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서 남편 대현 역 열연

시나리오 읽고 인간적인 위로 받기도

작품에 담긴 진정성 전해졌으면

배우 공유가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매니지먼트 숲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뉴스를 보고 있자면 금세 머리가 아프다. 세상은 온통 부정이고 비리고 모두들 잔뜩 화가 나있다. 오늘 하루도 사람 때문에 힘들고 괴로웠지만 결국 희망은 사람이다. 이 도시를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도 사람에게 있다. 가족, 친구, 동료 누구든 서로를 향한 관심과 배려가 팍팍한 삶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구원이다. 배우 공유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으로 전하고자 한 메시지도 그런 것이었다.

“‘82년생 김지영’ 시나리오를 읽고 인간적인 위로를 받았어요. 영화 후반부에 지영이 카페에서 ‘맘충’이라는 손가락질에 ‘왜 상처주지 못해서 애쓰죠?’라고 맞받아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대사가 와 닿았어요. 남녀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면서 개인은 함몰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누군가의 아들 딸 혹은 남편, 아내로 살면서 그런 인간관계 속에서 받는 상처가 꽤 크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 대한 위로를 받았어요.”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016년 출간 이후 2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공유는 결혼과 출산 후 위태로운 일상을 버티는 지영(정유미)의 남편 대현으로 분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가족이죠. 집에 계신 어머니, 아버지, 누나 둘이 떠올랐어요. 그러다가 ‘난 어떻게 자랐을까?’ 여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궁금증이 생겼죠. 그래서 어머니께 전화해서 ‘나 어떻게 키우셨느냐’고 여쭤봤어요. 제 생각엔 저희 집은 꽤나 화목했고 아버지가 전형적인 부산 남자이지만 가부장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누나들의 입장을 들어봐야 더 정확하겠지만(웃음) 원작 소설이 이슈가 됐지만 누구의 잘못이라고 표적을 잡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겉으론 화목한 가정 내에서도 누군가 상처받은 사람은 있을 수 있거든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랐느냐에 따라서 이 영화를 보는 기준과 시선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30대 가장인 대현은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가 된 이후 조금 달라진 아내 지영을 그저 지켜본다. 힘든 내색은 안 하지만 요즘 지영은 가끔 다른 사람이 된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지영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현 역시 힘들다. 아내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대현은 한없이 다정하다. “네가 나한테 시집와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가슴 아파하고 심지어 재취업을 원하는 지영을 위해 본인이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나서기까지 한다.

“대현이 자상한데 눈치가 좀 없어요. 아마 그게 지영을 더 힘들게 했을 걸요. 누군가는 ‘세상에 저렇게 착한 남편이 어디있어?’, ‘저런 좋은 남편이 있는데 뭐가 불만이야?’라고 할 수도 있어요. 근데 그건 사람들이 기대하는 걸 스스로 의식해서 그런 것 같아요. 만약 대현이 무심한 남편이었다고 한다면, 러닝타임 2시간 안에 아내가 아프단 이유로 갑자기 변하는 게 더 비현실적이지 않을까요? 오히려 다소 모범적인 남편으로 보이는 게 젠더 이슈에 대한 균형을 위해서도 좋은 설정이었다고 봐요. 그게 대현이란 캐릭터가 가진 기능이고요.”

꿈 많던 어린 시절, 매사에 자신감 넘쳤던 직장 생활을 거쳐 지금은 한 아이의 부모로 살아가는 지영과 대현. 갑자기 달라진 일상 속에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답답함을 느끼는 지영과 그런 지영을 지켜보며 함께 아파하는 대현의 모습은 기혼인 이들에겐 공감을 자아낸다. 반면 미혼남녀에게는 결혼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뜨리는 현실이기도 하다. 미혼인 공유는 “결혼에 대한 환상은 진작 다 깨졌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결혼 판타지는 ‘1도’ 없어요. 그게 오래됐어요(웃음) 30대 후반부터 그랬어요. 원래 빨리 결혼하고 싶었는데 30대 후반을 지나가면서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굳어졌어요.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접했기 때문에 크게 생각이 달라진 건 없어요. 결혼이란 게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고. 선택의 문제죠.”

사진=매니지먼트 숲
공유에게 ‘82년생 김지영’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지난 2016년 ‘부산행’, ‘밀정’, 또 tvN ‘도깨비’까지 세 편의 작품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2년 휴식기 끝에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숱한 러브콜을 거절하고 선택한 복귀작인 만큼 대중의 기대는 컸다. 공유는 보란 듯이 한층 짙어진 감정 연기로 사려 깊은 캐릭터를 그려내며 완성도를 더했다. 무엇보다 그의 캐스팅으로 ‘82년생 김지영’을 둘러싼 오해와 선입견이 한층 옅어졌다는 평이다.

“영화를 볼 때 제가 투영되고 뭔가 받는 느낌을 받는 작품이 좋아요. 영화의 규모나 캐릭터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런 부분을 건드리면 손이 가요. ‘82년생 김지영’도 그랬어요. 물론 원작 소설이 사회적 이슈가 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지만 일단 제가 맞고 틀리고를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에요. 배우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어쨌든 저는 연기자고 제가 공감했기 때문에 한 거예요. 이 작품을 선택하는데 ‘용기’라는 단어가 왜 필요한지도 잘 모르겠고 중요한 건 제가 하고 싶단 거였죠. 물론 주변 지인들이나 관계자들이 ‘왜 굳이 이 영화를 해?’라고 하긴 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제 결정은 심플했어요. ‘이게 그렇게 고민할 일인가?’ 했고요. 예전엔 속내를 드러내면 일이 커지고 속시끄러워질까봐 접기도 했는데 앞으로는 제 자신한테 솔직하게, 순리대로 가고 싶어요. 지금처럼 하고 싶은 작품을 하면서 그렇게 나이 들고, 그런 배우로 살고 싶어요.”

사진=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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