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과장'에서 생에 첫 악역 서율 표현

첫방송 후 박영규 선배님 전화에 큰 힘 얻어

"예민한 악역 위해 1일 1식, 은둔 생활까지"

"가수 출신 배우라는 부담? 내 간판은 여전히 2PM"

"'김과장'으로 용기 생겨, 공격적으로 작품활동 하고파"

준호와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스포츠한국 김두연 기자] 그룹 2PM의 멤버이자 배우로서도 이미 5년째 활약하고 있는 준호의 연기 행보는 이미 익숙하다. 영화 '감시자들'의 다람쥐 역을 비롯해 '협녀' '스물', 최근엔 tvN '기억'에서 변호사로 분해 이질감 없는 연기를 보여왔다.

이번엔 소위 이야기하는 '인생작'을 만났다. 최근 압도적인 흥행으로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서율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먹쏘앓이'(먹보+쏘시오패스)에 빠지게 만들었다. 성공적으로 지상파 데뷔를 마친 준호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앞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감시자들'과 '스물', 또 드라마 '기억'에도 출연했었지만, '김과장'은 체감되는 게 달랐어요. 지금껏 시청자들의 반응까지는 신경쓰지 못했는데, 지상파 드라마가 처음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시청률과 반응에 대해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웃음). 인기를 체감한다기보다는 확실히 '김과장'이라는 작품이 사랑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무대 위에선 '짐승돌'로 불리는 준호지만, 여지껏 그가 맡아왔던 캐릭터들은 선이 굵지 않았다. 유쾌한 에너지로 주변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롤이 대다수였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인공을 보필하는 의인을 연기해왔다. 서율은 그런 그에게 첫 악역이었던 셈. 게다가 활발한 음악 활동으로인해 1년에 한 작품 정도 출연할 수 있는 신중한 상황이었기에 이는 더욱 기회로 느껴졌다.

"마침 악역이 해보고 싶었어요. 2PM 그룹 활동과 일본에서의 솔로 활동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어요. 그래서 작품 선택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서율을 보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하겠다고 했죠."

캐릭터 준비도 철저했다. 하필 작품에 앞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몸 전체가 부어 있었던 상황에서도, 캐릭터에 오롯이 녹아들기 위해 체중 감량을 시작했다. 시니컬한 분위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사람도 만나지 않았고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1일 1식을 계속 했어요. 밖에도 나가지 않고 악인의 고독을 느꼈죠. (웃음). 특히 서율이 가지고 있던 '먹는 설정'을 듣고 미리 몸무게를 줄여야 커버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날카롭고 예민한 악인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사실, 아직 연기적인 내공이 부족해서 제가 선택한 일이에요. 언젠가 연기가 익숙해진다면 컷의 구분이 쉬워지겠죠."

준호와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 감독, 스태프, 연기 선배가 있었지만 누가 있든 '난 서율이다'라는 생각으로 있었다. 그래야 드라마를 찍을 때 마음 편하게 역할에 빙의할 수 있다고 느껴졌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생긴 오해는 없었을까.

"다행히 아무도 그런 말씀을 안하셨어요. 제가 상처 받을까봐 그러셨는지도 모르죠. 첫 방송이 끝나고 함께 등장했던 박영규 선배님께 전화가 왔어요. 놀라서 전화를 받았는데 '잘 나왔다'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저에겐 엄청난 선배님이고, 실제로도 굉장히 근엄하신 이미지인데 전화까지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렸어요. 그런거보면, 제가 촬영장에서 못한 건 아니겠죠? (웃음)."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가수다. 스스로도 "내 간판은 여전히 2PM"이라고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그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도 준호에게는 자신을 가두는 프레임이 아니다.

"어쨌든 제 본업은 가수에요. 어릴 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어서 연극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도 했지만, 결국 춤과 노래가 좋아서 가수로 데뷔하게 됐죠. 제가 아이돌 출신 연기자인 것도 맞는 말이고, 굳이 여기서 벗어나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배우로서 활동도 시작을 했으니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특히 '김과장'에서의 활약으로 연기력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그가 뿌듯한 이유는 2PM 멤버들 때문이었다. 누구에게나 상승과 하락의 곡선이 있듯 서로에게 선의의 자극이 되는 상황에서, 개인 활동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서다.

"항상 멤버들끼리도 본받을 점이 있고, 자극 되는게 있어요. 저도 다른 멤버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사실 데뷔 초때 제가 너무 하는게 없어서 팀에 짐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까지 들었어요. 언젠가 팀에 도움이 되는 멤버가 되고 싶었는데 '김과장'으로 인해 조금은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활동에도 더욱 욕심이 생겼다. 앞으로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지금보다 더 활발히 활약할 준호의 모습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김과장'에서 느낀 뿌듯함은 2PM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었어요. 물론 드라마가 잘 됐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더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어요. 이제는 좀 더 공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해보려고 해요."

준호와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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