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극 시청률 왕좌 오른 '마녀의 법정'서 여검사 마이듬 역

"처음에는 7% 시청률 기대, 흥행 성공해서 기분 좋아"

"시즌2 원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있어"

사진=키이스트 제공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6.6% → 14.3%. 최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마녀의 법정' 처음과 끝을 나타낸 시청률 지표다. 쏟아지는 로코 드라마 홍수 속에서 얻어낸 성과라 더욱 뜻깊다. 배우 정려원에겐 또 다시 찾아온 '인생작'. "오랜 만에 임하는 인터뷰고, 작품도 잘 돼 너무 기분 좋다"며 들뜬 마음을 드러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처음에 대본을 읽는데 스토리가 재미 있었어요.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다만, 방송 시점이 선선한 가을이었기 때문에 저 같아도 법정물보다는 로맨스 드라마가 더 끌렸을 것 같아요. 제가 재미있다고 해서 시청자 분들도 그렇게 느껴줄 지 확신도 없었고요. 결과적으로 잘 풀려서 기분 좋아요. 회차별로 열리고 닫히는 에피소드가 활기 넘쳤기 때문에 지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려원이 쌓아놨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듯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기한 여검사 마이듬은 사이다 그 자체다. 필요하면 거짓말, 인신공격, 증거조작 등도 가리지 않는, 합법과 위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과감한 수사를 선보인다. 넘치는 인간미도 남녀노소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드라마를 볼 때 주도적인 여성을 보면 '저런 사람이 실제로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잖아요. 사실 캐릭터의 근원지가 제겐 따로 있었어요. 실제 친구 중 한 명이 마이듬과 똑같은 성격이거든요. 예를 들면 어떤 자리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안좋으면, 저는 '들춰내서 뭐해'라는 생각으로 가만히 있는데, 그 친구는 '뭐야. 분위기가 왜 이상해. 나만 느끼는거야?'라고 능글맞게 자기 감정을 드러내요. (웃음). 그 때 제가 속이 시원했던 것처럼 시청자 분들도 감정이입을 하셨던 게 아닐까요."

사진=키이스트 제공
그래서일까. 극 중 마이듬에 빙의해 걸크러쉬 면모를 보인 정려원에게 부쩍 여성 팬들이 많아진 모양새다. 포털 사이트에 달린 댓글에도 '려원 언니'를 연호하는 응원들이 수두룩하다.

"예전부터 전 여성 팬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한 번은 궁금해서 SNS 팔로워의 성비를 봤는데 85%가 여성이더라고요. 왜 저는 남성에게 인기가 없을까요. (웃음). 사실 실제로 제 성격은 걸걸함 뒤에 소심한 면이 있는 편이거든요. 캐릭터와 함께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회차가 거듭되며 호평이 쌓일수록 한켠으로는 아쉽기도 했다. 극 중 조갑수(전광렬)가 벌여놨던 악행들이 깔끔하게 마무리될 시간이 다소 부족했던 탓이다. 실제로 촬영됐던 재판신 중 적잖은 장면이 분량을 이유로 편집됐단다. 시청자와 배우들도 조심스레 '시즌2'을 언급했던 건 이같은 아쉬움 때문.

"종방연에서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작가님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배우는 대본대로 연기를 하면 되지만 작가님은 3년 전부터 검사와 같은 법조인을 만나며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분위기에 휩쓸려 시즌2를 외치지만 이면엔 또 다른 제한점이 있겠죠.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건 없어요."

어느덧 해보지 않은 장르가 손꼽힐 만큼 연기 경력을 쌓아온 정려원이지만,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딘 건 지난 2000년 걸그룹 샤크라를 통해서였다. 데뷔부터 이국적인 콘셉트로 주목받았던 그룹이기에 아직도 당시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노래하고 춤 추는걸 원래 좋아하지만, 당시에도 이것이 천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이후 연기를 하면서 현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행복했고, 천직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그래서 전속 계약이 끝났을 때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죠."

정려원은 작품마다 성장하고 있다. '샐러리맨 초한지' '드라마의 제왕' '풍선껌' 등 정려원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매번 들어왔다. 어느덧 현장에서 선배보다 후배가 많아진 것 같다는 그녀의 다음 바람이 궁금해졌다.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들을 때마다 처음에는 '아직도 발견이 안됐다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뒤집어서 생각해보니 '그래도 발견할게 남아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더라고요. 파도 파도 나오는 화수분이라는 이야기 아닐까요? (웃음). 죽을 때까지 재발견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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