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판 ‘오!마이 베이비’의 인기가 뜨겁다. 사드(THAADo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 등으로 중국의 한류 열풍이 약간 주춤하고 있는 사이, 베트남에서는 첫 한중합작 예능 프로그램인 ‘오!마이 베이비’가 큰 성공을 거뒀다. 한국 방송사상 최초로 베트남과 공동제작된 SBS ‘오!마이베이비’(베트남 제목: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는 지난해 12월 첫방송, 베트남 방송계에서는 '대박 프로그램'의 기준인 2%를 넘으며 고공행진했다. 그 중심에는 제작사 라임엔터테인먼트 윤상섭 대표가 있다. 1990년 SBS 공채 PD 1기 출신인 그는 ‘LA 아리랑’ ‘주병진의 데이트라인’등을 만든 후 2001년 퇴사, 2005년 베트남으로 건너가 한국 방송 관련 사업을 해 오다 이 프로그램으로 한국-베트남 공동 제작의 틀을 닦게 됐다.

▲ ‘오!마이 베이비’의 베트남 현지 반응이 궁금하다.

‘오!마이 베이비’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작해 5월에 시즌1 방송을 종료했고 오는 17일부터 시즌2 방송이 시작된다. 베트남은 국영TV 외에도 60여개의 각 지방(성)마다 방송사가 있고 여기에 케이블TV, 위성방송 등도 있어 방송사가 상당히 많다. 각 지역방송사가 발달한 중국과 비슷한 상황이라 보통 시청률이 2%대를 넘으면 ‘대박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마이 베이비’는 시청률 2.23%를 기록해 처음 방송된 프로그램으로는 큰 성공을 거뒀다.

▲ 베트남에서는 일반적으로 한 프로그램이 고른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고 들었다.

베트남은 하노이를 중심으로 남부와 북부 시청자들의 성향이 완전히 다르고 지역감정도 심해 선호 프로그램도 거의 상반되다시피 한다. 가장 고무적이었던 부분은 ‘오 마이 베이비’의 경우 남부와 북부 모두에서 고르게 시청률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베트남 국민들에게 대중적으로 사랑받았다는 점이 객관적인 시청률 수치보다 더 기쁘게 다가왔다.

▲ 서로 성향이 다른 시청자들이 한 프로그램에 열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일단 베트남 국민들의 성향이 한국 사람들과 비슷하다. 육아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교육열도 굉장히 뜨겁다. 주로 남부 사람들은 예능을 좋아하고 북부는 지적인 프로그램을 선호하는데, ‘오 마이 베이비’는 예능적인 재미가 있으면서도 교육적인 부분을 함께 담당하고 있어 양 쪽에서 함께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한국과 베트남의 첫 공동제작 사례인데 힘든 점은 없었나?

대부분 경험이 없는 PD와 작가들로 제작진을 꾸렸다. 베트남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열심히하는 스타일이라 제작 과정에서 갈등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공동제작이라기보다 SBS 제작진들이 많이 가르쳐주는 형식이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 베트남에서 한류 콘텐츠의 위상과 전망은 어떤가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해외 콘텐츠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나라다. 한국 콘텐츠도 10여년 넘게 꾸준히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새 길을 모색해야 할 타이밍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높은 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인데 점차 가격이 올라가면서 구매율은 떨어지고 있다. 또 어느 나라든 결국 정서상 자국에서 만든 로컬 콘텐츠를 좋아하게 돼 있는데 베트남은 지금 막 로컬 콘텐츠를 선호하게 되는 시점이다. 때문에 단순한 포맷 판매보다는 공동제작 또는 베트남에서 자체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주는 방법이 맞다고 본다.

▲ 공동제작에 대해 한국 방송의 기술을 빼앗긴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한국 방송시장은 현재 포화상태다. 내로라 하는 방송사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고, 그렇다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해외시장에 나서는 데 있어 ‘우리 이득만 취하겠다’는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 선진 기술을 알려주고, 그로 인해 우리 시장을 넓히고 또 다른 새로운 모델의 합작 거리를 찾고, 이런 선순환이 필요한 시기다.

▲ 향후 베트남에서의 계획은 어떤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로 공동제작을 논의중이고 이전에 한국에서 했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베트남식으로 다시 만들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일단 일일극 등이 안정적으로 제작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마련해 베트남 방송의 장기적인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 한국 방송가에서도 베트남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 방송 시장은 아직 자체제작 기술이 취약한 만큼 발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기적인 수익을 목표로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마인드는 위험하다. 이 곳에서 장기적으로 비전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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