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스터'의 제작자 이유진 대표가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영화 '마스터'가 개봉 5주 만에 총 713만 881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중이다.

'마스터'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국내 최고 남배우들만 모아 놓은 초호화 출연진에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 여기에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라는 조희팔 사건을 중심 소재로 뭉쳤으니 제작 초기부터 2016년 최고 기대작이라는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출발했다.

지난해 12월 개봉작 중 유일한 블록버스터인 '마스터'가 체급 약한 할리우드 영화들을 상대로 핵폭풍급 흥행을 일궈 나갈 것 같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강한 복병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언론 지상을 장악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한 눈에 뺏은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이다. '마스터'의 주요 소재인 조희팔 사건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정도로 현실 세계에선 훨씬 더 크고 더 많은 권력들이 동원된 사건이 영화보다 더 영화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대중들은 한겨울의 주말에도 차가운 거리로 달려나가 국정농단의 주역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야만 했고 뉴스 뿐만 아니라 연예 정보 프로그램에서도 시국과 관련된 소식들이 더 단골 손님으로 대접 받았다. 대중들이 극장을 향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지던 시간이 있었다.

조의석 감독의 연출의 변을 빌자면 '마스터'를 만들 때 제작진이 초점을 맞췄던 것은 살아있는 권력과 손잡은 한 사기꾼의 전대미문의 사기 행각이 아닌 15세 관람가의 권선징악 스토리였다. 최고 권력자에 대한 탄핵은 가결됐고 대한민국의 현재에는 좀처럼 쉽게 일어나지 않는 '권선징악'이라는 명제에 눈밝은 관객들은 극장을 찾아 이들의 선의에 뜻을 보탰다.

조의석 감독과 함께 '마스터'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제작자 이유진 대표를 최근 영화사 집 사무실에서 만났다. 최고 흥행 기대작이었던 '마스터'조차도 시국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영화 한 편이 기획부터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 촬영, 편집을 마치고 개봉이라는 과정을 통해 대중을 만나기까지에는 엄청난 변수들과 노력들이 존재한다.

영화 한 편을 개봉시키기까지도 수많은 노력과 공정이 존재하는데 이유진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영화사 집은 2007년 창립작 '그놈 목소리'로 시작해 최근의 '마스터'까지 흥행불패에 가까운 신화를 쓰며 충무로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표적인 제작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유진 대표는 20대 시절을 광고회사 코래드에서 카피라이터로 지내다가 사촌언니인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의 권유로 영화 '정사'의 마케터를 시작하며 영화계에 발을 디딘 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달콤한 인생', '너는 내 운명'을 만들며 프로듀서로서 업력을 쌓아왔다.

2007년 영화사 집을 창립해 '그놈 목소 리'를 필두로 '행복', '서양골동양과자점 '내 사랑 내 곁에', '전우치' '초능력자' '내 아내의 모든 것' '감시자들' '두근두근 내 인생' '검은 사제들'을 만들었다.

부침이 심한 충무로에서 1년에 한 편씩 꾸준히 작품을 내왔고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흥행 타율 또한 뛰어나다는 점도 괄목할만 하지만 이유진 대표의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남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소재 혹은 장르들로 성공을 일궈 왔다는 점이다.

- 이병헌이 연기한 진회장이 너무 세련되고 신사적이라는 평도 있는데. '내부자들'속 극적 변신 때문에 강한 한 방이 아쉽더라.

▲ 사실 조희팔 사건이 주요 소재라고 할 때 기대치가 생기는 것 같다. 진 회장이 영화 전체를 쥐락펴락하려면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영화의 방향은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현재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또한 엄청난 규모로 존재한다. 사실 촬영 전 사전준비기간만 해도 조희팔이라는 이름을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있었다. 전 정권과 연결된 시국 관련 최고 게이트였고 장소 협조부터 시작해서 뭐 하나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없었다. 압력 아닌 압력이 존재 했달까. 우리 영화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단순한 스토리였지만 제작 과정에 말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었다. 오히려 요즘은 그런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 되버렸지만 결국 대다수의 관객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로 세팅하게 됐다. 조희팔이 모티브인 진 회장을 부각시키기 보다 경찰과 작은 사기꾼이 손을 잡고 큰 사기꾼을 잡는다는 콘셉트를 펼치게 됐다. 캐릭터가 기대치에 못미친다거나 다른 기대감이 컸다는 반응도 이해는 간다.

