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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자기 화법이 분명한 사람이다. 19세 때 모델로 데뷔해 25세에 MBC 드라마 '궁'으로 배우가 됐고 20~30대의 모든 시간을 드라마와 영화 촬영 현장에서 보낸 그는 인생 철학의 대부분을 선배 배우들과 감독들과의 소통 속에서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6년 전 인터뷰 자리에서 마주했을 때만해도 그는 단호한 말투로 확고한 연기관과 인생관을 피력했지만 기자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다만 불편한 질문이어도 절대 피해가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숨기려 하지 않고 툭툭 드러내는 걸 보면 참 솔직한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행운이 이 남자에게 쏟아지나 싶을 정도로 모든 주목과 흥행이 그 한 사람을 향해 있었던 지난해 이후 주지훈은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달라져 있다.

그가 요즘 가장 자주 거론하는 하정우, 정우성, 황정민, 김용화 감독, 김성훈 감독 등 주위 사람들이 가장 큰 자양분이 되줬고, 대중들의 뜨겁고도 진한 사랑이 그의 긍정의 에너지를 심연에서 수면으로 건져 올려주고 있는 듯 싶다.

혼신의 힘을 다한 6부작 드라마 '킹덤'의 방송 후 소소하게 들려오는 대사에 대한 작은 지적에도 며칠을 고심해 원인을 분석할 정도로 연기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다.

내색은 않지만 자기 영역에 있어서 정점을 찍고야 말겠다는 뜨거운 욕망이 현장과 연기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그의 말에서 읽힌다.

현장에서 연출자가 '레디' '액션'을 외치는 순간의 찰나에 시작하는 행동으로 '물병을 들어야 하나'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볼까' '손을 먼저 올리고 시작할까' 등 오만가지 생각이 뇌리에 스친다는 설명에서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배우의 뇌구조가 단숨에 이해된다.

현장에서 길을 찾고 현장에서 에너지를 쌓아온 주지훈, 그가 자신의 목표와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설수 있기를 응원한다.

- 인기 절정의 지금 배우 주지훈이 궁극적으로 출연하고 싶은 작품은 뭔가.

▲ 그저 '좋은 작품'이다. 해외 여행을 가거나 하면 그림을 잘 몰라도 미술관에 가게 되잖나. 작품을 보다 보면 수많은 작품 중 발걸음을 멈추고 오래 바라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그 작품은 누구나 알고 있는 명작을 경우가 많다. 사람이 어떤 걸 좋게 느끼는 데에 이유가 없다. 그런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

- 배우로서 최고의 자산인 훌륭한 피지컬을 가지고 있다.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

▲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한다. 지금은 배에 왕(王)자도 없다. 체지방률도 높다. 하지만 취미처럼 항상 운동한다. '결혼전야'나 '키친' 때와 비교하면 12kg정도 체중이 더 나간다. 모델 시절과 비교하면 20kg정도 더 나가는 편이다. 쉬는 시간만 있으면 걷는 편이다. '킹덤' 촬영하면서 많이 뛰었지만 평소엔 많이 걷는 편이다. 김용화 감독님과 시간되면 새벽에 만나 종종 걷고 있다.

- 소처럼 일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주지훈에게 딱 어울리는 말인데.

▲ 좋은 작품들을 주시니 안 할 이유가 없다. '궁'으로 시작해 그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인데 당시 청춘물을 더 했으면 어떨까 싶다. 늘 느와르에 출연하겠다 꿈 꿨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궁2'를 찍었다고 해서 '아수라'를 할 수 없었을까. 이 나이가 돼서 내가 하고 싶은 장르를 해보고 나니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청춘물을 충분히 즐기며 했어도 됐을 텐데. 40대 배우로서 멋진 모습도 있겠지만 그때그때 잘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하고자 한다. 예전에는 도전하고 행동하는게 무서웠다. 지금은 안될 때 안되더라도 느낌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면 시도하려고 한다. 제가 시간을 더 쓰면 되니까. 하정우, 정우성, 황정민 형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김용화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 모델로 최고이던 시절 갑자기 '궁'으로 배우에 도전했다. 당시는 너무 신비주의여서 배우를 시작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 예전엔 '궁'이 SNS에 움짤로 올라온다던가 TV에 방송되면 보질 못했다. 너무 쑥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정이 됐다. 내가 저 때 연기를 못하고 촌스럽고 하는 것들이. 13년 전 그 누구도 촌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오래 부정하다가 인정을 하고 봤더니 좋은 의미로는 풋풋하고 애달프더라. 아무것도 모르면서 현장에 뚝 떨어져서 혼도 엄청 나면서 촬영을 했다. 그 때 혼자 했던 시간들이 안스럽기도 한데 한편으론 대단하다. 그 땐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어린이더라.

