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경관의 피'서 언더커버 민재 역 맡아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으로 로코킹 급부상

배우 최우식/사진=매니지먼트 숲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이미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2016)과 '기생충'(봉준호 감독/2019)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봤지만 그래도 최우식의 엄연한 전성기는 바로 지금 아닐까.

한창 상영 중인 영화 '경관의 피'(이규만 감독)와 종방을 눈앞에 둔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이 동시기 관객과 안방 극장에 선을 보였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그를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경관의 피'에서는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언더커버 신입경찰 민재 역을, '그해 우리는'에서는 19세 첫사랑 여친과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또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물 일러스트레이터 최웅 역을 열연한 최우식을 최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경관의 피'를 선택한 이유 중에는 액션신이 많다는 것, 그동안 제가 보여드리지 못했던 남성미를 보여드리려고 선택한 게 컸어요. 하지만 이규만 감독님, 조진웅 선배님과의 호흡에 대한 기대감도 컸죠. 이 분들과 함께 하면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대화로 잘 풀 수 있을 것 같았고 과정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영화 '기생충'은 美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을 휩쓰는가 하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운 작품의 주역이었던만큼 차기작을 선정하는데는 이전보다 더 고심이 깊었다.

"'기생충' 이후 부담감이 많았어요. 걱정도 있었고요. 어떤 모습으로 연기를 할지, 어떤 장르를 해야 할지, 어떤 캐릭터로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지 걱정이 됐죠. 결국 제가 답을 내린 게 과정이 즐거운 작품을 하자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이규만 감독님과 첫 미팅이 중요했어요. 누구와 작품을 하는지가 중요했죠. 조진웅 선배님과 함께 하는 것은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캐릭터대 캐릭터로 조진웅 선배님과 싸워보고도 싶었기에 이 현장이 욕심이 많이 났어요. 어떤 사람들과 어떤 현장에서 함께 하는가를 먼저 상상해보고 그게 행복할 것 같으면 참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최우식은 최민재 캐릭터를 통해 이전작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마초적 남성미를 표현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막상 촬영 현장에서는 강한 남성성을 표현하기 위해 속도감 있는 액션신도 중요했지만 최민재라는 캐릭터의 성장을 단단히 그려내는 것이 더 요구됐다.

"민재는 원래 유도 선수가 되려고 했던 그래서 유도가 주종목인 친구에요. 촬영 전 3~4개월 액션 스쿨에서 유도를 했어요. '마녀' 때 했던 것 처럼 합도 짰고요. '경관의 피'에서는 중요한 액션신이 딱 한 번 나와요. 화장실 액션신을 위해 합을 여러 번 공부했어요. 시나리오로 봤을 땐 감정신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어서 감정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유도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하는 운동이기에 제가 힘을 많이 안써도 상대방 넘기고 하는게 재미있었어요. 용기도 났어요. 일반적으로 많이 보여지는 마초의 모습보다 최우식이 표현할 수 있는 남자다움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남자로서 어떤 일을 할 때 신념을 가지고 그 신념을 위해 싸우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죠."

조진웅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고 여러 차례 공개 석상에서 말했던 만큼 그와 함께한 촬영은 최우식에게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극 중 최민재가 언더커버로서 감시하고 조사해야 했던 박강윤에게 점점 동화되어 가듯 최우식 또한 조진웅과의 호흡은 소중하게 남았다.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게 리액션이에요. 조진웅 선배님은 박강윤으로서 저에게 연기를 전달해주셨죠. 보통은 제가 기술적으로 리액션을 해야하는 경우들도 있는데 조진웅 선배와 연기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선배님이 주시는 것만 리액션하면 될 정도로 그 인물처럼 느껴졌어요. 너무 좋았죠. 현장에서 연기를 놓고 토론하거나 그러지 않았지만 서로 믿어주는 자체로 좋았어요. 선배님에 비하면 저는 한참 배우는 후배인데 정말 믿고 저에게 호흡으로 다가오셨어요. 현장이 마치 연기수업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요. 한장면 한장면 선배님이 준비하시는 걸 보며 많이 배웠어요. 조진웅 선배님과 연기하며 생각지도 못한 리액션이 나오는 경험도 했습니다."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첫사랑 여친 국연수(김다미)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절대 그녀를 떠나 보내지 못하는 일러스트 작가 최웅 역을 통해 10대~30대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로 떠올랐다. '그해 우리는'은 넷플릭스 국내 오늘의 top10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했고 전세계 톱9위까지 치솟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뜨거운 인기요? 정말 전혀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마지막 촬영이 2~3일 전 끝났어요. 일을 계속 하고 있다보니 마지막 촬영이 엊그제 끝난게 믿기지 않네요. 저희 회사 식구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지만 100% 칭찬으로 와닿지는 않아요. 기분 좋으라고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밖에 나가고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다면 그런 걸 느낄 수 있을텐데 그럴 일이 없으니 잘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시청자 분들이 더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유퀴즈온더블록'에서 제 남친짤을 다뤄 주셨는데 기분이 꽤 좋았어요. 남친짤을 제가 의도해서 올리거나 한 건 아닌데 많이들 좋아해 주시니 부끄럽지만 너무 감사합니다."

'그해 우리는'의 최웅이나 이전작 전작 '거인'이나 '기생충', '부산행' 등을 돌이켜 본다면 최우식은 유독 소년미도 있고 연민을 자아내는 캐릭터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스스로는 마초 캐릭터에 대한 희망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지만 장르적 특성이 강한 영화적 캐릭터보다 현실 어디엔가 있을 법한 인물들에 잘 녹아드는 것도 그만의 뛰어난 달란트다.

"봉준호 감독님이 저에게 '우식이는 청년의 얼굴을 가지고 있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사실 제가 불쌍하게 보이려고 하거나 불쌍하게 연기하려는 게 아니에요.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더 진실되게 하다보니 불쌍한 캐릭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한 번도 제 캐릭터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당당하게 연기했는데 스크린으로 보면 글로 봤을 때보다 더 캐릭터가 딱해 보일 때가 있더라고요. 제 특유의 그런 지점이 있구나 했어요. 그것이 장점이 되고 무기가 된다고 하면 버리면 안되겠죠. 다만 이런 것도 해봤다면 다른 것도 해보고 싶은 마음인 거죠."

새해 가장 크게 계획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배우로서 자연인으로서 가진 목표를 물었다.

"이번에 '경관의 피'를 마친 후 또 '그해 우리는'을 하고 나서 또 들었던 생각이 정말 강렬한 액션 영화를 찍고 싶다는 거예요. 오랜 시간 준비해서 기똥찬 작품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존윅'이나 '트랜스포터' 같은 영화들처럼 다른 무엇보다 액션이 중요한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사적으로는 인간적인 행복과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그동안 인간 최우식으로서 쌓아온 것이 부족한 것 같아요. 모든 일들을 제가 체험할 수는 없겠지만 배우 최우식 보다 인간 최우식을 더 사랑하고 더 강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래야 제가 보여드릴 연기가 더 좋아질 것 같아요. 어느새 제가 연기 경력 10년이 됐어요. 이제야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엉덩이에 불 붙은 애처럼 앞만 보고 달렸죠. 좋은 연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조금 성장이 주는 에너지도 느끼고 현장에서 같이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됐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즐거울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더 즐겁고 좋은 결과로 이끌어갈지 기대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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