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해 12월, '의리 형님' 김보성은 연일 매스컴과 여론의 관심에 올랐다. 종합격투기단체 로드FC를 통해 격투기선수 데뷔를 한 것. 만 50의 나이가 넘었음에도 그가 링에 오른 것은 순전히 ‘기부’를 위해서였다.

김보성은 로드FC와 함께 입장료 수익 전액을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경기 취지를 대중들이 알아줘 기부에 대한 인식 개선하고 싶었다. 비록 패했고 경기 이후 김보성의 부상 정도가 부풀려 알려져 잡음도 있었지만 투혼 넘쳤던 경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김보성의 기부에 대한 진정성을 알게 됐다.

대회 이후 3개월동안 꾸준히 부상 치료와 함께 봉사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김보성을 만나 후회없었던 격투기 데뷔전과 왜 그토록 기부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로드FC 제공
▶“저, 정말 괜찮습니다”

몸상태에 대해 묻자 김보성은 “정말 많이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런데 정말 괜찮다. 다들 걱정을 접어두셔도 될 것 같다”며 웃으며 “오른쪽 눈 부위가 조금 함몰됐지만 외관상 큰 문제는 없다. 물론 다시 격투기 무대에 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자로서, 그리고 격투기를 사랑하는 마니아로서 다시는 서지 못할 수 있는 케이지 위에서 패했다는 사실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김보성. “'왜 내가 그때 가드를 올리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과 펀치가 날아오고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잔상은 계속 남네요”라며 참 아쉬운 한판을 회고했다.

경기 후 김보성의 두 아들이 케이지에 올라와 다친 아버지를 감싸 안으며 함께 환하게 웃은 모습은 따뜻한 가족애로서 감동을 주기도 했다.

“아들들이 무뚝뚝해요. 승리를 하고 나서 아들들을 안아주고 싶었는데 제가 지고나니 정신이 없고 의기소침했어요. 그때 아들들이 먼저 올라와서 안아주는데 참 고맙고 감동적이었죠. 물론 이후에 무뚝뚝하고 다소 어색한 아버지와 아들 관계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하하. 사춘기 아들들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말이죠.”

▶죽을병 속에서 깨달은 기부의 필요성…어엿한 사회인 된 아이보며 뿌듯함 느껴

다소 무리일 수도 있던 격투기 선수로서 데뷔한 것은 결국 색다른 기부방법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부 혹은 봉사활동만으로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자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다 격투기를 통해 기부할 생각을 했던 것.

일반적인 기부나 봉사활동이 너무 많아 티가 안날 정도로 김보성의 기부 역사는 참으로 오래됐다. 대략 첫 사회공헌사업에 발을 들인 것을 1995년즈음으로 기억한다는 김보성은 첫 자선사업의 시작에 대해 언급했다.

“그 당시 제가 장티푸스에 걸려 죽을 고비를 맞았어요. 그전부터 ‘나보다 힘든사람이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그런 입장이 되니 너무 힘들고 가족까지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그때가 시작이었습니다.”

김보성은 TV 자선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아암 환자를 도왔고 그 아이가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첫 도움부터 성공적이다보니 더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

“소아암의 경우 완치율이 80%에 육박한다고 하더라고요. 즉 돈만 있고 관심만 있으면 아이들을 살리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슴에 와 닿았죠”라며 처음 기부를 시작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관련단체와의 인연도 시작되며 현재는 약 20여개 자선단체의 홍보대사 겸 봉사활동가로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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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내서 세월호 기부? 제가 못 참아서 한 일"

어느덧 3년이 된 2014년 4월의 세월호 사건. 김보성은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돕기 위해 대출을 받아 1000만원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일각에서는 ‘대출까지 받아서 기부할 필요가 있느냐’며 걱정했다. 하지만 김보성은 스스로 참지 못해 한 일이 알려진 것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당시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픈데 며칠동안 TV만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와드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 일을 보며 스스로가 견딜 수 없고 괴로워서 한게 기부였는데 쑥스럽게 알려졌네요.”

김보성은 자신이 생각해도 ‘감정이입’이 일반적인 사람보다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일을 알려달라고 하자 “자폐가 심해 스스로 머리를 때리며 자학하는 아이를 봤습니다. 정말 24시간동안 자기의 머리를 때리는 아이였는데 그걸 보면서 제가 도울 수 있는게 없으니 무력감이 들더라고요”며 가슴아파했다.

또한 “한번은 척추가 마비된 분을 도왔는데 너무 누워있다보니 등에 욕창이 생겨서 힘들어하셨는데 주위를 긁어주니 그렇게 환하게 웃으실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컴컴한 방에서 혼자서 또 괴로워하실걸 생각하니 먹먹해지더라고요”라며 “제가 전지전능한 슈퍼맨이라면 정말 그런 분들을 한방에 낫게 해주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을 수없이 해봅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부의 시작은 작은 것부터…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하면 대체 무엇이 좋냐’고. 김보성은 대뜸 '살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질 때 ‘살아있다’고 느끼지 않나'라고 반문한뒤 "바로 이 일이 그렇습니다. 그 순간 제가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랑의 기쁨이 퍼지고 행복감이 생깁니다. 가슴 뜨거워지죠”라고 말했다.

‘인생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역설한 김보성은 “개인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는 삶일까요? 최고 가치 있는 삶은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보람만으로도 인생을 사는 목적이 됩니다”라며 인생에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기부와 봉사활동은 필수라고 역설했다.

“기부 어렵지 않습니다. ARS로 2000원짜리 기부부터 시작입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하는 기부는 직무유기일 뿐입니다. 사회가 바뀌길 원한다면 나 자신부터 바뀌어야죠. 전 무엇이 됐든간에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이 저의 숙명이자 하늘과의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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