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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4년 전, 대한민국을 휩쓴 전대미문의 재난은 한반도 전체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 군인이었던 정석(강동원)은 가족들과 함께 탈출선에 몸을 싣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지만, 해외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난민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봉쇄된 반도로 향한다. 간단해보이는 미션이었는데 정석은 좀비 떼와 정체불명 631부대의 습격을 받고 위기에 빠진다. 과연 그는 무사히 반도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반도’(감독 연상호)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개봉 전부터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됐고 해외 185개국 선판매까지 달성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는 초반부터 판을 확 키워 엄청난 규모의 좀비 떼와 생존자들의 탈출 행렬을 불안한 시선으로 훑는다. 이어 약 20분간 이어지는 대규모 카체이싱 등 현란한 속도에 실린 액션으로 좀비물 특유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확실하게 내세워도 될 만큼 압도적이다. 배우 강동원은 혼신의 힘을 다한 액션으로 실력을 발휘했고 강인한 여전사를 그려낸 이정현의 대담한 연기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밖에도 이레, 권해효, 구교환 등이 개성 강한 열연으로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엮어냈다.

‘부산행’에 비해 한층 현란해진 비주얼과 사실적인 공간적 배경은 ‘반도’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파손된 차량들이 뒤엉킨 도로와 폐허가 된 건물이 황량한 정서를 더하고, 웅장한 영상미에 담긴 이미지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특유의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연 감독과 VFX 제작진은 구로디지털단지 역사 등 실제 장소에 텍스쳐 작업을 더해 이 익숙하고도 낯선 풍경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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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거리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좀비들은 날렵하게 전력질주하며 공포의 강도를 높인다. 연 감독은 좀비의 공포를 적절히 완급 조절하는 한편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특히 ‘숨바꼭질’로 불리는 ‘생존 게임’ 장면에서는 엽기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광기만 남은 이들을 묘사하는데, 이로부터 이야기는 좀비로부터의 탈출이 아닌 인간들로부터의 도피로 전환된다. 바깥엔 좀비들이 득실거리고 안에선 인간성을 잃은 또 다른 괴물들이 바글거린다. 어느 곳에서 누구와 싸우든 반도는 지옥이다.

번뜩이는 풍자도 곳곳에 널려있다. 날선 시선의 대상은 인류 문명의 무기력함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이다. 생존 게임이 벌어지는 631의 부대의 아지트는 버려진 대형 쇼핑몰이다. 현대인들의 욕망이 모인 그 곳은 문명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잔혹한 진열장이 된다.

‘반도’는 좀비물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액션 블록버스터의 장르적 특성까지 확보한 영화다. 무엇보다 감각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영상, 편집으로 이 모든 상상력을 절묘하게 녹여낸 연 감독의 독창성이 돋보인다. 화면을 가득 메우며 질주하는 좀비, 현란한 카체이싱으로 이들을 날려버리는 시원한 액션, 주인공들의 서스펜스까지. 호쾌한 좀비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마음껏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찬이다. 오는 7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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