩 실화이다. 피디수첩의 검증도 자신있다.

새해를 맞아 여러분들께 선사한다. 순위는 아니고 내가 볼 때 노말한 것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언노말한 것 순으로 나열했다. 이 조사를 참고하시어 사각 침대를 벗어나 자유롭게 훨훨 날아오르는 명랑생활 영위하시고 부디부디 즐떡하시라.


각종 방

▲ 노래방앗간

동방의 작은 나라, 흰색을 사랑하던 민족은 어찌나 방도 사랑하는지 소주방, 노래방, 비디오방, 게임방, 찜질방 각종 방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비디오방이야 모텔 입성의 전초전 정도로 여기겠지만 c양에겐 안좋은 추억이 있다.

이부자리 밖에서 빤스를 내리는 것은 불경하다고 믿던 시절,(언제냐고 묻지마라 분명 존재했다) 비디오방에서 키스를 나누다 손가락의 빤스 침투를 허용 하네 마네로 실갱이를 벌이던 둘. 결국 사랑과 본능 앞에 무릎을 꿇은 c양은 아무리봐도 침대 같은 소파 밑에 깔려 빨리 싸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 밖 어둠을 뚫고 반짝이는 눈동자와 마주치고 만 것. 지금같으면야 윙크를 날려주겠지만 어리고 또 여렸던 c양은 서럽게 울어대며 남친을 밀쳐내고 다시는 비디오방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 밖에 노래방에서 16비트 댄스곡에 맞춰 남친 무릎 위에 앉아 떡방아 찧으면서 노래 부르기, 한적한 이른 아침 피씨방에서 여친을 무릎 위에 앉혀놓고 틀린 그림 찾기, 등이 있었다.

교통수단

불 꺼진 버스의 맨 뒷칸. 아무도 모르게 표정을 숨긴 두 남녀의 서로를 애무하는 손길.

이건 리쌍이라는 그룹의 노래 가사다. (곡명:JJJ ? 왜 제목이 JJJ인지 아시는 분?) 그렇다. 버스나 전철 안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샴쌍둥이 족들의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소 남의 이목을 중시하는 c양도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이상이 되면 마빡에다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써 붙인 뒤 자꾸만 눈을 계란 풀 듯 풀어 헤치고 프스스 웃으면서 남자의 팔뚝을 가슴 팍에 비벼대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차, 비행기, 버스 안에서 농도 짙은 애무 이상의 떡치기가 가능한가? c양의 친구이자 수서동 여왕벌은 이렇게 대답했다.

다 돼. 강인한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_-

공공장소

어느 건물로 불쑥 들어가 계단 비상구나 화장실을 찾았다던지, 옥상으로 올라갔다던지, 지하주차장에서 씨씨티비로 보던 경비에게 걸렸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흔하니 생략.

하지만 버스 정류장이라는 대답은 어찌 설명될지? 한창 사랑을 나누다 버스가 도착해서 문이 열리면 어떻게 탑승할겐가... 둘이 동시에 탑승하는 거냐 뭐냐 의문이 남는다.

공공장소에서 명랑질의 불청객으로는 청소부 아줌마, 배달의 기수 짱깨맨, 택배아저씨 등이 있다. 잔소릴 하나 추가하자면 '코푼 휴지'는 제발 수거하십시다. 이딴 식으로 하다간 공공장소 벽에 금연딱지 말고 금??滑?붙을 날 멀지 않았다.

학교 도서관

비슷하게는 빈 강의실이 있겠다. 아니지, 도서관보단 빈 강의실이나 과방이 아닐까.

그러나 도서관이라고 답한 e양은 마침 학교 도서관 운영위원회였던 거다. 본인의 직책을 이용하여 감히 도서관 문을 걸어 잠근 뒤 책상 위에 자빠져 책 냄새를 맡으며 떡을 쳤다나. e양은 내 생에 가장 인텔리한 섹스였다고 추억했다. 다른 운영회 학생이 스페어 키로 문을 따고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다.

자동차 본네뜨 위

이것은 카섹스에 포함되는가, 아님 야외 섹스로 분류되야 하는가. 의견이 분분했던 항목이다.

재수생과 사귀던 대딩 c양. 엄마 아빠가 마실나가는 날만 기다릴 뿐, 모텔 벽에 붙은 플랜카드의 대실 2만원은 큰 방을 싸게 주는 줄로 알던 순백의 시절 어느 늦은 밤이다. 둘은 귀엽게도 손을 잡고 호떡을 씹으며 길을 걸었다.

어머 자기야 달이 밝다. 학생커플은 돈이 없는 대신 그만큼 낭만이 있지 아니한가(라고 생각하고 싶다_-). 그러다 문득 달의 기운을 받아 발동하는 음심. 어느 후미진 골목에 주차된 남의 차 위에서 치마를 추켜 올리고 말았다. 달이 괜히 밝은 게 아니더라...

