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이 개봉한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사랑은 유연하고 쉽게 형태를 바꾼다. 마치 담는 대로 모양을 바꾸는 물처럼.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는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찾아온 초월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의 배경은 우주 개발 경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다.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수조에 갇힌 신비로운 괴생명체(더그 존스)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준 괴생명체와 특별한 교감을 나누는 엘라이자. 둘은 급격히 가까워지지만 실험실에서는 괴생명체를 해부해 우주 개발에 이용하려는 계획을 진행한다. 이를 알게 된 엘라이자는 괴생명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눈에 띄는 건 괴생명체와 그를 둘러싼 불완전한 인간 군상이다. 언어장애를 가진 엘라이자, 삐뚤어진 탐욕으로 가득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 등 대척점에 선 캐릭터들의 온도차를 통해 인간을 향한 비판적 메시지를 다룬다. 여기에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의 이야기를 통해 인종차별,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 등을 아우르며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특히 엘라이자 역의 샐리 호킨스는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괴수와의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괴생명체와 교감한 이후 엘라이자의 헤어밴드 컬러가 바뀌는 것처럼, 사소하지만 큰 변화가 그의 일상에 스며든다. 샐리 호킨스는 사랑에 빠진 사람이 얼마나 대범하고 용감해질 수 있는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수화로 전해지는 그의 감정은 어떤 목소리보다 크고 세게 가슴을 울린다.

엘라이자와 사랑을 나누는 괴생명체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잔혹하고 환상적인 상상력이 반영된 캐릭터다. 온몸이 비늘로 덮인 크리처의 첫인상은 괴이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엘라이자의 편견 없는 사랑에 관객도 동화돼간다.

사진='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스틸컷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익숙한 톤의 영화는 아니다. 심도 있는 주제와 달리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동화처럼 소소하고 때로 잔혹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종족의 사랑을 다룬 만큼 일부 장면들은 다소 기괴하거나 잔인하게 느껴질 소지도 있다. 냉전기라는 시대적 배경 역시 무겁게 다가오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유머러스하고 아기자기하다. 특히 당시 분위기에 흠뻑 취할 만한 고풍스러운 소품들, 여러 장의 일러스트를 늘어놓은 듯한 영화의 독특한 색감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국 야수가 백마 탄 왕자로 변하는 판타지는 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하고 순결한 러브스토리가 아닐까. 제71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셰이프 오브 워터’에 감독상과 음악상, 미술상을 안기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이제 국내 관객이 ‘셰이프 오브 워터’와 사랑에 빠질 차례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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