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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가 지난 주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는 뮤지션을 꿈꾸는 멕시코 소년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가서 겪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소년과 죽은 자들의 세상을 연결한 상상력이 흥미롭다. 그런데 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극장가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인 저승이 주요 배경인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돼 화제를 모았다. , 도 죽은 자들의 세계를 비중 있게 다룬 작품들이다.

이들 영화는 제작 국가가 한국, 미국, 일본으로 다르고 극영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다르고, 세부 내용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세 편 모두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은 14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영화 흥행 톱3에 올랐고, 재개봉 작품인 도 개봉 초기 다양성영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우리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또 저승을 실제로 다녀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인간은 상상력을 동원해 지하세계를 그려 왔다. 수많은 신화나 전설에 저승이 나오고, 저승을 체험한 신화적 인물도 다수 등장한다. 수메르신화의 이난나, 그리스로마신화의 오디세우스, 우리나라 무속신화의 바리공주 등이 지하세계를 다녀온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 , 가 묘사하는 저승의 모습은 서로 다르다. 의 공간은 지옥이다. 소방관이었던 망자 자홍은 7개의 지옥을 지나면서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과 관련된 죄에 대해 재판을 받는다. 죽은 자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받은 후에야 환생할 수 있다는 관념을 전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는 이승과 저승의 중간 지대인 림보라는 곳이 배경이다. 죽은 자들은 이곳에서 ‘단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선택한 후, 그 추억만을 가지고 저세상으로 간다. 는 미구엘이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가고, 이를 통해 증조 외할머니 코코와 아버지의 만남이 이뤄지도록 만든다. 의 저승은 이승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세 편의 영화에서 이승과 저승은 서로 연결돼 있다. 이승에서의 삶이 저승에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의 자홍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사건으로 인해 마지막 재판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한다. 의 미구엘은 음악 때문에 집을 떠났지만 끝까지 딸과 가족을 사랑했던 고조 할아버지를 만나 그의 한을 풀어준다. 이때 코코가 아버지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두 영화에서 이승과 저승은 다리 혹은 강으로 연결돼 있다. 의 인물들은 이승에서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추억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모치즈키와 시오리가 일하는 림보는 현실 세계의 직장과 매우 비슷한 위계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일처리 방식도 이승의 직장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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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영화의 인물들을 묶어주는 공통적인 키워드는 가족이다. 자홍과 동생 수홍, 어머니는 신파라는 비판이 나왔을 만큼 전형적이고 통속적인 방법으로 가족애를 표현한다. 의 인물들이 선택하는 추억 역시 대부분 가족과 관련돼 있다. 어렸을 때 오빠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던 일, 아이를 낳던 순간, 지진을 피해 들어갔던 대나무 숲에서 어머니가 만들어준 주먹밥을 먹던 일 등이다. 시오리가 디즈니랜드에 놀러 갔던 추억을 선택한 여학생에게 무릎을 베고 누워 어머니의 냄새를 맡던 일을 선택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시 세대를 뛰어넘어 이어지는 가족애가 핵심적인 주제이다.

한(恨)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정서가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주목을 끈다. 한국과 일본,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각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한을 품고 있으며, 저승에서 이 한을 풀고 새로운 생을 맞이한다. 에서 자홍은 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비극적인 사건이 한으로 남아 있다. 수홍은 제대 2주를 남기고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귀가 된다. 승진에 눈이 먼 장교에 의해 산 채로 매장당하기 때문이다. 한편 의 헥터는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는 오해, 자신이 만든 노래가 다른 가수의 작품으로 소개돼 히트한 점 등이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아 있다.

세 영화의 공간과 인물이 사실적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환생하거나, 갈등이 해소된 상태로 이승으로 귀환하거나, 천국으로 간다. 저승이 어둡고, 황량하고, 불과 얼음으로 가득하고, 끔찍한 세계라는 기존 인식과 다른 점이다. 게다가 세 편의 영화는 가족애의 회복, 한의 해소와 같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승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말은 관객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삶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어도, 죄만 짓지 않는다면 사후세계의 삶은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이들 영화가 현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장르적으로 판타지인 배경이다.

로지 잭슨에 의하면, 환상은 부재, 결핍, 상실의 감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는 것을 환상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낸다. 그것들은 자주 괴물이나 악마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과 , 처럼 현실에서의 삶에 결핍되어 있는 것을 대신 충족시켜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 영화의 저승은 고단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특징은 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비결의 하나일 것이다. 눈물겨운 가족애가 넘치고, 이승의 한을 풀어주고, 이승보다 더 인간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에서는 염라대왕조차 인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며, 검사들은 자홍의 사연에 눈물을 흘린다. 저승이 오히려 날마다 험악한 사건 사고가 횡행하는 현실보다 인간미가 넘치는 곳으로 나온다. 도 도 마찬가지이다. 즉, 저승은 현실에 부재하는 환상의 세계이다.

게다가 세 편의 영화에서 저승은 시각적으로 화려하거나 따뜻한 이미지로 표현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현실 세계가 그만큼 혹독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래도 영화를 통해서나마 이런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 는 영화의 역할을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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