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영화 ‘알라딘’이 디즈니 실사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북미, 일본에 이어 무려 전세계 흥행 3위를 기록한 것을 보면 ‘알라딘’을 향한 국내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는 놀라울 정도다. ‘알라딘’은 어떻게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걸까.

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알라딘’은 개봉 53일째인 이날 오전 10시 기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로써 '알라딘'은 역대 25번째 천만 영화이자 역대 7번째 천만 외화로 등극했다. 올해 역대 외화 흥행 신기록을 세운 1위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과 '아바타'(2009),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인터스텔라'(2014), '겨울왕국'(2014)에 이어 당당히 천만 클럽에 입성한 것이다.

이처럼 역대 외화 최초의 흥행 역주행 천만 영화가 된 '알라딘'은 흥행 추이만 봐도 개봉 이후로 가파른 흥행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알라딘'은 2019년 5월 23일 개봉 첫 날 7만2736명을 동원해 역대 천만 영화 중, 유일하게 오프닝 10만 미만 관객 동원에서 무려 140배의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개봉 6일째 100만, 11일째 200만, 16일째 300만, 19일째 400만, 25일째 500만, 30일째 600만, 34일째 700만, 39일째 800만, 46일째 900만, 53일째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뒤로 가면서 더욱 흥행 열기는 거세지는 대이변극을 연출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디즈니의 레전드 중 하나인 만큼 개봉 초반부터 ‘알라딘’의 선전은 어느정도 예상된 바였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알라딘’은 스토리나 캐릭터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은 아니다. 그나마 디즈니에서 공들여 내놓는 실사 영화라는 점이 팬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얼마나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이야기’라는 점이 오히려 ‘알라딘’의 흥행에 큰 몫을 해낸 포인트가 됐다.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쉽고 편안한 스토리가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들의 전유물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부수고 어린 시절 디즈니 만화의 추억을 간직한 어른 관객들의 마음까지 제대로 사로잡은 것이다.

여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도 흥행에 날개를 달아줬다. 그 중 기존 디즈니 공주 캐릭터들과 비교했을 때 한층 진일보한 매력을 선보인 자스민(나오미 스콧)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자스민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스스로 술탄이 되길 원했고 자신을 억압하는 것들을 향해 “난 침묵하지 않을거야”라고 외쳤다. 왕자와의 결혼만을 꿈꾸는 공주가 아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자스민은 당당한 주체성을 획득한 캐릭터로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실제로 극 중 자스민이 독백처럼 ‘Speechless’를 부르는 장면에서 가장 큰 전율을 느꼈다는 관객들의 후기가 적지 않다.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매력도 돋보였다. 윌 스미스가 연기한 ‘흥부자’ 지니, 귀여운 신스틸러 원숭이 아부, 마법 양탄자 등이 관객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또 ‘A Whole New World’ 등 빌보드차트를 휩쓸었던 주제곡들 덕분에 싱어롱 상영까지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럽게 ‘N차 관람’(다회차 관람) 열풍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뮤지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더빙판까지 히트를 쳤다. 보통 어른 관객들은 자막판을 더 선호하지만 뮤지컬 배우 정성화를 비롯한 유명 성우 신재범, 민경아가 호소력 짙은 목소리 연기를 선보여 크게 사랑받았다. 더빙판 뿐만아니라 싱어롱, 댄스어롱 상영 그리고 4DX, IMAX, 사운드 특화관까지 다양한 포맷이 인기를 모았고 영화를 관람한 뒤 SNS 등을 통해 비교 체험 후기를 공유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필람무비’라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알라딘’이 여러 번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하나의 트렌드가 된 셈이다.

'알라딘'의 흥행에서 확인했듯 디즈니의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캐릭터, 자유분방한 상상력, 이젠 기술력까지 더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극장가 패권을 주도하고 있다. 이 정도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발전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고전 애니메이션의 재해석을 향항 디즈니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중화권 스타 유역비가 주인공으로 나선 ‘뮬란’이 1998년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실사판으로 오는 2020년 개봉을 앞뒀다. 이 밖에도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 캐스팅으로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한 ‘인어공주’도 내년 초 촬영에 돌입한다. 성 고정관념, 인종적 편견에 맞서 새로운 길을 내고 있는 디즈니의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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