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협상’(감독 이종석, 제작 JK필름)은 냉온을 오가는 이중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범죄오락영화다. 관객들은 위기와 반전이 거듭되는 촘촘한 내러티브에 사건을 전말을 파악하느라 머리가 바쁘고 스크린에 스파크가 팍팍 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열정적인 손예진-현빈의 카리스마 대결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심장박동수를 올린다.
익숙한 듯하지만 모든 것이 새로운 영화 ‘협상’이 추석 흥행대전을 지켜보는 관객과의 협상을 이끌어가는 전략 세 가지를 살펴봤다.
#시선을 고정시켜라!
협상에서 이기려면 협상 대상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틈 없이 끊임없이 밀어붙여야 한다.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자 위기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제한된 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벌이는 일생일대의 협상을 그린다.
사실 제한된 공간과 시간이라는 어찌 보면 악조건일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협상’은 잠시도 숨 쉴 틈을 주지 않고 고속 주행을 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여느 블록버스터처럼 색다른 볼거리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다. 해외 로케신이 등장하지만 임팩트가 강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서도 스크린에서 눈을 잠시도 뗄 수 없게 만드는 건 손예진과 현빈이라는 걸출한 두 배우의 미친 존재감 덕분. 빛나는 비주얼과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연기로 두 배우가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손예진은 영화 속에서 대부분 와이셔츠에 바지차림으로 등장하지만 이제까지 출연한 그 어떤 영화보다 아름답다. 자신의 일에 프로페셔널한 여성의 지성미가 뭔지 확인시켜준다. 연기 인생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현빈도 옴므파탈의 매력을 제대로 발산한다. 나른한 듯한 말투와 퇴폐미 가득한 압도적인 비주얼로 여심뿐만 아니라 남심까지 획득한다.
#머리를 바쁘게 해라!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계속 유지하려면 자신의 패를 들키지 않아야 한다. 영화 ‘협상’은 아주 영리하게 관객들과의 협상을 진행시킨다. 쉴 새 없이 밀어붙이는 민태구와 이를 방어하는 하채윤의 지략 싸움에 시선이 팔린 사이 밑밥과 단서를 끊임없이 던지면서 관객들의 두뇌를 아주 바쁘게 움직이게 만든다.
‘과연 민태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하채윤을 협상대상자로 콕 찍어 지정했나?’ ‘과연 인질은 하나뿐일까?’ ‘하채윤은 지금 혼자 싸우는 것일가? 등등 끊임없이 새로운 궁금증이 일어난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으로 잔혹해지는 민태구와 아군도 믿을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손예진의 긴박감 넘치는 협상과정은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빨아들여 마치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만큼 생생하다.
베일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질 때마다 재미와 몰입도는 배가되고 사건의 전말이 모두 밝혀지는 결말에는 안타까운 마음에 코끝이 찡해진다.#상대방의 신뢰를 얻어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협상은 진전 없이 겉돌며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이 ‘협상’을 믿고 지켜볼 수 있는 건 역시 ‘믿고 보는 배우’ 손예진-현빈의 공이 크다. 두 배우는 관객들의 기대에 맞춰 일생일대의 열연을 펼친다.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은 딱 한 장면뿐이지만 완벽한 연기 케미를 보이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두 배우 이외에도 김상호, 장영남, 이문식, 장광 등 믿고 보는 조연진들의 차진 연기는 영화에 윤기를 더한다.
‘믿고 보는 제작사’ JK필름의 존재감도 한 몫을 한다. 한국 영화 최초로 위기 협상가를 주인공으로 한 ‘협상’은 신선한 소재와 관객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확실히 짚어낼 줄 아는 스마트한 기획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JK필름 특유의 신파는 덜어냈고 범죄 오락 영화의 매력은 극대화했다.
신인답지 않은 이종석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인다.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이야기의 빈 구석을 눈치 채지 못하게 하는 솜씨는 대단하다. 충무로에 새로운 이야기꾼의 등장을 예고한다.‘협상’은 흥행의 명가’ JK필름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웰메이드 상업 영화다. 114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추석에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다. 입장권 가격이 절대 아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