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매력'으로 주연 입지 다져

"호흡 맞춘 서강준, 동생이지만 어른스러워"

"청룡 여우주연상 후보, 오른 것만으로도 기뻐요"

'제3의 매력'을 가진 배우 이솜과 만났다.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스포츠한국 박소윤 기자] 극 제목에 완벽히 부합하는 연기였다. '제3의 매력' 이솜이 스무 살, 스물일곱 살, 서른 두 살 이영재의 삶을 그려내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냈다. 한 작품에서 무려 12년의 세월을 오갔지만, 현실의 이솜은 스물아홉 딱 제 나이였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제3의 매력'은 특별하지 않지만 내 눈에는 반짝거리는 서로의 제3의 매력에 빠진 두 남녀가 스물의 봄, 스물일곱의 여름, 서른둘의 가을과 겨울을 함께 통과하는 연애의 사계절을 그릴 12년의 연애 대서사시. 극중 이솜은 즉흥적이고 감정적이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기적 선택을 하는 현실주의 캐릭터 이영재로 분했다.

"촬영 현장이 유독 좋았어요. 스태프 분들도 좋고 감독님도 워낙 좋으시고, 배우 분들까지 좋았어요. 제가 영재 역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해줬던 현장이었어요. 표민수 감독님이 이 모든 걸 만들고 이끌어주셨죠. 오늘 안 가져왔는데, 제 텀블러에 감독님 얼굴 스티커가 붙어있어요. '감독님,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어이, 허허. 어서와' 웃으면서 반겨주시고. 감독님하고 이야기하고 싶어서 현장에 일찍 가게 되더라니까요."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이솜은 핸드폰 케이스를 뒤집어 표민수 감독이 손수 써준 메시지를 꺼내보였다. "이것도 감독님이 써주셨어요. 배우 감정을 가장 우선시 해주셨어요. '배우가 먼저다'라고 생각해 주시니까 연기하는 입장에서 안정이 됐죠. 현장에서 아무리 힘들고 잠을 못자도 온화한 감독님 얼굴을 보면 힘이 날 정도로."

매 촬영마다 표민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명언은 바로 '선인장 이야기'. "선인장 줄기 안에 수분이 가득차 있는데, 사막에서 수분을 지키고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잎사귀를 가시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선인장이 그 안에 얼만큼의 눈물을 가지고 있는지 겉으로 봐서는 몰라요. 이 얘기가 너무 기억에 남아서 영재 씬에 선인장을 넣었죠. 이번 드라마로 정말 많이 배우고 가네요."

제작진뿐 아니라 배우 복도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보다 어린 상대역을 만나 걱정했지만 이는 기우였다고. "가족, 친척 중에도 동생이 많이 없는데 서강준 씨가 저보다 어리잖아요. 일하면서도 동생을 많이 못 만났거든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졌어요. 동생이라고 무턱대고 말을 편하게 하면 기분 나빠할 수 있으니까 '강준 씨, 안녕하세요' 했는데 먼저 말 놓으라고 하더라고요. 첫 촬영 전까지도 말을 못 놨어요. 그랬더니 먼저 장난도 치고, 다가와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극중 준영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섬세하잖아요. 잘 소화해낸 강준 씨가 정말 디테일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른스럽고 똑똑한 친구죠. 누나라고는 하지만 편하게 해주니까 친구같기도 하고.(웃음)"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이솜은 '사랑에 대한 이상향을 찾았다'고 말했다. 바로 극중 온준영 같은 남자 말이다. "준영이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절대 놓지고 싶지 않을 거예요. 호철(민우혁)이가 앞에서 옆에서 '같이 가자' 하는 스타일이라면 준영이는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타입이죠. 뒤돌아보니 준영이가 나를 지켜줬고, 든든히 사랑해줬던 거예요. 드라마가 다 끝난 지금, 저는 준영이라는 캐릭터를 다 알게 됐잖아요. 진짜 이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아직까지는 드라마와 같은 운명적인 상대는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고. "영재와 준영이가 27살에 클럽에서 재회하는 장면을 제일 좋아해요. 연기하면서 소름이 끼쳤어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알아보지? 전 아직까지 이런 경험은 없거든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고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현실이 깨지듯 '딱' 한 적은 없었어요. 그냥 '어, 아는 사람이다'하고 알아보는 정도? 하하."

영화 '대립군' '소공녀'부터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제3의 매력'까지. 지난 1년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이솜이 가장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이제껏 독특한 캐릭터 위주로 작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단다. 순간 그가 출연한 영화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소공녀'야말로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아니냐 물으니 "그렇다"며 미소지었다.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이솜을 만난 날은 2018 청룡영화상이 열리기 며칠 전, 당시 그는 '소공녀'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상황이었다. 심경을 묻는 질문에 "제가 좋아하는 작품으로 처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어요. 너무 기분이 좋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상 타면 좋겠냐 물으니 "아이, 참"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저보다도 '소공녀' 전고운 감독님이 타면 정말 뿌듯하고 좋을 것 같아요. 거의 신인감독상 콜렉터시던데요?(웃음)" 이솜의 바람대로 전고운 감독은 지난달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아쉽게도 이솜은 트로피를 품에 안지 못했지만, 그의 바람은 절반정도 이뤄진 셈이다.

내년이면 서른에 접어드는 이솜은 "사실 별 생각 없다"며 쿨하게 웃는다. "숫자만 다르지 똑같을 것 같아요. 스무 살 막바지와 서른의 차이점이라면 좀 여유로워지는 거라고 들었는데, 아닌가요?(웃음)"

"저는 서른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꾸준히 작품하면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 나이 되면 또 내 나이에 맞게 들어오는 배역이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2019년 이솜이 그릴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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