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화상교재] 삽입만세

한국 에로물의 엉성한 내러티브와 작위적인 연기를 못견뎌하는 개인적인 기호가 반영되다보니, 역시 성인 기획관의 '이야기 없는' 에로물들이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인듯 싶다. 이번주는 의외의 참신한 발상과 튼실한 유머감각으로 필자를 즐겁게 만든, [삽입만세]를 소개 해볼까 한다.

본격적인 소개 전에, 교육적 효과와 오락성을 합한 신조어가 에듀테인먼트라는 합성어임을 떠올려보자. 에로물과 에듀테인먼트의 결합은 사실 그리 드문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에로물로서의 '카마수트라'나 '소녀경' 역시 본질적으로는 그런 방향성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현대의 한국사회는 에로물에서 '영어 어휘 학습'에 촛점을 둔 에듀테인먼트적 기획을 가능하게 했다. 빠굴리쉬(빠구리+잉글리쉬) 라는 단어가 그 결과물인 셈이고, 이 유쾌한 소제목을 달고 제작 된 이 작품은 시대감각에 발맞춘 건전함과 신선함을 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국 에로계에도 드디어 에듀테인먼트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게 될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자, 이쯤에서 우선 당신의 섹스에 대한 상식으로서의 영어 어휘 테스트를 해보도록 하자. queening 이란 단어의 뜻을 아는 사람? godemiche 가 뭔지 아는 사람? brand 가 섹스에서 어떤 의미로도 사용되는지 아는 사람?

필자의 상식 부족인지 몰라도, 위의 단어들은 전부 이 에로물을 통해서 알게 된 것들이다. 얼마나 유용한 상식인가는 논외로 치고, 하루에 새로이 하나를 배웠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말이다.

이 비디오는 각 에피소드마다 남녀 배우 한명씩을 카메라에 앉혀놓고 저 단어들에 대해 영영사전적인 강의를 한다. 근데 이 과정이 미리 대본이 없는 즉흥적인 답변과 반응으로 담겨져 있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실감나게 감탄하고 농담하며 고개를 끄덕 거린다. 이 과정이 일단 충분히 즐겁다.

그럼 유익하고 재밌는건 알겠는데 에로물의 본연의 목적은 대체 어디에서 발견해야 되는걸까. 이 '학생'들이 팬티 하나만 입은 누드 상태라는 대답은 너무 뻔하게 예측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이 배우들은 전체적으로 어리고 순진해 보이는 인상을 하고 있어서 학생이란 이미지에 비교적 잘 맞고 있고, 여배우들의 몸매도 전체적으로 썩 괜찮은 편이니 눈이 이미 즐거워진다. 단지 카메라 앞에서 밋밋하게 앉아서 떠들기만 하기에는 민망했던지 이들은 어떤 단어들에 대해서는 그 예를 몸으로 직접 보여주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와주려 애쓴다.

예를 들어 보자면, queening 이란 단어는 'when a woman sits astride a person's face and forces her cunt therir mouth and nose, for cunnilingus or bleath control.' 이란 뜻을 담고 있는데, 이를 위해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다가 여자가 자신의 엉덩이로 남자의 얼굴에 깔고 앉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각적 교육효과를 거두는데 성공한다.

'야, 숨막혀 죽는 줄 알았잖아~' 라며 호들갑 떠는 남자배우의 농짓거리도 이런 분위기에선 재밌게 받아들일만하다.

근데 설마 저 위의 단어가 너무 긴 영어라서 혹시 딱딱할까봐 긴장하는 사람이 있을까? 글쎄, 벗은 남녀가 모텔방에서 카메라 앞에서 영어 배우는 분위기가 얼만큼이나 딱딱해질수 있을까. 실제로 각 단어에 대한 설명은 전체 분량의 10프로도 안되고 나머지는 전부 농담과 장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단어와 관련해 개인적인 체험을 이야기하는 인터뷰적인 내용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 인터뷰가 실제 이들의 이야기이다보니 술자리에서 은밀하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고백하는 식의 오밀조밀한 재미가 느껴진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통해 이 에로물이 지향하는 재미를 발견해보도록 하자.

우선 화자는 finger-fuck 이란 단어의 의미가 'maturbate by means of inserting one's finger into the vagina' 임을 설명해준다. 그리고는 덧니 난 앳된 얼굴의 여배우를 향해 해 본 적 있냐고 묻는다.

'아뇨. 별 느낌이 없던데.. 손가락 넣는게 좋다고 그래서 넣어봤는데 아무 느낌 없던데요. 여자는 클리토리스가 주 ...'

그 순간 옆에 있던 까불이 남자배우가 끼여든다.

'그게 손가락 하나를 넣으니까 못 느끼지. 너는 한 두세개는 넣어줘야 되는건데. 담부터는 꼭 두세개씩 넣어라. 알겠지?'

그때 강사(?)의 주먹이 카메라 앞으로 튀어나온다.

'아주 니 입에다 주먹을 넣어주고 싶다 야.'

다들 즐겁게 낄낄 거린다.

위의 분위기로 알 수 있듯이, 이 에로물은 현장에서의 잡담과 장난을 그 분위기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 민망해하면서 조근조근 얘기하는 앳된 여배우들의 고백이 귀엽고, 조금은 어깨에 힘을 준 채 자신의 4대 4 섹스담을 구라 푸는 남자배우들도 주위 친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화자의 노련한 유머감각이 끼어들면서 전체 분위기가 매우 유쾌해진다. 비록 여배우가 가슴을 드러내곤 있지만 그것보다 남자 배우의 웃는 얼굴에 더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게 이 에로물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 비디오는 위와 같은 모습으로 인해 관객을 자극하여 보다 힘차게 명랑에 매진하도록 만든다는 일반적인 에로물의 지향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남녀가 명랑이 끝난 후 같이 팔베게하고 낄낄 거리며 보는 후희용으로 더 적합한 감이 있다.

정리하자면, 뜨거운 성적 자극을 기대하지만 않는다면 50여분 동안 충분히 유쾌한 기분으로 영어도 배우고, 배우들의 누드도 감상하면서 즐거워질 수 있는 작품이란 얘기 되겠다.

13분짜리 에피소드 4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에피소드별로 다른 한쌍씩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 본 기사는 반짝반짝 연애통신(www.yonae.com )에서 제공합니다. 퍼가실 때는 출처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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