- 조의석 감독과 '감시자들'에 이어 두 번째로 작품을 함께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텐데.

▲ 조 감독은 28실에 '일단 뛰어'로 최연소 데뷔를 하면서 크게 주목 받았다. 그러다가 두 번째 영화의 흥행이 안됐고 오랜 기간 다음 작업을 준비하면서 힘든 시간도 보냈다. 제작자로서 조의석 감독은 굉장히 좋다. 시나리오를 정말 잘 쓰는 재능이 있다. 또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나 커뮤니케이션이 굉장히 잘 된다. 가끔 조 감독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이런 사람이 되야 겠다'고 생각이 든다. 보통 감독들 중에 그런 사람이 거의 없는제 조의석은 잘 되면 다른 사람 덕분이고 안되면 자기 탓으로 돌린다. 물론 어떨 땐 "감독이 자기 중심이어야 한다, 절대 그러지 말라"고 조언도 한다. 자기 검열 또한 강하다. 감독들 중에는 시나리오를 잘 쓰는 재능이 있는 부류와, 현장 연출력이 뛰어난 두 부류가 있다. 이 두 가지를 다 가진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조 감독은 어떤 일에 있어서 끌로 파서 세공하는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재능이 있다. '마스터'가 프리프러덕션이 길지 못했고 영화의 사이즈가 크고 배우들도 많이 나오고 필리핀 현지 촬영이라는 어려운 조건도 있지만 조 감독이 잘 해냈다. 조 감독은 현장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시나리오와 후반 작업에서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쪽에 가깝다. 사회적 현실이 반영된 장르 영화 쪽에 관심이 많다. 굉장히 의리 있고 또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힘들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을 잊지 않고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다.

- 강동원은 '마스터'에서 처음으로 땅에 두 발을 디딘 느낌이랄까. 신비한 이미지를 벗고 평범한 한국 남자 캐럭터를 연기했다. 통과의례를 제대로 거쳤고 성공적이었다.

▲ 저도 비슷한 생각이다. 강동원에게 시나리오를 주면서 그동안 너무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만 해왔는데 이번이야말로 소년에서 남자로 변신할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톱배우로서 한국 영화계의 장르 안에서 스트레이트한 역할이다. 가장 평범한 역할을 비범하게 해냈다. 익숙하지 않다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강동원이 가진 매력을 배가시켜서 평범한 인물을 평범하지 않게 표현해 냈다.

- 개봉 직후 이병헌과 관련한 해프닝이 벌어졌음에도 흥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배우 이병헌의 힘은 대체 뭔가.

▲ 이병헌과는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에서 프로듀서와 배우로 만났다. 그 때 당시에도 쉬지 않고 꼬치꼬치 너무 많은 질문과 이이디어를 쏟아내는 사람이었다. 그 열정과 체력, 에너지로 놀라울 만큼 영화와 자신의 캐릭터만 생각하는 배우다. 저 또한 영화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 그 때다. 음습한 청평의 한 산 속에서 2주 동안 이병헌이 땅에 묻히는 장면을 찍는데 밤마다 비를 쏟아부으며 그 장면을 찍었다. 늦가을이라 스태프들은 모두 점퍼로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이병헌은 흰 와이셔츠 한 벌로 그 장면을 소화했다. 랩도 몸베 감아보고 별 시도를 다 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다. 스태프들이 '주연배우가 아파서 쓰러지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모두가 힘들었던 현장이었다. 김지운 감독이 원하는 장면이 나와야 했기에 저로서도 '스케줄에 목숨 건 여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그 장면은 꼭 해내야 했다. 피디로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누가 봐도 그만 찍어도 될 상황이 됐어도 이병헌은 계속해서 캐릭터 고민을 했고 모니터링을 하며 아이디어를 냈다. 정말 대단했다. 배우가 가장 덜 힘들어 했달까.

