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TV조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지난 12일 종영한 TV조선 '미스터트롯'은 첫 회 시청률 12.5%로 시작, 방송 5회만에 20%를 돌파했고 마지막회에서는 무려 35.7%(닐슨코리아 기준)의 대기록을 세우며 예능 프로그램의 새 역사를 썼다. 3월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2013년 1월 이후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조사에서 '무한도전'(2015년 1월 16.0% 외 31회), '삼시세끼-어촌편'(2015년 3월 10.1%), '썰전'(2017년 3월 13.4% 외 1회)에 이어 네 번째로 선호도 10%를 돌파한 비드라마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 중심엔 방송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 국장이 있다. SBS에서 '송포유', '동상이몽' 등을 연출했던 서 국장은 2018년 TV조선으로 이적한 뒤 '아내의 맛', '연애의 맛'에 이어 '미스트롯', '미스터트롯'까지 연달아 히트시키며 예능계의 판도를 바꿨다.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 디지털큐브에서 만난 서 국장은 '미스터트롯' 종영 소회와 함께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놨다.

"처음 예상한 시청률은 20% 정도였어요. 25%면 잘 된 것이라고 생각했죠. 코로나19 때문에 많이들 집에 계셔서 시청률이 폭발한 것 같긴 한데 30%를 넘는 건 예상 못했죠. '이게 어디까지 가는거야?' 싶고 좋으면서도 무서웠어요. 관심을 많이 받을수록 대중들의 요구도 다양해지니까 그때부터 '이제 고난들이 생기겠구나' 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죠."

실제로 '미스터트롯'은 방송 내내 국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장악했다. TOP7를 비롯한 몇몇 출연자들은 여느 인기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까지 확보하며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남자 출연자들이 나오니까 남자 시청층이 좋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절반은 잃고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팬덤이 붙지 않으면 힘이 없을 거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팬덤이 많이 붙어줘서 더 많은 이야기를 생성했죠. 그게 계속 화제성을 터트리는 효과를 준 것 같아요."

당초 성공 여부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예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미스터트롯'은 첫방송부터 그야말로 '초대박'을 터트렸다. 남다른 실력에 톡톡 튀는 끼까지 두루 갖춘 출연자들은 연일 화제를 모았고 젊은 층까지 흡수한 프로그램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때 비주류로 밀려났던 트로트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평이다.

"'미스트롯' 때도 느꼈지만 무대가 없었을 뿐이지 그분들은 지방을 돌면서 꾸준히 기회를 노리고 있었어요. 우리가 몰랐을 뿐이죠. 태진아, 송대관, 설운도 등 소위 '레전드'로 불리는 가수들의 시대가 오래됐잖아요. 댄스트로트를 하는 새로운 친구들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트로트 장르 특성상 타 장르보다 산업적인 구조가 취약하고 시장이 좁아요. 아이돌은 만들어서 유지하고 히트시키기까지 20억 이상이 든다는데, 여긴 대부분 혼자 옷 챙겨서 고속버스 타고 행사를 다니거든요. ('미스터트롯'이)그런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선진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자평해요."

사진=TV조선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 방송가는 트로트 전쟁터가 됐다. 세대를 초월한 트로트의 인기에 방송사별로 트로트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트로트 음반을 내는 스타들도 늘어났다. 트로트의 인기에 편승해 한방을 노리는 '트로트 코인'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의 인기에 대적할 만한 상대는 없는 상황이다.

"대중들은 정말 냉정해요. 아무리 '트로트 코인'에 탑승해도 퀄리티가 안 나오면 안 봐요. '미스터트롯'은 포맷의 장점이 있었어요. 서바이벌 시스템이 트로트랑 결합해서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냈고 신선한 인물들의 매력이 강력했죠. '미스트롯' 때와 달리 남자들 특유의 특이한 점들이 있더라고요. 경쟁심을 드러내는 걸 창피해한달까요. '내가 센 놈이랑 붙으면 존재감이 더 빛날거야!'라고 믿는 거죠. 남자들만의 허세요. 그래서 예상 밖의 1대1 매칭이 나왔고, 재밌는 브로맨스들이 탄생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는 다같이 '으샤으샤'하는 분위기였어요. 경쟁 속에서도 화합 정신이 있었죠."

'미스터트롯'이 국내 문화계에 수놓은 흔적은 가히 눈부시다. 남자 트로트 신예들을 대거 발굴한 것은 물론,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를 대중문화의 주류로 끌어올려 전례없는 부흥기를 이끌었다. 나아가 TV조선 채널의 이미지를 젊고 활기찬 느낌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유입됐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현장 투표할 때 오신 분들의 연령층이 확실히 어려졌더라고요. 저희는 항상 '요즘 온라인에서 회자되는 짤(사진)에 우리가 올라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살거든요. 근데 팬들이 무수한 이야기와 짤을 만들고 소통하는 걸 보면서 전율을 느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계획이요? 저는 원래 계획을 안 하고 사는데...뭘 만들면 시끄러워져서 고민이에요.(웃음) 나이 드니까 노이즈가 걱정되는데 그렇다고 매니악하게 시청률이 안 나오는 프로그램을 할 수는 없겠죠. 뭘 하든 대중이 좋아하는 걸 할 겁니다. 대중에게 외면받는 건 TV에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여러가지로 기획은 계속 하고 있어요. 일단 '미스터트롯'의 파생 프로그램들을 기획 중입니다. '사랑의 콜센타', 레전드들과 함께하는 노래교실 콘셉트의 프로그램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직 정해진 건 아니지만 시즌3 격의 트로트 시리즈도 한 번 정도는 더 하려고요. 쉬운 환경은 아니지만 더 발전된 프로그램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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