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수진 캐릭터로 연기 호평

결혼, 출산으로 연기 폭 넓어져

상처 위로하는 작품, 꾸준히 하고파

배우 이보영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다니엘에스떼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엄마란 존재는 아름답다. 마치 액자 속의 정물화처럼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빛난다. 하지만 배우 이보영이 그리고자 했던 모성은 좀 다르다. 그건 아름답지만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꽃, 완벽함을 강요받는 꽃. 그 꽃의 외로움 같은 것이었다.

지난 15일 종영한 tvN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여자와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아이,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모성이 강요되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사실 첫 딸을 낳고 처음엔 아이가 예쁘지 않았어요. '나는 나쁜 엄마인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몰라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와 관계가 쌓이니까 점점 예쁘더라고요. 엄마라고 해서 무턱대고 눈에서 하트가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 낳았다고 엄마가 되는 게 아니라 양육하는 과정에서 엄마가 돼간다는 것이죠.”

‘마더’에서 이보영이 맡은 수진은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절대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인물이다. 어느 날 그는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지닌 혜나(허율)를 납치해 ‘윤복’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주고 우여곡절 끝에 진짜 모녀로 거듭난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아동학대사건 뉴스만 보면 통곡을 하면서 울었어요. 동시에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 그래서 ‘마더’가 좋았어요.”

사진=다니엘에스떼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마더’는 인내와 헌신으로 대표되는 박제된 모성상 대신 다양한 유형의 모성을 그려내며 큰 위로와 울림을 안겼다. “자영이는 모든 엄마들이 뜨끔하고 반성하는 부분일거예요. 나도 저런 모습이 있지 않나 되돌아보는 엄마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근데 부부가 둘 다 부모가 처음인데 왜 엄마에게만 기대치가 높을까요. 여자가 밖에서 놀거나 일할 때 ‘엄마가 애는 놔두고 밖에서 뭐해?’ 그런 시선이 싫어요. 제가 엄마라서 그런가봐요.“

지난 2013년 배우 지성과 결혼한 이보영은 현재 30개월 딸의 엄마다. 이보영은 ‘워킹맘’, ‘육아대디’를 향한 우리 사회의 편견에 대해 토로하며 직접 겪은 일화를 전했다. “한 번은 비행기에서 내리는데 어떤 할머니가 딸을 안고 있는 신랑한테 고생많다고 등을 두들기고 가시더라고요. 그 순간 주변의 가시 돋친 시선이 저한테 막 꽂히는 거예요. 엄마가 아이를 보는 건 당연한 거고, 남자가 아기띠라도 한 번 하면 엄청 대단하게 보는 건 문제인 것 같아요. 엄마를 향한 강압적인 시선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여자의 일생에 새로운 막이 열린다. 이보영은 “적절한 시기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것 같다. 나이에 맞게 엄마 역할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딸이)하루하루 예뻐요. 요즘엔 백설공주에 꽂혀서 매일 드레스를 입고 사과를 먹어야 해요. 저는 계속 사과를 꺼내주고 ‘공주님! 괜찮으세요?’를 외쳐요.(웃음) 딸이 조금씩 말이 늘고 커가면서 생각이 많아요. 어떤 엄마가 되겠다는 것보다 사람 대 사람이고 싶어요. 스스로 부딪히고 성장해서 사회에 혼자 힘으로 설 수 있었으면 해요.”

사진=다니엘에스떼
현대사회에서 기혼 여성들이 겪는 차별이 존재하듯, 여배우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배우에 비해 작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여배우들, 그중에서도 결혼한 여배우에게 좋은 기회가 가기란 쉽지 않다. 이보영은 결혼하면 남편을 내조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여배우로서 새로운 선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미혼 시절 사랑받은 캐릭터나 마냥 어린 이미지를 고수하려고 하기보다는 ‘신의 선물-14일’, ‘귓속말’, ‘마더’ 등 캐릭터의 폭을 확장하며 배우로서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여기에 결혼, 출산으로 얻은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작용해 한껏 튼튼하게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앞으로도 시나리오 폭은 점점 줄어들 거예요.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요. 10년 전만 해도 아줌마인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었어요. ‘마더’로 세상의 모든 수진이와 혜나에게 위로를 전했듯이,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만나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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