산 속

아, 이건 갠적으로 강추 하고 싶다. 유명한 산은 피하고, 등산객이 많지 않은 평일을 이용하라.

북쪽의 어느 지방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던 c양과 자연을 사랑하는 청년이자 이 글의 모티브를 제공한 청년은 잠시 차를 멈추고 계곡 물에 발을 담그기로 한다. 산이 험하지 않은데 조금 올라가 볼까? 얼마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세상과는 완벽하게 분리된 것 같은 자연 속으로 떡하니 와 있었다.

미장원을 나서는 마을여자처럼 말쑥한 전나무들이 둘러쳐진 숲 속, 옆으론 계곡 물이 흐르고 주변엔 다람쥐가 씹다 뱉은 달래 향이 진동했다. 미쳐 버릴 듯 낭만적 장소에 둘은 돗자리를 펴고 준비해간 김밥을 먹은 뒤 구색까지 맞춰 후식으로 과일도 다 까먹었단다.

그리곤 잠시 누워 하늘을 바라봤단다. 마침내 하늘을 봤더니 대낮이었건만 별도 따지더라는 아름다운 이야기다.

준비물 : 돗자리. 무릎담요. 티슈.

쇼핑상가 피팅룸

c양은 남친과 함께 동대문 밀려오네로 쇼핑을 갔다. 3층 남성복 전문매장에서 줄무늬 가라가 들어간 정장바지를 고르던 중 아무래도 입어봐야겠다는 결론 하에, 가방을 주렁주렁 들고 피팅룸까지 따라갔는데.

갑자기 c양의 손을 잡아끄는 늑대인간, 아니 남친. 갈 때마다 전 지구인의 절반 이상이 모였다는 생각이 드는 (특히나 짱꼴라들) 그 시장통에서 늑대인간, 아니 남친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c양은 희한하게 찍소리 않고 딸려 들어갔다더라.

일단 들어가니 존내 쫍더라는 것. 바싹 붙어서서 숨소리도 못내고 있는데 늑대인간, 아니 남친이 바지와 함께 빤쓰까지 훅 내려버리자 이미 있는 대로 화가 난 녀석이 고개를 쳐들고 있더란다.

거의 매일 보지만 옆 칸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정확히 들려오는 와중에 아무런 방음 기능을 못하고 허접한 나무 판때기일뿐인 칸막이 안에서 떡을 치려니 숨이 막혀왔단다. 짧고 굵게 끝내기 딱 좋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성정 급한 한국인들이 화장실에서처럼 바깥에서 문을 두드리면 낭패.

이제 조사하면서도 진짜 이상하다고 생각한 세 곳만 남았다. 당혹감에 코멘트도 길게 못달겠다.

남산 케이블카

이 답안을 적어 낸 b군은 조낸 불친절하게도 자세한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일단 마침 아무도 탑승하지 않고 둘만 타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고, 자세는 그렇다면 바깥 경치를 즐기며 서서 뒷치기?

아 근데 솔직히 더 이상은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단 말이다! 내 아무리 드넓은 명랑대륙 위에 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여전사일지라도 이것만은 못하겠다. 씨바 상상만해도 후달거린다. 좌우당간 격렬한 움직임은 절대로 안될 거 같습니다 여러분.

놀이기구 타면서

이건 또 뭐냐. 도서관운영위원회이던 아까 그 e양은 노때월드의 신밧드의 모험을 타며 또 다른 모험을 즐겼던 걸로 밝혀졌다. 갈수록 태산이다. 강호는 넓고 떡치기는 한이 없도다.

교회

차마 말을 못하겠다. 오 주여. 비어있는 예배당에 몰래 잠입해서 십자가 앞에서 떡을 쳤다던 일화. 이상하게 성스러우면서도 무언가 두려움이 엄습하는 것이 묘하게 꼴렸다나 뭐라나.

종교는 없으나 지랄같이 꼬이는 인생으로 봐서 신은 분명 있는 거 같은 나로선 이런데서 꼴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성경책에다가 하나님이 자기는 질투의 신이라고 써놨더만 그러다 성령으로 잉태하면 어쩔거야!


얇고 넓은 인간관계로 이뤄진 조사이니만큼 콧방귀를 끼는 고수님들 많을 줄로 안다. 말했듯 강호는 넓고 떡치기는 무궁한 법. 골때리는 나만의 장소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좀 풀어놔 보시라.

가열찬 리플이나 메일 부탁드리고, ??穗?장소가 발견되면 당장에 달려가 시원하게 한판 치고 돌아와 꼴리는 글 써드리겠다. 2006년 개 같이 즐 떡하시라!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