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냥의 시간''콜' 포스터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 대형 배급사 NEW의 기대작 '콜'(감독 이충현)이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한 데 이어 240억 원 규모의 대작 '승리호'(감독 조성희)까지 넷플릭스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화 배급망, 시스템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많은 국내외 신작들이 개봉일을 조정했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배우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주연의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다. 한국영화 사상 극장이 아닌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공개를 결정한 것은 '사냥의 시간'이 최초였다.

그리고 지난 20일, NEW의 신작 '콜'이 '사냥의 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넷플릭스를 택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영화 '콜'을 다음달 27일 전세계 단독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배우 박신혜,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당초 올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계속 일정이 밀린 끝에 결국 넷플릭스 카드를 집어 들었다.

이 밖에도 NEW는 '신세계'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 역시 넷플릭스 공개를 논의 중이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엄태구, 전여빈, 차승원 등이 출연했다. 지난달 제77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총 240억 원의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SF대작 '승리호' 역시 넷플릭스행을 고려 중이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등이 주연을 맡았다. 국내 최초의 우주SF물로 제작 단계부터 영화계 안팎의 큰 관심을 받은 영화로 당초 올 여름, 추석 시장을 차례로 노렸지만 결국 넷플릭스를 새로운 선택지로 골랐다. 만약 '승리호'가 넷플릭스행을 결정한다면, 극장 대신 OTT를 선택한 최초의 한국 블록버스터가 된다. '승리호'의 향방은 영화계의 향후 지형도를 바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낙원의 밤' 포스터
사진='승리호' 포스터
이처럼 국내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안을 찾는 이유는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극장 침체 때문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299만 명으로 전년도 같은 달보다 79.7% 감소했다. 이는 역대 9월 관객 수 가운데 최저치다. 올 여름 '담보', '국제수사' 등의 신작들이 관객 심리를 회복시키면서 선전했고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없는 상태다.

극장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CGV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오는 26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인상,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했다. 극장 임차료 및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올해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 급감과 함께 방역비 등 추가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향후 3년내 119개 전국 직영점 중 35~40개 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전세계 영화시장의 침체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추가 자산 매각 등 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에 힘쓰고 신규 투자는 줄이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언택트 등 미래를 대비한 투자는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하나 둘 넷플릭스로 떠나는 신작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의 고강도 자구책까지. 분명 이전과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의 몸집이 커지면서 관객들의 선택권 확대, 콘텐츠 다양화 등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독과점 심화 등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상생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넷플릭스가 시장을 장악하면 우리가 끌려다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규모가 큰 대작이 탄생하기 힘든 환경이 되면 한국 영화 발전도 더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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