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황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해 케이블TV Mnet ‘프로듀스 101’의 대성공과 함께 아이돌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이 속속 전파를 탈 예정이다.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등 대형연예기획사와 방송사가 준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

우선 KBS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 이름붙인 ‘더 유닛’을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첫 공개 녹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 10월 2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더 유닛’은 연예계 데뷔 경력이 있는 이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발굴해 최고의 아이돌 유닛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기획됐다.

시청자들이 직접 남자팀과 여자팀을 선발해 초반부터 시청자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이에 티아라 출신 아름, 빅스타와 브레이브걸스 유정 은지 유나 소년공화국, 달샤벳 세리 우희 다이아 예빈 솜이 와썹 나리 지애 등 데뷔했던 아이돌 멤버들의 출연 확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많게는 데뷔 수년차를 바라보는 이들은 다시 오디션을 펼친다는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도전에 나섰다. 제작진에 따르면 지원자가 하루만에 350명을 넘어서는 등 높은 관심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배우 출신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혀 프로그램 취지가 과연 무엇인지 의구심이 일고 있기도 하다.

JYP는 10월 17일 Mnet과 함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새 보이그룹을 발굴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장기 연습생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지난 2015년 트와이스를 탄생시킨 ‘식스틴’에서는 메이저와 마이너 그룹을 철저히 나눠 경쟁 구도를 강화했던과 달리 이번 프로그램은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의 ‘전원 데뷔’가 목표다. 소속사와 연습생들 간에 데뷔를 놓고 펼치는 서바이벌 구도가 이어질 예정이다.

YG는 JTBC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Mnet 출신 한동철 PD를 자사로 영입해 만드는 이 프로그램은 양현석을 비롯해 YG 소속 가수와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YG는 앞서 빅뱅 멤버를 선발한 ‘빅뱅TV'부터 위너를 발굴한 Mnet ‘윈:후 이즈 넥스트’ 아이콘을 만든 ‘믹스 앤 매치’ 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아이돌 그룹을 데뷔시켜 온 역사가 있기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어떤 스타가 데뷔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처럼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난해와 올해를 강타한 Mnet ‘프로듀스 101’의 성공에 힙입은 바가 크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 팬들을 기존 10대 위주에서 30~40대까지로 끌어올려 이들이 적극적으로 팬덤에 동참해 아이돌을 소비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 가수가 뜨려면 방송을 통하는 것이 오랜 진리라는 점을 다시금 입증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다수의 가수 제작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수년간 투자하고 연습한 아이돌 그룹이 아닌 방송을 통해 단숨에 뜬 이들이 한국 아이돌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과가 공정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이에 3개 단체(한국매니지먼트 연합,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이하 ‘연합’)은 9일 공식 성명서을 내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 미디어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가 심해질 것으로 방송 미디어간의 경쟁으로 인해 매니지먼트 산업의 문제점이 쏟아 질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합 측은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는 이미 음원 유통과 판매, 음원 제작, 공연을 아우르는 형태의 수직구조를 갖추고 최근 매니지먼트의 영역에까지 진출한 상태다”며 “이러한 방송 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는 음악 생태계를 급격하게 변질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아티스트들은 1~2년 단기적으로 전속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단타형 매니지먼트 회사가 이미 현실화 되고 있고 이는 방송 미디어의 수익극대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중소기획사의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방송사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된 이들의 수익 배분에 크게 관여하면서 기존 기획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CJ E&M의 경우 음악의 제작 유통에 이어 매니지먼트까지 전 분야에 관여하면서 독과점이 될 우려가 있다는 것.

이 같은 우려점 외에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음악시장을 획일적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음악콘텐츠제작자 권석정씨는“몇 년전 방송한 MBC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했던 것과 달리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이돌 위주의 음악에 집중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자신의 취향을 정립하는 나이대인 10대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아이돌 음악에만 편중하는 결과를 낳게 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여러 이슈 속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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