제 매니저가 황인뢰 감독님과 친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감독님을 만나러 가자더라. '오디션이냐'고 물으니 '그냥 가는 거'라고 했다. 그냥 '인사나 하고 오자'더라. 아무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황 감독님을 만났다. 연기 학원에 딱 10번인가 가본 게 전부고 MBC 한뼘 드라마에 5일 출연한 게 연기 경력의 전부일 때였다. 황 감독님이 '너 연기 한 번 해봐'하시는데 마침 영화 '유령'의 우성이형 대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땐 대사를 말 하면서 언제 눈을 감아야 하는지 숨을 쉬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를 때다. 대사를 하면서 단 한 번도 눈을 안 감고 했더니 나중에 눈물이 줄줄 나더라. 감독님은 제가 감정이 너무 겪해서 그런 줄 보이셨던 것 같다. 제 열정과 에너지도 물론 보셨겠지. 그 때 당장 하라고 하시는데 너무 무서워서 3주 동안 '저는 못한다'고 하다가 감독님께 된통 혼나고 출연을 결심했다.(웃음)

- 배우로서 성장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도 궁금하다.

▲ 큰 꿈이나 생각없이 배우를 시작했기에 아는 게 없었다. 마치 '킹덤'의 이창 같았다. 그런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고 그러려니 창피하더라. 그 때부터 칸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 등 수상작들의 DVD를 사서 보기 시작했다. 코멘터리까지 다 보면서 공부했다. 예술 영화 위주로 딥하게 보다보니 한 때 취향이 너무 그리로 갔다. 그 때 익사할 뻔 했다가 다시 올라왔다. 삶에는 밸런스가 중요하니까.(웃음)

- 흥행과 비평 양쪽을 다 잡은 요즘도 DVD 공부는 계속 되나.

▲ '킹덤' 촬영 중 쉬는 시간이 생겨서 영신 역의 김성규와 포항에서 5시간을 걸은 적이 있다. 성규에게 "네가 관객을 흔드는 역할이다. 네가 잘 해야 서사 구조가 더 잘 살아날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다. 그러다가 저 스스로 깨달은 게 있다. 촬영하는 순간도 중요하지만 휴식과 정신적인 AS 또한 중요하다. "싫든 좋든 네 선택으로 택한 작품들이기에 잘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성규에게 말하는데 갑자기 현기증이 쑥 올라오더라. 그동안 '그냥 하는 거다. 어쩔수 없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나를 보호해준 막이었던 적이 있다. 배우들은 감독이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기 전 '레디 액션'을 외치는 아주 짧은 찰나 '물병을 들까' '손을 들어올릴까' '상대방을 쳐다 봐야 하나' 엄청난 경우의 수가 머리 속에서 회전하며 선택을 내려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몸을 위한 투자도 필요하고 정신적인 휴식도 평소 잘 해줘야 한다. 어릴 때와 달라진 점은 현장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이나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에 감독님과 상의하게 됐다는 점이다.

어릴 때 버스에 다리를 깔리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에 '가자미 근'이 없다. 그래서 높은 점프를 잘 하지 못한다. 예전 같으면 그런 동작을 요구받으면 무리해서라도 도전했고 오히려 부상을 입은 적도 있다. 지금은 리허설을 충분히 해보고 내 몸으로 구현이 안된다면 감독님이나 제작진에게 도움을 받는다. 카메라 앵글을 바꾼다거나 보조 장치를 한다거나 할 수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공동 작업이고 전문가들의 조언과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였다.

- 주지훈의 최고 장점은 뭐라고 보나.

▲ 유연함 아닐까. 나는 현장에서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을 만나도 어려워 하지 않는다. 나는 그 분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보다 많이 살고 많이 연기했고 뭐 하나라도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좋게 말하면 유연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 없음이랄까.(웃음) 또 현장에서 각 파트 전문가들의 말을 잘 믿고 잘 듣는다. 어떨 땐 손해를 볼 때도 있고 반면 이득을 볼 때도 많다. 그 부분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선배들도 계신다. 연기를 할 때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 역할이나 연기에 대해 엄청난 고민들을 해서 확고하게 던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20대 때 그런 걸 너무 가지고 싶어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제가 감독님들과 잘 소통하고 감독님 의견을 우선시 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흔들린다고 표현하거나 줏대 없다고 하겠지만 협업의 현장에서는 꼭 필요한 자세다.

- 최근의 인기는 그동안 받은 것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게 느껴진다. 주지훈에게 인기란.

'궁' 때는 정말 버겁고 무서웠다. 대처 방법 자체를 잘 몰랐다. 현장에서 연기하느라 인사를 못받으면 인사 안 해준다고 욕을 먹고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연기에 집중하면서도 팬들의 인사를 받아 줄 여유가 생겼다. 지금의 인기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고맙다. 하지만 언젠가는 붙잡는다고 해도 떠나가고 또 다시 찾아오는 게 인기라고 생각한다. '꽃보다 할배' 출연 선생님들을 보면 '인기에 연연말라. 본질에 집중하라'고 하시지 않나. 그 말이 가장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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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3/21 17:45:05   수정시간 : 2019/03/25 09: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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