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사람은 불확실한 삶을 살다보면 자신만의 ‘우상’(偶像)을 만드는 경우가 생긴다. 어디엔가 의지하고 싶고 삶의 원동력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단순히 삶의 목표나 지향점를 갖는 수준이라면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겠지만 그것이 변질돼 집착 수준으로 간다면 허망한 결말에 이를 수 있다. 선입견, 편견일 뿐 실체가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 제작 ㈜리공동체영화사, 공동제작 폴록스(주)바른손)은 ‘우상’은 결국 ‘허상(虛像)’이라는 매우 고전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전작 ‘한공주’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은 이수진 감독은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이미 전한 이 간단하고 쉬운 메시지를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려 노력한다. 상업 영화를 표방하지만 수많은 은유로 불편한 숙제를 던져주며 관객들의 에너지를 방전시킨다.

영화는 아들이 낸 뺑소니 교통사고로 정치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도의원 명회(한석규)와 아들의 죽음에 관련된 진실을 쫓는 아버지 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사라진 중식의 며느리 련화(천우희)가 얽히고설키면서 파국에 이르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담는다.

정치적 성공으로 대중의 우상이 되고 싶은 명회, 삶의 모든 것이었던 아들을 잃고 핏줄의 끌림을 우상으로 삼는 중식, 본능적인 생존을 우상으로 삼은 련화의 삶은 큰 파열음을 내면서 충돌하고 영화는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해 나간다. 관객들은 추악한 삶의 이면에 경악하면서 뭔가 엄청난 비밀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143분을 끌려 다니게 된다.

영화가 끝난 후 이수진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이 되는 사람은 힐링을 받을 수 있지만 불친절한 연출에 지친 이들은 불쾌한 기분으로 극장 밖을 나가게 된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저렇게 어렵게 둘러 둘러 왔나?“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겹겹이 과대 포장된 선물을 열어보고 느끼는 실망감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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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상’은 이수진 감독이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어려운 영화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관객들이 사건과 인물에 쉽게 몰입할 수 없는 이유는 이수진 감독의 관점과 인물에 대한 시각, 감성이 보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극히 본능적이고 즉물적인 존재로 사회적 약자를 다루는 시선은 보기에 매우 불편할 수 있다. 교조적이다 못해 오만해보일 구석이 분명 있다.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예술가적인 표현의 영역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본인이 공언했듯이 ‘우상’은 많은 사람들이 봐 손익분기점을 맞춰야 하는 상업 영화다. 좀더 많은 관객들과 교감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고민했어야 했다.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의 단점을 상쇄시킨다. 한석규와 설경구, 천우희가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예상대로 크다. 영화의 빈구석을 메워주며 이수진 감독이 담아내려는 은유와 사유의 세계를 완성한다. 배우들의 연기 배틀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볼 만하다.

‘우상’은 공장에서 제품이 나오듯이 천편일률적인 영화가 나오는 요즘 충무로에서 드문 자기 색깔이 분명한 영화다. 그러나 호불호가 분명히 나뉠 작품이다. 작가주의와 상업 영화의 충돌지점을 목격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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