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오랜만에 이것 저것 따지지 않고 편히 웃을 수 있는 리얼 코믹 무비가 등장했다.

코로나 19가 여전히 음울한 기운을 드리우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 2시간 동안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단비 같은 영화가 출현했다.

엄정화, 박성웅, 이상윤 주연의 영화 '오케이 마담'(이철하 감독)이다.

매일 완판을 기록하는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엄정화)과 컴퓨터 수리 전문가 석환(박성웅)은 부유하지는 않지만 초등학생 딸을 애지중지 아끼며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는 잉꼬 부부다.

어느 날 석환이 응모한 하와이 가족 여행 이벤트에 당첨돼 미영, 석환, 딸 나리가 함께 하와이 여행길에 오르게 되고 난생 처음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 한편 10년 전 작전 수행을 하다가 돌연 신분을 숨긴 채 한국에 정착한 전 북한 공작원 목련화가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정보를 얻은 테러리스트들이 같은 비행기에 올라 목련화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테러리스트 일당은 목련화를 찾아 목적지인 하와이가 아닌 제 3의 지역에 비행기를 착륙시키려 하고 미영 가족의 첫 해외 여행은 돌연 목숨을 건 탈출 여행으로 변모되고 만다.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니고 있었던 미영-석환 부부는 졸지에 인질이 된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숨겨왔던 내공을 펼치기 시작한다.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꽈배기 맛집 사장과 연하남 전파상 남편의 애틋한 로맨스의 외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들이 하와이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 한바탕 신나게 휘몰아치는 코믹 액션 소동극으로 변모한다. 특별한 과거를 숨기고 있던 미영은 세상 다시 없는 파괴력 넘치는 무공으로 테러리스트들을 하나씩 제압해 나가고 범상치 않은 컴퓨터 실력을 지닌 석환은 비행기의 항로를 돌리려던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에 제동을 건다.

두 사람 외에 투철한 직업 의식으로 뭉친 승무원들과 다종다기한 승객들도 테러리스트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쳐 반격에 나선다.

영화 '오케이 마담'의 미덕은 왜 이제야 부부로 만났나 싶을 만큼 찰진 호흡을 보이는 엄정화와 박성웅의 특급 케미에서 발현된다. 얼핏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의 설정도 떠올리게 하지만 '오케이 마담'은 피 튀기는 총격 액션보다는 코믹 액션에 멜로를 가미해 내러티브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액션이면 액션, 코믹이면 코믹, 영화 속 메인 스토리 라인까지 영화의 대부분을 책임진 엄정화는 '해운대'(2009), '댄싱퀸'(2012), '몽타주'(2013), '미쓰 와이프'(2015)를 흥행시킨 내공이 헛되지 않았음을 입증한다. 극 초반 억척스러움이 넘치는 시장 상인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가 하면, 테러리스트들을 한 명씩 제압해가며 타격감 넘치는 액션으로 관객들의 아드레날린 상승 지수를 높인다.

여전히 섹시한 엄정화가 특별한 사연을 지닌 미영 캐릭터로 극의 서사와 액션을 책임진다면, 철없는 남편을 연기한 박성웅과 북측 비밀 요원 이철승 역의 이상윤, 의욕만 넘치는 초보 승무원 역의 배정남이 극의 웃음을 담당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맡았을 때 빛이 났던 박성웅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깜짝 웃음 폭탄을 여러 차례 선사한다. 정만식, 김혜은, 전수경, 김병옥, 임현성, 김남길까지 조연과 카메오 출연을 맡은 배우들까지도 적재 적소에서 과하지 않은 딱 맞춤한 웃음으로 연기 내공을 빛낸다.

엄정화, 박성웅의 딸 오나리로 등장한 아역 배우 정수빈이 다소 산만해질 수 있는 드라마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액션과 코믹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테러리스트 집단이 주는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는 점과 간담을 서늘하게 할 강한 한 방의 액션이 부족한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모두가 의미를 주장하는 2020년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코미디 장르 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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