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도봉순'서 봉순 캐릭터로 신드롬급 인기

정의 실현하는 '사이다' 캐릭터에 대리만족하기도

김원해·임원희 등 선배들 연기 열정에 배운 것 많아

배우 박보영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종편채널, 심야시간대 편성이라는 핸디캡을 안은 ‘힘쎈여자 도봉순’의 성공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종편에서는 이례적인 시청률 3.82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 마지막회 9.603%의 대박 기록을 낼 수 있었던 건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스토리, 청춘만화 같은 따뜻함, 그리고 주연 박보영의 매력 덕분이었다.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드라마 끝났다고 우는 성격이 아닌데 김원해 선배님의 촉촉한 눈빛을 보자마자 울컥했다”며 벅찬 소회를 전했다. 지난 15일 종영한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은 선천적으로 괴력을 타고난 봉순이 까칠한 게임업체 CEO 안민혁(박형식)과 신참형사 인국두(지수)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16부작 드라마. 박보영은 사랑스러운 괴력소녀 봉순으로 분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봉순이는 좀 아픈 친구라 안아주고 싶었어요. 누구보다 힘이 세지만 자존감은 없었고 오히려 민혁이를 만나면서 자신감을 찾아가는 친구였죠. 사실 그런 면은 저랑 되게 닮았어요. 저도 연초에 ‘올해는 나를 좀 더 사랑하자’는 계획을 세웠을 정도로 자신감이 부족해요. 예를 들어 하고 싶은 작품이 생겨도 ‘이걸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먼저고, 촬영할 때도 ‘난 왜 이렇게밖에 못했을까’하고 눈치 보기 일쑤거든요. 그래서 점점 자기 인생에 자신감을 찾는 봉순이를 보면서 마음도 많이 쓰였고 느끼는 것도 많았어요.”

사실 방송사도 정해지기 전, 초반 시나리오 속 봉순이는 거칠고, 예쁘지도 않고, 촌티 나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박보영을 만나 좀 더 사랑스럽고, 능동적이며 씩씩한 봉순이로 업그레이드됐다. 캐릭터의 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만화적인 설정과 컴퓨터그래픽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치하다고 느끼는 순간 몰입을 깨는 장면들이 많았죠. 그래서 저는 주성치 영화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 역시 ‘아예 B급으로 가자’고 하셨어요. 근데 사실 설정보다도 제가 액션에 최적화된 체격이 아니라서 더 걱정이었어요. 액션은 팔다리가 길어야 멋지니까요. 그래서 작지만 알찬 액션을 완벽하게 보여드리려고 엄청 연습했고, 결과적으로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신들이 많이 탄생해서 너무 만족스러워요.”

사진=JTBC '힘쎈여자 도봉순'
작은 체구의 봉순이가 지하철 치한을 때려잡고,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은 통쾌했다. 실제로 귀엽고 연약한 이미지로 각인돼있는 박보영에게 힘센 봉순이는 이미지에 대한 억울함(?)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 통로가 됐다. “제가 워낙 체구가 작아서 그런지 유약한 이미지가 잘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게 너무 싫어서 사람들이 뭘 자꾸 해주려고 하면 ‘아니요! 제가 할 수 있어요!’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더 봉순이가 좋았어요. 정의로우면서도 능동적이고, 남자캐릭터에 기대는 여자가 아니잖아요. 덕분에 여자 팬이 많이 생겼어요. 얼마 전에 팬사인회를 했는데 예전엔 성비가 9대1이었다면 이젠 6대4 정도로 느껴질 만큼 여자분들이 확 늘었더라고요.”

분명 첫 주연은 아닌데 박보영이 느끼는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오 나의 귀신님’, ‘늑대소년’, ‘과속 스캔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 주로 선배 연기자들과 타이틀롤을 맡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엔 후배 박형식, 지수와 호흡을 맞춰야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초반부터 ‘네가 누나니까 잘 이끌어야 된다’고 하셨는데 저는 너무 답답했어요. 제 앞가림도 어려운데 남동생들을 무슨 수로 이끄나 싶었죠. 다행히 박형식씨, 지수씨 둘 다 워낙 알아서 잘해줬고, 저는 심혜진-유재명-김원해-임원희 등 선배님들 덕을 많이 봤죠. 한 번은 촬영하다 힘드니까 중요한 신, 중요하지 않은 신을 나누면서 꾀를 부리고 있었어요. 근데 선배님들은 그런 게 없더라고요. 특히 임원희 선배님은 30대 1로 싸우는 신에서 포인트를 줄 방법을 고민하시다가 직접 자주색 장갑을 준비해오신 거예요. 단 몇 초라도 모든 신이 중요한 신이신거죠. 그렇게 고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뭐라고 신을 나누고 있나, 나는 진짜 변했다’고 일기장에 쓰면서 진짜 많이 반성했어요. '도봉순' 촬영 내내 선배님들께 배운 게 너무 많아요. 선물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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