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영화]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오늘 소개할 영화는 [팔선반점의 인육만두 (1992, The Untold Story : Human Mean Roast Pork Buns / 八仙飯店之人肉叉燒飽)]되겠다.

제목에서도 나와있듯 인육을 소재로 다룬 [팔선반점]은 유혈낭자한 하드고어무비로 미국에서도 X등급의 개봉논란을 일으킨 작품이다.

미국에서 X등급을 받고 상영논란이 일어났다는 건 한국에서 상영금지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3류 영화부터 전세계에 걸리는 메이저 영화까지 모든걸 다루는 할리우드에서는 우리가 보지도 못한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도 개봉을 꺼렸던 팔선반점은 어떤 영화일까?

먼저 그 소재인 인육에 대해 조금 말해보자. 인육 즉 사람고기를 먹는 행위는 우리에게 의외로 친숙한 소재다.

어렸을 적에 음식이 끝내주게 맛있는 중국집은 사람고기를 썼기 때문이라는 괴담은 한번씩은 들어봤을 테고, [삼국지]에서도 유비가 전쟁에 지고 피난 시 유안이라는 사람의 집에 묵게 되었는데, 유비가 고기를 먹고 싶어하자 유안이 자기 마누라의 엉덩이살을 잘라줬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러고 보니 이야기 둘 다 중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실제로 중국인들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엔 원나라 때 인육을 먹었으며 그 가격이 쌀값이나 개고기 보다 더 싸다고 나와있다. 인육을 먹는 풍습이 얼마나 성행했으면 [아큐정전]의 저자 루쉰이 '중국인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겠는가. 물론 지금이야 인육을 먹진 않겠지만, 중국인들의 왕성한 식욕은 바퀴벌레까지 먹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조금 끔찍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이건 어디까지 상상이다. 당나라 측천무후 시대를 전후 유례없이 인육이 넘쳐나 다른 고기의 값이 폭락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는 고구려와 백제가 망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으로 유민 수백만 명이 중국으로 끌려 간 직후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어떻게 되었을까? 왜 고기 값이 폭락했을까? 더 길게 적지 않겠다.

홍콩에서 만들어진 [팔선반점]의 스토리는 매우 심플하다. 하지만 단지 살육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치고 엉망은 아니다. 뛰어난 내러티브는 아니지만 무리 없는 연출이나 주연들의 호연은 꽤나 볼만하다.

이 영화는 팔선반점을 배경으로 주인공 웡치항의 살인 행각을 다룬 내용으로, 웡치항은 살인을 한 뒤에 사람의 살코기와 뼈를 발라 만두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먹임으로 살인의 증거를 없애는 엽기 살인마이다.

헌데 무엇이 미국에서도 논란을 일으키고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일으키는 걸까? 팔다리가 뚝뚝 떨어지는 고어영화는 예전부터 지금까지 많이 제작되어왔지만 [팔선반점]에서는 열 살도 안되었을 아이들의 목이 잘려 굴러가는 장면, 사지를 자르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바로 이점이 문제가 되었는데, 잔인한 할리우드의 B급 영화에서도 주로 희생되는 건 어른들로 이렇게 아이들이 살해 당하는 장면을 묘사한 작품은 극히 드물었기에 그들은 치를 떨었다.

영화의 표현수위는 우리나라에선 절대 심의를 통과되지 못할 수준이다. 사지절단은 기본이요, 강간하는 여성의 음부에다 젓가락을 쑤셔 넣고 음모가 그대로 드러나며, 갈비뼈를 들어내고, 내장을 꺼내 뜨거운 물에 삶는다. 영화를 윤리적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이런 영화는 결코 나올 수가 없는 영화들이다.

[베즈 무아]나 [감각의 제국]과 같은 영화의 경우, 섹스신에서 실제 정사를 했던 점 등 선정성을 이유로 윤리적인 측면에서 비난을 받았지만, 반면 긍정적인 평가도 많이 받았다. 오늘 소개하는 [팔선반점] 같은 류의 영화는 언제나 관객들에게 논란을 안겨준다. 이런 고어영화를 단지 영화로만 봐줄 수 있는 것일까?

본인은 몇 년 전에 글을 쓰기 위해 본 영화를 한 번 더 봤는데 예전에 비해 큰 거부감을 느꼈다. 고어영화를 매일 끼고 보다시피 했던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봤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지금도 살육장면에는 큰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도륙하는 장면에선 상당히 께름칙했다.

저렇게 까지 보여줘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영화를 영화로 감상하기에 윤리적이나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것이 영화의 주제를 흐리게 만들기 때문에 배제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예술의 목적은 결국 작품을 통해서 사람과 피드백을 하는 것이므로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영화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인 책임의 문제에 관한 의문점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미국의 아카데미 수상작은 대게 감동적인 작품들로 주로 그네들의 감수성에 부합되는 작품이 상을 타기 마련이다.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말인데 그런 나라에선 [팔선반점] 같은 영화가 제작되지 않는다. 만들어봤자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없고 극장에 걸릴 수도 없다. 유아살인 같은 소재는 윤리적에 크게 문제가 된다.

허나 홍콩은 해냈다. 아무리 중국인의 과거에 인육을 먹었던 적이 있더라도 이런 파격적인 소재가 통용되다니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그뿐인가. 홍콩금상장 영화시상식에서 주연 황추생은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타기까지 한다.

▲ 아무리 홍콩의 안소니 홉킨스 라고 해도, 영어이름에 안소니를 넣을줄이야..

홍콩의 안소니 홉킨스라고 불리는 황추생의 이름이 한국인 들에겐 좀 낯설것인데 [무간도]의 황국장 이라고 말하면 좀 이해가 빠를까? 게다가 팔산반점의 제작자겸 출연자인 이수현은 [첩혈쌍웅]에서 주윤발과 권총질을 하던 바로 그다.

친숙한 배우들이 나오는 [팔선반점]은 영화자체의 스토리는 뻔하지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군더더기 없이 끝나는 엔딩은 꽤나 마음에 든다. 하지만 모든 영화에서 그럴 듯한 메시지를 찾는 분들은 보지 않길 권한다. 얼마나 잔인한지 한번 볼까? 이것이 바로 이 영화를 관람하는 제대로 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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