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웃사촌'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좌천 위기의 도청팀장 대권(정우)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자택격리 된 정치인 이의식(오달수) 가족을 24시간 밀착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의식의 이웃집으로 위장 이사한 도청팀원들은 가족들의 라디오 사연 신청, 아침에 배달되는 우유 하나까지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감시하면서 뜻밖의 비밀들까지 하나씩 알게 된다.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적인지 이웃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관계가 쌓여가는 가운데, 두 남자는 어떤 일과 마주하게 될까.

영화 ‘이웃사촌’은 ‘7번방의 선물’, ‘각설탕’의 흥행을 이끈 이환경 감독의 7년만의 신작이다. 1980년대 아이러니한 사회상을 배경으로 격동의 시대 중심에 서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80년대 시대적인 배경을 빌렸을 뿐인 휴먼드라마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치적인 메시지나 무거운 이슈는 살짝 물러나고 대권과 이의식, 두 남자의 우정과 가족애가 두드러진다. 극 초반 상부의 명령에 냉철하고 단호한 태도로 움직였던 대권이 이의식과 만나 점차 따뜻하게 변모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그리면서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돈이나 사회적 성공보다 인간적 가치가 아니겠느냐고 묻는다.

전반적으로 훈훈하고 유쾌하지만 특별히 새로울 것 없고 상투적인 결말 탓에 다소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웃사촌’을 누구나 좋아할 만한 쉽고 대중적인 영화로 만들었다. 전작 ‘7번방의 선물’에서 확인했듯 세상을 향한 이환경 감독의 따뜻한 시선과 유머도 그대로 적용됐다. 이에 영화의 장점은 쉽게 예상 가능한 전개보다는 도청팀장 대권이 정치인 이의식을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들과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이다.

사진='이웃사촌' 스틸
특히 초반부의 차가운 눈빛을 지나 갈수록 캐릭터에 온기를 더한 배우 정우의 연기가 좋다. 여기에 도청팀원들로 등장하는 김병철과 조현철의 코믹한 호흡이 이야기에 쫀득한 찰기를 더했다. 정의로운 야당 총재를 연기한 오달수는 특유의 존재감으로 녹슬지 않은 저력을 과시했고 이 밖에도 김희원, 김선경, 염혜란, 지승현 등이 든든한 연기로 완성도를 더했다.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고 ‘이웃사촌’은 개봉 전부터 영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2018년 ‘미투’ 파문 이후 칩거했던 배우 오달수의 복귀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지난해 초 성추행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오달수의 스크린 복귀에 대중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관객 입장에서 배우 개인의 논란과 작품을 분리해 평가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 탓이다. 일각에서는 영화의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가 오달수 이슈에 파묻혀 순수한 평가를 받지 못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모든 이슈는 ‘이웃사촌’과 활동을 재개할 오달수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기도 하다. ‘이웃사촌’의 흥행은 이제 관객들의 선택에 달렸다. 영화는 오는 11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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