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 SF 걸작을 탄생시켰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 '듄'으로 또 한 번 도전적인 이야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10191년, 행성 전체가 사막으로 이뤄져 모래언덕 '듄'으로 불리는 아라키스 행성의 풍광으로 시작된다. 척박해보이는 아라키스 행성은 우주에서 가장 귀한 물질인 '스파이스'의 유일한 생산지로, 대가문 세력들이 격돌하는 전쟁터가 되곤 한다. 이 가운데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티모시 샬라메)은 계시처럼 매일 꿈에서 아라키스 행성의 한 여인을 보고 아라키스 행성으로 향한다.

'듄'은 1965년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원작은 전 세계적으로 2000만부가 판매된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베스트셀러로, 영화 '스타워즈', 드라마 '왕좌의 게임', '게임 '스타 크래프트' 등 대중문화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 명작으로 꼽힌다. 영화는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르면서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스케일과 영상미, 화려한 배우 라인업으로 대중적인 요소를 더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간보다도 사막 그 자체다. 주 무대인 아라키스 행성은 모래로 뒤덮여 몸 속 수분인 침을 뱉는 행동이 신뢰를 뜻할 정도로 물이 귀한 땅이다. 심지어 모래벌레 때문에 위험하기까지 하지만 우주에서 가장 귀한 물질 '스파이스'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늘 전쟁이 벌어진다. 이처럼 생명의 원천과 죽음이 공존하는 아라키스 행성은 지구를 떠올리게 한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싸우는 이들의 모습은 늘 반복되는 인류의 역사 그대로다.

'듄'은 기본적으로 SF 블록버스터이지만 비슷한 류의 화려한 영화들 사이에서 클래식한 매력으로 승부를 보는 영화다. 우주 사회의 봉건제도와 SF판타지가 섞인 독특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스펙터클한 특수효과나 액션보다도 사람들의 관계와 주제의식에 집중한다. 특히 원초적인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강조하면서 나 자신을 곧게 지키면 두려움은 사라진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러닝타임 내내 종교, 정치, 역사, 생태계 등 워낙 방대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고 등장인물도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몰입감이 좋은 편이라 원작을 읽지 않았더라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무리는 없다. 이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구현한 영상미 덕분이다. 실제로 특수효과보다 실사 촬영을 더 선호하는 감독은 헝가리, 요르단, 아부다비, 노르웨이 등 로케이션 촬영으로 사실감 넘치는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사막이 시선 한 가득 들어오는데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연출 덕에 코 앞에서 모래바람이 부는 듯 생동감이 넘친다.

주인공 폴은 티모시 샬라메에게 맞춤형 캐릭터처럼 꼭 맞는다. 티모시 샬라메는 소년미와 남성미를 오가는 매력으로 폴의 성장을 차분히 그리면서 극을 지배한다.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더 킹: 헨리 5세'에서 볼 수 없었던 티모시 샬라메의 낯선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 밖에도 제이슨 모모아, 스텔란 스카스가드, 조슈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젠 데이아 등 핫한 배우들이 완벽한 합으로 '듄'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오는 10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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