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서 사기꾼 황지성으로 연기 변신

유지태·나나·배성우 등과 찰떡 호흡

흥행보다 꾸준히 연기하는 게 목표

배우 현빈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주)쇼박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아무리 '열일'하고 싶다한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직업 중 하나가 배우다. 일하고 싶어도 불러주지 않으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1년에 꾸준히 2~3편의 영화를 내놓고 있는 현빈의 행보는 눈에 띌만하다. 올해 초 ‘공조’에 이어 ‘꾼’으로 또 한 번의 대박을 노리고 있는 배우 현빈과 만났다.

‘꾼’(감독 장창원)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잡기 위해 뭉친, 사기꾼 잡는 사기꾼들의 예측불가 팀플레이를 다룬 범죄오락영화. 현빈은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지능형 사기꾼 황지성으로 분해 능청스러운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비슷한 영화들이 많아서 우려가 됐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기꾼이 사기꾼한테 사기를 치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반전이 주는 재미가 크게 느껴졌어요.”

‘공조’ 북한형사 임철령으로 절제된 캐릭터를 연기했던 현빈은 이번엔 유연한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능구렁이 같되 튀지 않는’ 임팩트는 그가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다. “아무래도 여러 명이 같이 나오니까 각자 맡은 영역을 잘 소화하는 게 중요했죠. 지성이의 역할은 먹이를 던져주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흐름을 만들되 튀지 않게 중심을 잡는 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현장에 가기 전에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가지만 막상 촬영장에 가면 변수가 많아요. 특히 배성우 씨는 어디로 튈지 예측이 안 돼서 리액션 고민을 많이 했죠.”

특히 그는 유지태, 나나 등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유지태 선배님은 정말 멋있는 배우죠. 자상하고 유순한 얼굴을 갖고 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면 눈빛이 돌변해요. 존재 자체만으로 자극제였어요. 정말 많은 걸 알고 계셔서 영화나 연기 이야기가 나오면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나나 씨는 정말 노력파에요. 준비도 많이 해오고 현장에서 감독님의 디렉션이나 리액션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어요. 기본적으로 밝은 기운이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사진=(주)쇼박스
극 중 사기꾼 황지성의 가장 큰 무기는 가면. 그가 노인 등 다양한 인물로 변신하는 모습은 영화의 또다른 볼거리다. 실제로 현빈은 특수분장을 위해 하루 최소 2시간을 분장에 할애하며 공을 들였다. “외모 분장 뿐 아니라 목소리까지 모두 직접 연기했어요. 가면 안에서 근육이 움직였을 때 겉으로도 드러나야 하잖아요. 실리콘이 붙어있으니까 얼굴 표정을 훨씬 크게 움직여야 돼요. 가면 쓰고 촬영하다 밥 먹으러 식당에 가도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고요.”

한동안 꽃미남 스타에 머물렀던 현빈은 올해 '공조'의 흥행을 이끌며 티켓파워를 입증한 것은 물론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는 기반을 마련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그는 해병대 전역 후 ‘역린’, ‘공조’ 등으로 부드러운 로맨틱코미디, 잘생긴 재벌 2세 캐릭터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현빈은 “외모에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잘생긴 배우들 정말 많죠. 제가 그분들이랑 외모가 같은 급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는 늘 욕심을 부리지만 얼굴이 더 잘생겨 보이려고 욕심낸 적은 없어요. 배우로서 제 장점은 얼굴이 아니라 독한 성격인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서 처음 교내 무대에 올라본 이후에 배우가 하고 싶었는데 사실 아버지는 제가 연기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셨어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면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고 하셔서 악착같이 학교에 들어갔었죠. 뭔가 목표가 생기면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진=(주)쇼박스
‘공조’ 이후 10개월 만에 만난 현빈은 여전히 차분하고 담담했지만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확실히 올해 초 ‘공조’로 이룬 괄목할 만한 성과가 그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월 개봉한 ‘공조’는 누적관객수 780만 명 이상을 돌파하며 ‘더 킹’을 누르고 역주행 신화를 썼다. 차기작 개봉을 앞두고 전작의 흥행 기록이 부담이 될 만한 상황이지만 현빈은 “걱정보다 기대가 더 크다”고 말했다.

“흥행이 안 돼도 상관없다는 건 아니지만 크게 연연하지도 않아요. 물론 ‘꾼’도 ‘공조’처럼 잘돼야죠. 하지만 제가 늘 목표로 삼는 건 흥행이 아니라 꾸준함이에요. 1년에 적어도 한 두 작품은 꼭 하는 게 유일한 목표죠. ‘꾼’ 촬영하면서 ‘공조’ 홍보를 했었고 ‘협상’ 그리고 ‘창궐’까지, 올해는 일꾼이었어요. 딱히 ‘열일할거야’라는 마음보다도 놓치고 싶지 않은 좋은 영화가 많았어요. 매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하나씩 배우고 쌓는 재미가 쏠쏠해요.”

현빈 팬들에겐 다가올 2018년 역시 행복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 연말 ‘꾼’에 이어 ‘협상’(감독 이종석), ‘창궐’(감독 김성훈)이 내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창궐’ 촬영에 한창인 그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지치는 줄 모르겠다”면서도 “‘창궐’ 촬영이 끝나면 잠깐 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창궐’이 밤에 나오는 귀신들 이야기라 야간 촬영이 많아요. 해 뜨면 촬영이 끝나곤 해서 낮엔 틈틈이 자려고 해요. 더군다나 ‘창궐’에선 크고 위험한 액션이 많아서 촬영이 다 끝나면 체력적으로 고갈될 것 같거든요. 쉬고 싶지만 장담은 못해요. 막상 끝나고 좋은 시나리오를 보면 아마 휴식 생각은 싹 잊고 작품 준비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바빠도 밋밋하지 않은 삶이라 좋아요. 배우들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잖아요.”

사진=(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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