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호통 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판사가 처음 소년부 재판을 맡았을 땐 "쉽게 해보자" 했지만 주변 친구들의 사연에 열심히 임했다고 밝혔다.

1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 특집으로 천종호 판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나라 사법 사상 최장기간인 8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천종호 판사는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가해 학생과 그 가족에게 단호하게 호통을 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천종호 판사는 "판사가 오죽했으면 호통을 쳤겠나, 체통도 없이"라며 "소년재판이 그 당시 아이 한 명에 할애하는 시간이 평균 3분밖에 안 된다. 사건이 많아서 아이들이 3분 만에 재판을 받고 집에 돌아가게 되면 법정에 대해 경각심을 못 가질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3년 동안 제 법정에 다섯 번 선 아이도 있다"며 "사회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관용을 베풀고 있는지 알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통을 치고 다시 오면 엄한 처벌을 하겠다고 경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법정은 호통치는 것도 있지만 일부러 울리기도 한다"는 천종호 판사는 "대부분 제 법정에 서는 아이들은 결손가정 아이들"이라며 "몇 년 만에 아이를 보는 어머니, 아버지도 계신다. 부모님들을 꿇어 앉혀서 아이들한테 미안하다고 용서하라고 하고, 그런 식으로 화해를 시키고 재비행을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종호 판사는 소년부 판사를 맡게 된 계기에 대해 "창원지법으로 인사발령이 됐고 소년재판을 담당하라고 했다"며 "소년재판은 일반 사건과 달리 판결문 쓰는 노력을 조금 덜 해도 된다. 그래서 좀 쉽게 해보자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어렸을 적 친구가 잘못된 길로 빠져 현재 무기징역수로 복역 중이라며 "소년재판을 담당하다보니까 그런 친구들, 동생들, 형들이 생각나서 좀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 생각해서 열심히 했다"고 털어놨다.

소년법의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에 대해 천종호 판사는 "소년법은 형법보다 가볍게 처벌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저는 그 정신을 살리되 어느 판사님보다 엄하게 한다"며 "소년 보호처분 중에 가장 무거운 처분이 10호 처분이다. 소년원에 2년 가는 처분인데 아이들이 저를 '천10호'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천종호 판사는 "처벌한 이후에 재비행을 막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더 노력했으면 한다"며 "피해자들을 우리 사회 전부가 안아주시면 피해자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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