이번 '마스터' 촬영 때도 여전했다. 필리핀 현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높은 습도와 온도 때문에 한국인들 적응이 힘들었다. 그 더운 날씨에 조명은 늘 켜져 있고 바람 한 점 안통하는 실크 셔츠에 양복 차림으로 촬영에 임해야 했지만 이병헌은 단 한 번도 불평을 말하는 법이 없었다. 그 곳에 있는 누구 한 명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힘든 날씨였지만 이병헌은 오히려 현장의 스태프들을 위로하고 챙기며 촬영에 앞장 섰다. 그 모습을 보며 11년 전 '달콤한 인생' 촬영 때가 리마인드 됐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지' 생각이 들면서 정말 존경심이 들더라. 자신의 캐릭터 외에는 일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듯한 놀라운 집중력이 있다. 현장에서 감독이나 스태프를 대할 때 스타 의식도 없는 훌륭한 태도의 소유자이고 유머와 위트도 넘친다. 제작자로서 언제든 같이 하고 싶은 놀라운 배우다.

- '마스터'의 가장 큰 수혜주는 뭐니뭐니 해도 김우빈 아닌가. 20대 남자 배우 중 가장 발군의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하루 아침에 톱스타가 된 것과는 거리가 먼 예의도 갖췄더라. 이병헌, 강동원도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던데.

▲ 천재 해커 장군 역의 김우빈은 극 중 모든 캐릭터와 호흡을 이뤄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었다. 현장에서 이병헌 씨가 '이제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로 깍듯하게 잘 했다. 가정교육의 영향으로 보인다. 선배들에게 현장에서 수시로 물과 커피를 대령할 정도로 20대답지 않은 예의가 있었다.

- '마스터'의 흥행 비결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 장르가 가진 경쾌함과 그것을 플러스 시킨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배우들의 매력 아닐까.

- 20년 이후 제작자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그 때도 당연히 현역으로 활발히 활동을 할 계획인가.

▲ 하루살이 인생이라 매일 생각이 바뀐다. 오래오래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도 너무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은 늘 바뀐다. 처음 영화사 집을 시작했을 때 '한 작품씩 만드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내가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어느덧 10년이 넘었고 열 작품을 넘게 했다. 아직 못 해본 작품도 많고 하고 싶은 작품들도 많다. 하고 싶은 작품들을 다 해 볼 때까지는 일을 하고 싶다. 나와 같이 일해 온 PD나 감독들이 잘 되는 것도 보고 싶다. 여력이 되는 한 일을 할 생각이다. 그래서 빨리 안 늙고 안 지치기 위해 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려 한다.

- 10년 전 함께 하려고 했던 노동석 감독과 결국 '골든 슬럼버'를 만들기로 했다. 주연이 강동원이라니 흥행도 어느 정도는 보장될 것 같다. 한 번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 이유진 대표의 중요한 또 다른 속성이라는 반증 같기도 하다.

▲ 유아인 주연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만들었던 노동석 감독은 당시 독립 영화계의 총아였고 나 또한 영화사 집을 차린지 얼마 안된 때여서 경험이 부족했다. 노 감독도 나도 그 때 당시 열심히 했지만 결과물이 잘 나오지 않았었다 아트 영화계의 스타와 상업 영화 제작자가 만나서 시너지를 내면 좋았겠지만 당시 반대의 경우도 많았기에 두려움과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독립 영화 총아를 상업 영화 제작자가 망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다. 결국 노 감독이 다른 회사와 해보겠다고 했고 인연이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다.

'초능력자' 때 '골든 슬럼버'를 추천했다. 읽어 보니 각색하면 재미있겠더라. 그 후로 판권에 3년, 시나리오화 하는데 2년이 걸렸다. 시나리오 작가들도 거치고 조의석 감독에게 초고도 써보라 했다. 그러다가 감독을 찾을 타이밍이 됐는데 노동석 감독이 생각났다. 노 감독님에게 제안했더니 '해볼 수 있겠다'고 답이 와서 지금 한창 진행하게 됐다. '골든 슬럼버'에 담긴 우정과 향수, 정서적인 감성들이 노동석 감독과 잘 맞을 것 같다. 새해가 되니 노 감독에게 '열심히 하겠다'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죽도록 열심히 해주세요"라고 답을 보냈다가 '여전히 안 변했다'고 한 소리 들었다. 영화는 결국 감독의 풀빵과 같은 거다. 감독의 매력과 에너지가 매우 종요하다. 노동석 감독은 매우 성실하고 독한 사람이고 강동원과 시너지를 이뤄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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