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병은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최고 수혜자를 꼽으라면 단연 박병은이 아닐까. 처음엔 악역으로 익숙한 배우의 신선한 도전정도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로코킹’으로서 가능성을 엿보인 그다. 극 중 서툴지만 뜨거운 순정파 캐릭터로 2030 여성들의 이상형으로 떠오른 박병은과 만났다.

박병은은 지난 11월 28일 종영한 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소개팅 어플 ‘결혼 말고 연애’의 CEO 마상구로 분했다. 그는 일과 사랑,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30대의 특별한 연애담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매회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마초남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순정남이 돼버리고 마는 마상구의 입체적인 매력은 박병은과 만나 폭발력 있는 캐릭터로 탄생했다. 카리스마를 벗고 유머를 입은 박병은의 자유분방한 연기가 제대로 통한 셈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서른여덟 살 마초남이 이렇게 귀여울 수 있나 싶었어요. 극 중에서 마상구는 여자를 잘 아는 연애전문가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상 친구한테 제대로 된 조언도 못하고 오히려 순진하잖아요. 그런 면이 얄밉지 않고 참 귀엽더라고요. 배우로서 새로운 면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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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의 일본군 장교 카와구치부터 ‘원라인’의 카리스마 넘치는 박실장,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잔혹한 해결사 강프로, ‘추리의 여왕’의 냉철한 프로파일러 우경감까지. 그동안 그가 두각을 나타냈던 선굵은 캐릭터들과 마상구는 확연히 달랐다.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로서 프로페셔널한 면모만큼 중요했던 건 상대역 우수지(이솜)를 향한 달달한 순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박병은은 스타일링부터 눈빛, 손짓 하나까지 직접 설계해 마상구를 탄생시켰다.

“처음부터 안경에 포인트를 줬어요. 성공한 CEO지만 부드러워 보여야 했죠. 직접 안경점 가서 수십 개를 써보고 고른 거예요. 수지랑 코믹한 신을 찍을 때는 일부러 뿔테를 쓰는 식으로 나름대로 계속 변화를 준 건데, 한 번은 스태프한테 ‘오늘은 이 안경 쓸게요’ 했더니 ‘지금까지 하나만 쓰셨잖아요’ 하더라고요. 그렇게 티가 안 났나요(웃음)”

특히 극 중 우수지(이솜)와의 로맨스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전개를 이끄는 중요한 축이었다. 현실적인 에피소드에 두 사람의 열연이 더해져 메인커플인 이민기-정소민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박병은은 사내 성차별, 성희롱 등을 겪는 여자친구를 보듬어주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조언까지 아끼지 않으며 힘이 돼주는 모습으로 여성들이 원하는 남자친구의 정석을 선보였다. “마상구는 연애를 잘했을지 몰라도 저는 아니에요. 평생 배워야 되는 게 연애 아닌가요. 극 중 여자 캐릭터가 세 명인데 실제로는 정소민이 연기한 지호 캐릭터가 가장 이상형에 가까워요. 차분한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여자친구가 생기면 완전히 올인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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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호평을 받은 건 결혼에 대한 신선한 접근 덕분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어떤 형태로 남든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 강조하며 의미있는 마무리로 생각할 거리를 남긴 것. 박병은은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고 강조했다.

“사랑하면 같이 있고 싶잖아요. 하지만 결혼한다는 건 또 다른 문제죠. 서로를 소유한다는 뜻도 있으니까. 우수지랑 마상구가 결혼한다고 해서 관계가 끝나는 게 아니듯이, 인생을 살면서 결혼이 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죠. 수지랑 상구도 결혼으로 마무리됐지만 또 모르죠. 이혼할 수도 있고요.”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젊은 세대들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다룬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박병은에게도 남다른 의미였다. 그는 실제 촬영장에서도 이민기와 결혼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민기랑 저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대사 하나하나가 와 닿는 게 있었어요. 둘 다 ‘너무 좋으면 결혼할 수도 있지 뭐~’하곤 했지만, 제게 결혼은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에요. 개인적으로 비혼주의자는 아니에요. 연애하다가 너무 좋으면 결혼할 수 있죠. 형식적인 제도일 뿐이라고 하지만, 또 그 제도 안에서 행복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결혼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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