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서 서연 역 열연

주체적인 여성캐릭터 매력에 푹

'콜'의 넷플릭스行, 긍정적인 결과 기대

배우 박신혜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올해 초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계에서는 수많은 신작들이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영화 '콜'(감독 이충현)도 그 중 하나였다. 지난 3월 제작발표회 이후 주연배우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홍보 활동까지 마쳤지만 관객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이 가운데 '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의 관객들에게 동시 공개, 스크린을 포기한 아쉬움을 달래게 됐다.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배우 박신혜는 "제작발표회 이후 거의 8개월만에 오픈하게 됐다. 극장 개봉을 못하게 돼 아쉬움이 컸지만 넷플릭스를 통해서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개봉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2015년 단편 '몸값'으로 주목받은 90년대생 신예, 이충현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촬영 막바지쯤 '콜'의 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솔직히 한번 거절했어요. 바로 이어서 다른 작품을 하기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았거든요. 그럼에도 감독님의 '몸값'을 정말 재밌게 봤고 '콜'의 아이디어나 소재가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박신혜가 연기한 서연은 과거를 되돌린 대가로 살인마 영숙(전종서)과 대립하는 인물이다. 금기시된 선택으로 자신은 물론 주변 인물들의 운명까지 바꾸게 된 서연은 본인의 미래를 알고 섬뜩하게 돌변한 영숙으로부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진=넷플릭스
"고민이 많았던 캐릭터에요. 영숙이가 쥐락펴락하는데 서연이는 너무 순응적으로 끌려다니는 것 같아서 거부감이 있었어요. 또 초반에 방어적이었던 서연이가 점점 공격적으로 변하는 과정도 어느 정도로 감정을 빌드업해야할지 고민이었죠. 기존 여주인공들처럼 질질 끌려가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주관을 가진 서연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숙이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잖아요. 광기가 있고 사람들을 숨막히게 하는 매력이 있죠. 저도 처음엔 시나리오에서 영숙이가 많이 보였어요. 반면에 올곧은 서연이가 점점 무너지면서 독해져가는 모습 또한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박신혜는 바뀐 과거로 인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 맞닥뜨리는 서연의 섬세한 감정을 탄탄하게 그려내며 성공적으로 변신했다. 특히 그는 악에 받친 살벌한 눈빛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차갑고 낯선 이미지를 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긴머리를 고수했는데 이번만큼은 냉소적이고 딱 잘라져있고 약간은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과감하게 단발로 잘랐어요. 캐릭터의 온도차를 가장 크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 외적인 변신은 언제나 즐거워요."

현재의 시간을 살고 있는 서연과 20년 전의 영숙, 같은 집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전화를 통해 유대를 쌓은 뒤 서로의 인생을 바꿀 금기의 선택을 하게 된다. 서연은 과거에 일어났던 사고로부터 아버지를 구하지만 영숙은 현재의 서연을 통해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게 된다.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서연을 향해 광기를 드러낸다. 박신혜는 전화 통화로 독백하듯 대부분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던 연기 과정에 대해 "흥미로운 작업이었다"며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세트, 소품, 현장 상황 때문에 과거의 영숙부터 현재의 서연까지 순차적으로 촬영했어요. 통화 장면에서 중요한 감정신은 서로 카메라 옆에서 같이 연기를 해줬어요. 실제로 통화를 하면서 촬영하진 않았지만 정말 앞에서 목소리가 들려서 소리만으로 충분히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었죠. 사실 그보다 힘들었던 건 폐허가 된 집에서 어린 서연이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었어요. 소리지르고 감정이 폭발하는 신은 체력적으로 좀 지치거든요. 그래도 정신적으로는 희열이 있었어요.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랄까요. 전종서 씨랑 함께 하는 내내 서로의 에너지가 점점 커지면서 우리 둘만으로 세트장이 꽉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힘들다가도 그런 감정이 그리워서 계속 다음 작품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사진=넷플릭스
서로 다른 시간을 사는 두 사람이 한 통의 전화로 연결돼 운명을 바꾸고자 분투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낯선 소재는 아니다. 최근에도 tvN '시그널' 등이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하며 사랑받곤 했다. 하지만 '콜'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력한 여성 빌런을 등장시키며 변주를 꾀했다. 나아가 시간을 되돌린 후 주인공들이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해 짚으며 신선한 타임워프물이라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콜'의 여성 캐릭터들은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끌고 가요. 그런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네 명의 여자들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보통 후회 때문에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콜'은 시간을 돌리고 과거를 바꿨을 때 인물들이 어떤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 좀 더 살려낸 영화에요. 여성 캐릭터 중심으로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사진=넷플릭스
'콜'이 빛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듯,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많은 영화들의 운명을 바꿨고 영화계 지형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급감한 대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왓챠 등 OTT(Over The Top)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었다. 일부 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선택했다. 올해 초 '사냥의 시간'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콜'에 이어 최근 제작비 240억 규모의 블록버스터 '승리호'까지 넷플릭스를 택했다. 이 같은 흐름이 향후 영화 산업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박신혜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콜'의 넷플릭스행이 결정되고 스태프들이 아쉽다기에 '혹시 우리 영화를 보고 우리나라 스태프들과 일하고 싶다는 러브콜이 쏟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한 적 있어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미 한국 영화가 많이 발전해왔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영화에 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콜'이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는다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 '콜'은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작품이에요. '내 안에 갖고 있던 감정들에 좀 더 솔직해져도 되겠구나', '겁내지 않아도 되겠구나', '폭발해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해줬거든요. 촬영하는 내내 즐거웠고 국내를 넘어서 해외 팬들에게도 '새로웠다'는 칭찬, 그것 하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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